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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밌는 수상한 과학책 - 우주에 관해 자주 묻는 질문 20가지
호르헤 챔.대니얼 화이트슨 지음, 김종명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6월
평점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렸던 모든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보라. 바나나를 많이 먹었거나 먹지 않았거나, 중요한 친구를 만났거나 만나지 않았거나, 과일 카트에 치일 뻔했던 시간에 집에 있기로 결정했거나 혹은 밖에 나가서 카트에 치이거나 했던 일들 말이다. 게다가 당신은 우주에 관한 이 실없는 책을 발견하고 읽기로 결심했다. 지금 여기에 당신의 존재가 가능하려면 45억 년 전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일이 일어났어야 한다. 한편 그 모든 일이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 또 다른 당신을 만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p.49
사람들에게 시간 여행은 매우 흔한 소망이다. 영화나 SF 작품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 시절 시간 여행에 대한 상상 한번 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시간 여행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래서 지구에 방문한다면 어떨까? 왜 외계인은 우리를 찾아오지 않았을까? 우주 어딘가에 나의 또 다른 복제본이 있다면 어떨까? 어딘가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왜 우리는 순간이동을 할 수 없는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본 적이 있을 만한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스탠퍼드대학교 공학자 호르헤 챔과 물리학자 대니얼 화이트슨은 팟캐스트를 통해 대중들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해왔다.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는 '대니얼과 호르헤가 설명하는 우주'에서는 마이크로파부터 은하계 간에 벌어지는 현상, 가상의 기본 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이 책은 호기심 많은 청취자들로부터 받은 질문 20가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과학적인 답을 들려준다. 우주, 외계인, 블랙홀, 핵융합, 양자역학 등을 다루고 있지만, 저자들 특유의 유쾌한 말솜씨와 유머, 그리고 깨알같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는 그림들 덕분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하고 기발한 과학적 질문들이 가득해 곧 다가올 여름 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물리학에서는 때때로 잘못된 질문을 해서 엉터리 답을 얻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 라는 질문은 우주가 어딘가로부터 왔을 것임을 가정하고 묻는 것이다. 또한 이 질문은 다른 가능성도 열려 있는데, 어떤 조건 아래에서는 우주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우주가 그냥 존재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우주는 존재해야 하고, 우주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대안이 실제로 유효한 선택이 아니라면 어떨까? 위 질문은 괴상한 철학적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매우 수학적인 논거가 있다. p.216
과학적 정보로 가득한 책이지만, 지식 전달이 목적이 아니라 질문하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각각의 상황을 직접 상상할 수 있도록 글을 이끌어 나간다. 분명 과학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큭큭대며 웃을 수 있는 포인트도 많고,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무계한 상상도 있어서 그저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너무 너무 재미있는 책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엔지니어와 물리학자 각각의 대답을 도표로 그려 정리했다. 예를 들어 수행 과제가 '핵무기로 칠면조 요리하기'라면 엔지니어는 '어렵지만 가능함'이라고 대답하고, 물리학자는 '당연히 가능함'이고, '산 정도 크기의 케이크 굽기'가 과제라면 엔지니어는 '불가능함, 물리학자는 '절대적으로 가능함', '태양 표면으로부터 100킬로미터 이내로 비행하기'라면 엔지니어는 '그러지 않기를 바람', 물리학자는 '안 될 이유가 없음'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구가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라고 알고 있다. 적당한 온도와 숨 쉴 수 있는 대기, 지표면을 흐르는 액체 상태의 물과 같이 매우 기본적인 것조차 다른 행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지구에서 가까운 '화성'이다. 그렇다면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 수도 있을까? 화성을 개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계획을 장기적으로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은 화성이 우리가 이사 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면 화성을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여러가지 상상력의 날개를 펼쳐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자. 이 책의 두 저자는 서문에서 '화장실에서 이 책을 보다가 물 내리는 것을 잊지는 말자.'라고 썼다. 위트있게 표현했지만,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과학책이 이렇게나 웃기고, 재미있어도 되나 싶게 흥미진진한 상황들이 매 페이지마다 가득하니 말이다. 엉뚱한 질문들과 기발한 상상, 유쾌하고 귀여운 카툰과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두 저자의 설명까지... 우주와 물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이 특별한 책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