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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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내 생각엔, 이 사람이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

포로리: 응응응. 누군가 만든 의미 말고.

보노보노: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거야.

느긋한 성격의 아기 해달 보노보노, 남을 괴롭히지만 다방면에 걸쳐 인생 경험이 풍부한 너부리, 가끔 속 깊은 말을 던지는 포로리, 수수께끼 같은 존재 야옹이 형, 똥싸개 린과 린의 아빠 지식왕 울버, 독설을 날리는 너부리 아빠, 대화법도, 사는 법도 독특한 보노보노 아빠, 달관한 성격의 포로리 아빠까지.. 이들이 인생상담을 해준다고 한다. 이 작품은 2013 9월부터 12월까지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 보노넷에서 모집한 고민과 답변을 토대로 집필된 책이다.

 

실제로 고민이 있는 이들이 올린 사연에 대해 숲속 동물들이 열심히 답변한 내용을 모은 책이라고 하니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하지만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는 네 컷 만화 [보노보노]의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직접 쓴 것이라, 원작의 팬으로써 기대도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은 작년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가 번역을 해 더 의미가 있기도 하다.

 

한번쯤 인생을 땡땡이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늘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 진짜 내 모습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커서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데 자신감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요? 이런 진지한 질문부터, 대체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질문들도 있다. 마흔여섯 주부인데 정형외과 의사가 담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늘 자신에게 잔소리를 해대는데, 그를 입 다물게 할 재미난 대처법이 없을까요? 조개를 들고 바다에 떠다니면서 대낮까지 자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해달이 될 수 있나요? 우리 집 고양이 똥 냄새가 심해서 치우지를 못하겠어요? 어쩜 좋을까요? 신이 있긴 합니까? 신이 필요하긴 합니까? 라는 질문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스펙터클한 고민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나름 진지하게, 때로는 명쾌하게 이들의 고민에 대한 처방을 내려준다.

 

포로리: 이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좋은 사람들만 고민을 해.

보노보노: 그런가. 왜 좋은 사람들만 고민할까?

포로리: 그거야 좋은 사람이니까.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아니면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하고 고민하잖아.

어릴 때는 어려서 서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실수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사실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들 나이 드는 건 처음이니까. 다들 사는 게 처음이니까, 세상에는 처음인 것 투성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연애를 하는 게 처음이고, 누군가는 대학생이 되는 것이 처음이고, 또 누군가는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이다. 그러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한 것이 당연한 거라는 얘기다.

 

이 책 속에서 포로리가 말하듯이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 따윈 없다. 다들 자기만 불안해한다고 생각할 뿐.' 보노보노와 포로리의 대화는 질문자의 고민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지만, 그들 캐릭터 각자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어른이 된 우리가 사는 게 고달픈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들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보노보노, 사는 건 힘든 거야. 힘들지 않게 사는 법 따윈 없어.' 포로리의 무심한 듯 툭 던지는 이 말이 너무도 와 닿았다. '힘들어서 재미있고, 힘들어서 즐겁기도 해. 힘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는 날들이 펼쳐질 뿐이야.'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만화 속에서 살던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해주는 인생상담은 단순하지만 삶의 예리한 진실들을 바라보고 있어 공감되고, 기존의 그 어떤 자기 계발서나 심리학 책들과 다르게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직도 세상 사는 게 서툰 우리 어른들을 위해, 보노보노와 숲 속 친구들의 기상 천외 한 인생상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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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눈부시고 근사한 봄을 보내기로 방금 결정했어
사에리 지음, 야마시나 티나 그림,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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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녹초가 돼서 남자 친구 곁에서 응석 부리자

"넌 내가 없으면 안 되는구나" 하고 농담처럼,

그러면서도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미소 짓고는 다정하게

"언제까지나 그대로 곁에 있어줘" 하고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말을 듣는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면 한 순간 세상이 달라 보인다. 비록 그게 짝사랑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오직 그 사람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순간, 평범했던 일상이 갑자기 화사한 색깔로 채색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렇게 콩닥콩닥 간질간질, 사랑의 가장 달콤한 순간들을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대체 이게 뭔가 싶기도 했다. SNS 월간 조회 수 1,500만 회를 돌파한 화제의 트윗이라고는 하는데, '두근두근 망상 트윗' 모음이라니.. 이런 걸 책으로 만들다니 싶었던 거다. 저자는 출판사와 IT 기업에서 편집자로 근무하다 독립한 프리랜서 작가이다. 몇 년 전부터 트위터에 망상 트윗을 올린 것이 화제가 되어 팬이 급증, 팔로워 수가 무려 13만 명이 넘는다고. 그녀는 빡빡한 일상과 틀에 박힌 업무에 상상력이 죽어가는 것 같아, '지금 여기 없는 것을 상상하며 트윗 하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이 바로 '연애 망상'이었다고.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을 엮은 그림에세이라고 볼 수 있다.

