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의 인생상담 (20만부 판매기념 특별판)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김신회 옮김 / 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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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내 생각엔, 이 사람이 모든 것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아.

포로리: 응응응. 누군가 만든 의미 말고.

보노보노: 스스로 의미를 만드는 거야.

느긋한 성격의 아기 해달 보노보노, 남을 괴롭히지만 다방면에 걸쳐 인생 경험이 풍부한 너부리, 가끔 속 깊은 말을 던지는 포로리, 수수께끼 같은 존재 야옹이 형, 똥싸개 린과 린의 아빠 지식왕 울버, 독설을 날리는 너부리 아빠, 대화법도, 사는 법도 독특한 보노보노 아빠, 달관한 성격의 포로리 아빠까지.. 이들이 인생상담을 해준다고 한다. 이 작품은 2013 9월부터 12월까지 보노보노 공식 웹사이트 보노넷에서 모집한 고민과 답변을 토대로 집필된 책이다.

 

실제로 고민이 있는 이들이 올린 사연에 대해 숲속 동물들이 열심히 답변한 내용을 모은 책이라고 하니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하지만 인생의 진리를 담고 있는 네 컷 만화 [보노보노]의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직접 쓴 것이라, 원작의 팬으로써 기대도 되었다. 게다가 이 책은 작년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가 번역을 해 더 의미가 있기도 하다.

 

한번쯤 인생을 땡땡이치고 싶어집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늘 좋은 사람인 양 연기하게 됩니다. 진짜 내 모습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커서 연극배우가 되고 싶은데 자신감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자신감이 생길까요? 이런 진지한 질문부터, 대체 이런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질문들도 있다. 마흔여섯 주부인데 정형외과 의사가 담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 늘 자신에게 잔소리를 해대는데, 그를 입 다물게 할 재미난 대처법이 없을까요? 조개를 들고 바다에 떠다니면서 대낮까지 자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해달이 될 수 있나요? 우리 집 고양이 똥 냄새가 심해서 치우지를 못하겠어요? 어쩜 좋을까요? 신이 있긴 합니까? 신이 필요하긴 합니까? 라는 질문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스펙터클한 고민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나름 진지하게, 때로는 명쾌하게 이들의 고민에 대한 처방을 내려준다.

 

포로리: 이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다들 좋은 사람들이야. 좋은 사람들만 고민을 해.

보노보노: 그런가. 왜 좋은 사람들만 고민할까?

포로리: 그거야 좋은 사람이니까.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아니면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하고 고민하잖아.

어릴 때는 어려서 서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실수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사실 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들 나이 드는 건 처음이니까. 다들 사는 게 처음이니까, 세상에는 처음인 것 투성이니 말이다. 누군가는 연애를 하는 게 처음이고, 누군가는 대학생이 되는 것이 처음이고, 또 누군가는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이다. 그러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불안한 것이 당연한 거라는 얘기다.

 

이 책 속에서 포로리가 말하듯이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 따윈 없다. 다들 자기만 불안해한다고 생각할 뿐.' 보노보노와 포로리의 대화는 질문자의 고민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지만, 그들 캐릭터 각자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더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어떤 질문에 대해서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어른이 된 우리가 사는 게 고달픈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들처럼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보노보노, 사는 건 힘든 거야. 힘들지 않게 사는 법 따윈 없어.' 포로리의 무심한 듯 툭 던지는 이 말이 너무도 와 닿았다. '힘들어서 재미있고, 힘들어서 즐겁기도 해. 힘든 것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는 날들이 펼쳐질 뿐이야.'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만화 속에서 살던 보노보노와 포로리가 해주는 인생상담은 단순하지만 삶의 예리한 진실들을 바라보고 있어 공감되고, 기존의 그 어떤 자기 계발서나 심리학 책들과 다르게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직도 세상 사는 게 서툰 우리 어른들을 위해, 보노보노와 숲 속 친구들의 기상 천외 한 인생상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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