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짓는 목수 이야기 - 46년, 거친 손으로 인생을 씁니다
유광복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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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저는 46년간 목수로 살아온 장인의 에세이를 기대했었어요. 그런데 읽다 보니 제가 생각한 것과 조금 결이 다른 듯 하여 책의 분류까지 찾아보게 되었네요. ‘자기계발’, 그렇네요. <삶을 짓는 목수 이야기>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목수로서 더욱 발전하려는 그의 열정이 빛나는 책이거든요.

 목수로 살아가기에 복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유광복, 그는 정말이지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높았는데요. 물론 자신의 삶을 통해 쌓아온 경험과 성과가 그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 같아요. 외국에서 들어온 장비들을 사용하지만, 그 기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더해 특허를 등록하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이런 특허를 내기 위해서는 도면작업을 하여 캐드도면을 내야 하는데, 이 역시 직접 하고 있어요. 목수로서 더욱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죠. 물론 목수로서 기술을 쌓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는 경험을 통해 실력을 키웠고, 실력을 통해 자신감을 쌓아왔다고 말합니다. 반복적인 작업마저도 그에게는 기술을 단련하는 시간이었으니까요.

한옥의 매력에 빠져 한옥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선을 바탕으로 한 시를 지을 정도로 그에게 목수는 천직이었는데요. 궁극적으로 그가 바라는 것은 바로 목수로서 쌓아온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아닌가 해요. ‘먹방이 아닌 목방을 통해 목수라는 직업이 갖고 있는 매력을 나누고, 사람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의 할아버지는 취미로 목공을 하셨었고, 저에게 책상을 만들어주신 적도 있었는데요. 아직도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추억이고, 가장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시간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가 꿈꾸는 목방을 더욱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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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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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김대식이 들려주는 로마제국특강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로마가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힘을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에서부터 찾아내듯이, 제국의 멸망 역시 우리의 미래와 많은 접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그래서 그가 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동양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서양문명과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바로 로마의 몰락을 부채질한 중산층의 몰락에 대한 것이네요. 로마의 전력은 시민군인이 지탱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아갔고, 불문율처럼 가을의 수확 전에 전쟁은 끝나야 했습니다. 그래야 봄에 뿌린 씨앗을 거둬들일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로마의 팽창이 가속화되면서 전쟁은 해를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자신의 공동체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아갔던 그들이 돌아와서 맞닥트리는 현실은 이미 노예가 되어 해체되어버린 자신의 가정일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심지어 전쟁을 통해서 얻게 된 수많은 노예 역시 많은 세금을 냈던 세넥스들이 차지했고, 결국 중산층들은 일자리조차 찾지 못하게 됩니다. 그 당시 실업률이 70~80퍼센트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세넥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그들의 저택입니다. 그 저택들이 있던 터에서는 엄청난 유물을 찾을 수 있고, 심지어 상당한 규모의 서재를 소유했던 한 세넥스의 저택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까지 자아냈다고 해요. 물론 그런 저택과 그 속에 있던 유물들은 후대에게는 하나의 축복(?)일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 살아갔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박탈감을 주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공호수를 만들어 해전도 가능하게 만든 콜로세움을 지었던 물론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더욱 유명한 베스파시아누스가 네로의 죽음 이후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150여년 간의 전성기를 이끄는 초석을 쌓죠. 하지만 능력이 있는 자를 후계자로 삼던 전통을 깨트리고 아들에게 물려준 사람이 바로 명상록으로 잘 알려진 아우렐리우스입니다. 이후 로마는 멸망의 길을 차분히 걸어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요? 4차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부의 대물림이 너무나 당연해진 현대사회의 밑그림을 이미 그렸던 시대가 있었더군요.

 그래서 김대식 교수는 로마를 우리를 비추고 있는 먼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로마는 그렇게 멸망했지만, 그 유산은 사라지지 않았지요. 잠시 암흑기가 있었지만, 다시 르네상스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유산을 이어받은 형식 역시 다채로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암흑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역사를 잘 알고, 또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굳이 그 단계를 또 걸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흥미롭고, 읽으면서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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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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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다, 영국에서 7년동안 조경학을 공부하고 가든디자이너로 변신한 오경아의 <안아주는 정원> 그녀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몸이 결정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영국에서는 식물이 갖고 있는 회복에너지를 인정하여, 숲에서 산책하기 같은 것들이 공식처방전으로 사용된다고 하죠. 어쩌면 그녀에게도 필요했던 처방전이 바로 그것이었겠죠. 영국에서 돌아와 그녀가 자리잡은 곳은 정원과 설악산을 앞에 둔 속초의 낡은 한옥이었어요. 그 곳에서의 일상이 책을 읽다 보면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사실 정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도 했어요. 왠지 어린 시절 할머니네 집에 있는 마당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할까요? 때가 되면 곡물과 열매를 말리는 모습에서 더욱 그랬는데, 우리나라에 마당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나와요. 너무나 극단적이 날씨, 그 속에서 식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손을 번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데요. 덕분에 우리는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잘 보관하기 위해 많은 작업들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잘 꾸며진 정원도 좋지만,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당의 풍경은 더욱 생기가 넘치고 따듯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네요.