 

갑자기 좋아하는 마음이 흘러 넘쳐서

후덥지근한 여름 밤길에 "좋아해"하고 고백하자

".....바보야, 내가 먼저 고백하려고 했는데."

하고 다른 곳을 보며 말하는 청춘을 지나오는 걸 잊었네.

실제로 이들처럼 간지럽게 연애하는 사람들이 있진 않겠지만, 누구나 상상은 자유니까.. 한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법도 하지 않을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님 같은 캐릭터들이 왜 여전히 인기겠는가. 현실 속에 저런 남자는 없어! 라고 생각하는 마음 한 켠으로 어쩌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저런 남자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설레이는 말을 실제로 듣는 인생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 물론 그럴 수는 없으므로 이 책을 통해서 올 봄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순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연애에 대한 귀여운 망상'들은 모두 순정 만화 속 상황 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글쎄 뭐 어떤가. 이제 곧 설레이는 계절 봄인데 말이다. 팍팍한 인생, 이렇게 두근거리는 머릿속 망상으로라도 꿈꿀 수 있다면, 그 순간 만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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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지음, 박지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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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말해도 좋습니다." 쿠퍼는 말한다. "계급장을 떼고, 겸손해지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그거 내가 망쳤어.' 실제로 리더의 입에서 나오는 말 중에 이 세 단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거 내가 망쳤어'"

, 여기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문제가 주어진다. 여러 가지 소품을 이용해 바닥에 세웠을 때 가장 높은 탑을 쌓는 미션이다. 어느 팀이 이길까? 아마 대부분 재력, 기술, 경험을 갖춘 경영대학원생들 혹은 누군가를 예상하지, 아무도 유치원생들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역량이 뛰어난 개인들이 모이면 연마된 기술을 더욱 잘 결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유치원생들은 어떻게 MBA 팀을 이겼을까. 왜 어떤 집단은 구성원을 합친 것보다 커지는데, 어떤 집단은 합친 것보다 작아지는 걸까?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한다.

성공한 기업, 우승컵을 거머쥔 스포츠 팀, 날로 번성하는 가문 등에는 특유의 집단 문화가 있다. 구글이나 픽사 같은 IT기업부터 미 해군 특부수대까지,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집단에 뿌리내린 강력하고도 탄탄한 문화는 과연 일부 선택받은 자들의 타고난 특성인 것일까. 이 책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3년간 프로 스포츠 팀, 차터 스쿨, 특수부대, 영화사, 코미디 극단, 보석 도둑단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8개 집단을 찾아 다닌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성공적인 집단이 가지는 일정한 행동 양식은 타고난 성향이라기보다는 배우고 단련할 수 있는 것임을 확신한다.

 

"동조가 일어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시는 말했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정말로 하나가 되는 것처럼 한껏 상대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서로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순간이죠.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겠네요. 우리는 서로 이미 변한 것을 알고 있죠'라고 말이에요."

이 책에서는 최고의 팀들이 공유하는 특별한 문화 코드를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바로 '소속감', '취약성', 그리고 '방향성' '이야기'이다. 저자는 딱딱한 이론만 늘어놓지 않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사례 들을 통해 이 3가지 코드가 집단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소속 신호란 심리적 안전의 원천으로 집단 내의 안전한 교류를 형성하는 일련의 행동을 의미한다. 지금 일어나는 소통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개개인을 특별하고 가치 있게 하며,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다면... 사람들은 '당신은 이곳에서 안전하다'는 소속 신호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심리적 안전이라고 불리는 상태로 접어들게 되면, 그 집단은 다른 집단과 차별화되는 특별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한 사례로 NBA의 농구 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이 선수들을 대한 방식에서 비롯되는 선수들의 안정적인 플레이는 놀라웠다. 그 외에도 추락할 뻔한 유나이티드항공 232편을 살린 건 기장의 한마디, 존슨앤드존슨이 오래된 1장짜리 사훈에 따라 도산 위기를 극복한 사례 등...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했다.

이 책은 놀라운 실적과 직원들의 만족도를 모두 잡는일하기 좋은 조직으로 거듭나고 싶은 리더들에게 굉장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리더십에 대한 통념과는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악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부터 최고들의 행동 전략까지 분석되어 있어 그야말로 필연적으로 조직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얼마 전에 막을 내린 동계 올림픽을 보면서 다들 응원과 동시에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인기 종목에서 제대로 된 팀 플레이를 하지 못해서 무너졌던 경기에 대한 원성과 그에 비해 비인기 종목이었음에도 뛰어난 팀 플레이로 대번에 국민들의 환호를 받게 된 종목이 확연하게 비교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좋은 선수들이 모였다고 해서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집단 속에 숨겨진 마법을 만난다면, 당신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조직 설계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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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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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보였다.

플로리다키스다.

의식이 사라져가는 가운데 슈지의 머릿속에 하늘의 계시처럼 그런 말이 떠올랐다.

플로리다키스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공항에서 총에 맞아 죽은 그 남자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수밖에 없었다.

3월의 어느 날 역 앞 광장 분수 주위로 하얀 꽃잎이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시게토 슈지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었고, 근처에는 세 명이 더 있었다. 수수한 회색 정장의 여자, 조그만 진주 목걸이를 한 노부인, 상점 주인 풍모의 남자,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여대생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분수 근처로 달려온다. 그런데, 갑자기 평화롭던 그곳의 공기가 일변한다. 검정색 헬멧과 검정색 에나멜 롱코트에 검정 장갑과 부츠를 신은, 다스베이더가 피에 젖은 회칼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찔러 죽이고, 그 무차별 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슈지만 살아 남는다. 사건 직후 근처 빌딩 공용 화장실에서 약에 중독된 범인이 체포되지만 곧 사망한다. 범인은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로 살해했지만, 약으로 맛이 간 상태에서 죽었으니 죗값을 치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피의자가 사망한 상태에서 사건은 그렇게 종결 되는 분위기인데, 형사 소마는 현장에서 문득 이상한 위화감을 느낀다. 사람을 죽이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은 것처럼 보이는 범인은 어째서 사람이 더 많은 곳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왜 이런 한산한 광장이었을까. 싶었던 것이다.

한편, 칼에 찔리면서도 간발의 차이로 목숨을 건진 열여덟 소년 슈지는 병원에서 정체 모를 남자에게 경고를 받는다. 다른 네 사람은 어떻게 됐냐고 묻고는 모두 죽었다는 걸 알게 된 뒤, 가능한 멀리 달아나라고 말한 것이다. 앞으로 열흘만 살아남으면 안전하다고. 슈지가 마지막 한 명이니 꼭 살아남으라고 말이다. 슈지가 채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도 전에 누군가로부터 또다시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형사 소마의 도움으로 그의 친구인 야리미즈의 아파트에 몸을 숨기게 된다. 경찰 조직에서 사람들의 눈 밖에 난 형사 소마, 전직 방송국 직원 야리미즈, 그리고 상해 전과로 소년분류심사원에 갔던 이력이 있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슈지. 이렇게 세 사람이 독자적으로 무차별 살인 사건의 내막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목소리에는 무서우리만치 단순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슈지라는 인간을 죽이겠다는 의지. 놈은 약 따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느낀 원인은 싸웠을 때의 감각보다도 바로 그 목소리였음을 슈지는 비로소 깨달았다.

욕실 가득 피어오른 새하얀 김 속에서 슈지의 가슴은 섬뜩한 의혹에 옭매였다. 놈은 정말 무차별 살인범이었을까. 정말로 우연히 거기에 있던 사람들을 노린 걸까.

이 작품은 [파트너], [TRICK2] 등 유명 드라마의 각본을 써온 작가 오타 아이의 데뷔작이다. 사실 오타 아이의 작품은 최근에 <잊혀진 소년>으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구성도 훌륭하고, 캐릭터, 반전, 드라마 모두 흠잡을 데 없이 멋진 작품이었다. 사법체계의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작가의 예리함이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너무도 이해가 되어 함께 분노하고, 공감하고, 그러다 먹먹한 감정으로 슬픔에 휩싸이고 말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작품을 먼저 만났던 독자들이라면, 이번 <범죄자>를 통해서 소마와 야리미즈, 그리고 슈지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너무도 반가웠을 것이다. <범죄자>가 데뷔작이니 여기서 등장한 캐릭터들의 이후 이야기가 <잊혀진 소년>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잠깐 언급하자면 이 작품에서 소마의 친구 정도로 등장하는 야리미즈는 방송국 직원, 고스트 라이터 시절을 거쳐 흥신소를 운영하고 있고, 그 곳의 조사원으로 슈지가 일하고 있으며, 소마는 형사과에서 교통과로 좌천된 상태로 등장했었다.