 저도 요즘은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요. 잘 자라나는 모습이 그저 대견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행복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식물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더욱 공감할 수 있었어요. 물론 실망할 때도 있죠. 저도 그래요. 다육이는 잎꽂이를 한다고 하는데, 두 번을 해봤지만 다 실패했거든요. 겨울 내내 그대로이다, 도리어 봄이 오니 말라 죽은 모습에 안타까웠던 적이 몇 달 전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보며 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정원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삶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튤립의 알뿌리는 늦은 가을에 심어두면 겨울을 잘 보내고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해요. 지독하게 추운 겨울에도 생명은 여전히 숨쉬고 있다는 것, 전에 하이쿠를 쓰면서도 이런 내용을 담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쩌면 우리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지치고 실망스러웠던 오늘 하루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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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다 - 우주에서 발견한 삶의 지혜 아우름 38
이광식 지음 / 샘터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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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를 표방하는 아우름38번째 이야기는 <우리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다>입니다. 사실 제목만 봤을 때는, 뭔가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가 가득한가 했지만, 말 그대로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천문학 콘서트>를 읽었던 적이 있는데요. 바로 그 책의 저자인 이광식의 책입니다. 천문학 콘서트의 아우름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진리에 이르는 길은 두 개 있다. 나는 그 두 길을 다 가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신과 과학을 믿었던 르메르트는 빅뱅이론의 아버지라고 하죠. 아 그러고 보니 빅뱅이라는 말이 처음 나오게 된 이유도 재미있었어요. 정상우주론자가 대폭발설을 비웃으면서 그렇다면 빅뱅이라도 있었다는 건가?”라고 말했는데, 빅뱅 우주론자인 조지 가모프가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이름이 굳어진 것이라고 해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지만, 빅뱅우주론자들은 좀 유연한 성품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요. 르메르트 역시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에게 팽창우주모델을 설명했다가 나쁜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해요. 오죽하면 솔베이의 절망이라는 말까지 사용되는데요. 하지만 허블의 빅뱅모델의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아인슈타인의 인정도 받게 되죠. 심지어 임종하던 자리에서 빅뱅의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니, 어쩌면 그가 묵묵히 걸었던 두 길에서 그는 답을 찾은 사람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빅뱅이론이나 상대성이론 같은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더욱 기억에 남네요.

이 책을 읽으며 새롭게 발견한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칸트입니다. 그는 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을 통하여 뉴턴의 역학을 확장시켜 우주 발생의 역학을 설명하고자 했는데요. 그가 주장한 섬우주론은 200년이 지나서야 허블의 관측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해요. 물론 과학적인 사고의 결과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해낸 허블도 대단하지만 말이죠. 그런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고력을 보면서, 우주크키 체험하기라는 주제의 사고실험이 떠오르더군요. 정말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상력이 지식보다 위대하다라는 것이 실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고등학교 이후로는 과학을 책으로만 조금씩 접하고 있지만, 과학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서 때로는 사람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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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4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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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즐겁게 읽게 되는 누구나 교양 시리즈’, 드디어 4편이 나왔는데요. 세계사, 종교, 전쟁과 평화의 역사에 이어 이번에는 윤리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이 전에는 분량이 최대한 쉽게라고 하기에는 조금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분량조차 적절해서 더욱 마음에 드네요. 거기다 중간중간 만화가 삽화로 들어가기도 하고, ‘알아두면 좋은 글이라 하여 명언 같은 것도 수록되어 있고요. 잠깐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생각을 정리할 기회가 되기도 했어요.

또한 글 자체가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형식을 갖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들어가는 글에서 아마도르에게 띄우는 편지가 나오는데, “믿음을 가져라라는 짧은 충고를 반복하는 것일 뿐이라는 라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윤리하면 좀 먼 것, 혹은 이상적인 것으로 인식하곤 했기에, 도리어 나 자신이 되는 것,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갖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처음에는 낯설지만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아요.

 물론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선과 악은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뭐가 옳은 것인지 정도는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며 성장하게 되죠. 그래서 윤리적인 것이 무엇인지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현실에 적절한가라는 의문과 갈등이 수없이 많은 갈림길을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길을 잃게 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아가서 죄를 짓는 사람들도 있죠. 하지만 이들 역시 그 시작점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쉽게 분노하고 비난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이런 생각까지 도달하기에는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말이죠.

어떻게 보면 이 책의 핵심이 바로 이런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윤리적인 사람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다름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윤리관을 세울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인 거 같고, 저 역시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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