<범죄자> 240페이지 분량의 티저북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는데, 이런 이벤트가 참 좋은 것이 일단 두툼한 페이지에다 두 권 분량으로 출간되는 작품들은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는 선뜻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분량에서도 부담스럽고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티저북만 읽더라도 바로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져 끝까지 읽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티저북을 먼저 만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을 아예 읽지 않은 사람들은 있을 수 있어도, 일단 티저북을 읽었다면 1, 2권 끝까지 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잊혀진 소년>에서 단순히 원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대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이 작품 <범죄자>도 무차별 살인 사건으로 위장한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이야기라고 하니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가 더욱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오타 아이는 각본가로서의 탄탄한 이력 때문에 첫 장면부터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압도적인 이야기의 힘이 뛰어난 작가이다. 게다가 의료, 경찰 조직, 매스컴, 정치계, 대기업 등에 대한 성실하고 꼼꼼한 취재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작품 속에서 구축되어 있는 허구의 세계가 실감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구구절절 말이 길었지만, 사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빨리 정식 출간본으로 이 폭발하는 이야기의 끝까지 달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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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고양이의 비밀
최봉수 지음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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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공장에서 일하는 고양이는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일어납니다.

고양이들이 식빵 버스를 타고 식빵 공장으로 향합니다.

고양이들이 만드는 식빵이란 어떤 맛일까. 아직 어둑한 이른 새벽부터 식빵 모양의 버스를 타고, 역시 식빵 모양의 공장으로 향하는 뚱냥이들. 공장에서 기다리는 건 갓 짠 신선한 우유와 그 우유로 만든 버터이다. 특히 우유는 넉넉히 준비되어 있는데, 이유는 고양이 제빵사들이 오가며 다들 한 모금씩 마시기 때문이라고.

건강한 재료로 잘 섞인 식빵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 발효가 되고, 따뜻한 오븐 곁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평화롭다. 페이지 마다 가득한 식빵 냄새. 진짜 책에서 냄새가 나는 듯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식빵 공장의 색감이며 디테일이 오감을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식빵이 따뜻하게 다 구워지고 나면,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특정한 배합과 오븐의 온도에 따라 '이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데... 그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고, 너무도 그럴 듯한 이미지에 나도 모르게 꺅. 소리라도 지르고 싶어진다. 귀여워!!! 라고 말이다.

교양 있는 현대 고양이라면

모름지기 차와 티푸드를 즐기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아주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평생에 한 번은 초대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고양이와 애프터눈 티라니.. 정말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여유롭고, 우아한 고양이들과 티타임을 가질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티 트레이 맨 아래에는 오이, 햄치즈, 달걀 샌드위치, 가운데에는 부드러운 스콘과 쨈, 맨 위에는 마카롱, 케이크, 초콜릿 등 단맛이 나는 디저트가 올려져 있다. 아래부터 먹기 시작해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건 영국인들이나 고양이나 같다고. 티 트레이에 착안해 캣타워가 발명되었다는 소문도 있다는데, 어쩐지 믿고 싶어지는 이야기였다.

동네에서 자주 보는 길고양이들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어느 날 그들이 티타임 초대장을 전해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고양이들의 은신처에서 열린다는, 인간의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그곳. 실재하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정말 있을 것 같은 그들만의 티타임에 당신을 초대하고 싶어졌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그들만의 장소. 어느 날 갑자기 당신에게 생길 지도 모를 행운을 위해, 고양이 티타임에 관한 몇 가지 에티켓을 미리 알아두자. 바로 이 책을 통해서.

뚱냥이 캐릭터로 만난 2권의 그림책 <고양이 식당> <식빵 고양이의 비밀> 모두 음식과 함께 여서 그런지 말랑말랑 소프트한 책 속에서 실제로 식빵 굽는 냄새가 나고 따스한 찻잔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따스한 햇살이 이마를 간질이는 오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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