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 서울.평양 그리고 속초.원산
JTBC <두 도시 이야기>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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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 그리고 속초와 원산의 시간을 스케치한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에서 제목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 뉘앙스도 참 닮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에서 마치 평행선을 그으며 살아왔지만, 오랜 시간 동안 공유해왔던 삶의 양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 들어요.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것들이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하나의 원형을 갖고 있다고 할까요?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 방영한 국내 최초 남북 미식 기행을 책으로 다시 읽으며 절로 든 생각이네요.

평양하면 떠오르는 음식점은 옥류관이죠. 그래서 옥류관보다는 청류관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기억에 남네요. 책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청류관을 먼저 찾아가는데요. 푸른 버드나무라는 이름의 청류관은 100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해요. 평양의 맥주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경흥 맥주집도 규모가 정말 컸는데, 이 것이 북한의 문화이겠지요. 2007년에 봤던 것과 달리 보다 맵고 짜게 변해간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제일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평양 불고기입니다. 바싹 구운 불고기에 냉면이라니, 정말 입맛 당기는 조합일 수 밖에 없죠. 역시나 사람들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물론 언어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역시 오랜 시간 교류가 없었구나 하기도 하지만 말이죠. 또한 피자집이 생겼다는 것도 재미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느끼했다는 말 역시, 엄마가 피자를 처음 드셨을 때 하셨던 말과 정말 비슷했죠. 더불어 한국의 경양식의 역사도 수록해놨는데, 최초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회사식당 내에서 시작했다니 그것도 재미있는 기록이죠.

2부에서는 동해의 선물이라는 원산과 속초가 나옵니다. 한때는 기찻길로 연결되어 있던 두 도시, 그래서일까요? 속초에는 실향민이 모여 사는 아바이마을이 있고, 식문화에서 접점을 많이 찾을 수 있는데요. 저 역시 정말 좋아하는 오징어 순대가 등장합니다. 오징어 순대는 명태순대에서 시작된 것인데요. 속초에는 오징어가 많이 나고, 상대적으로 손질이 쉬워서 오징어 순대로 변형된 것이라고 해요. 원산에서 가장 맛있다고 자랑하는 음식이 명태순대라니, 꼭 먹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요즘 과거의 북한의 모습이 아닌, 현재의 북한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와서 이해의 폭을 넓힐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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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프렌치 - 미국 여자, 프랑스 남자의 두 언어 로맨스
로런 콜린스 지음, 김현희 옮김 / 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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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러브 인 프렌치>라는 제목을 보면, 직선적인 성격의 미국여자 로런과 섬세하고 사려깊은 성격의 프랑스 남자 올리비에의 로맨스를 먼저 기대하게 되는데요. ‘프렌치가 프랑스인이라는 뜻과 프랑스어라는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중의적인 뉘앙스를 잘 살려냈네요. 두 사람은 처음에는 로런의 언어인 영어로 소통을 했지만, 제네바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로런이 프랑스어를 배우게 되거든요. 번역의 문제일수도 있겠지만, 시적이라는 느낌을 주던 올리비에의 말과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한 로런의 표현이 점점 닮아가는 것 같기도 했어요. 물론 때로는 언어학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 듯 할 때도 있지만, 그 설명을 자신의 상황에 비유하는 식으로 해주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로런이 뉴요커소속 작기이기에 더욱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목차 역시 자신들이 함께해온 시간의 흐름대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고요. 현재를 지난 후에는 조건법접속법으로 이어지며 조금은 여러 가지 상황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마무리는 미래입니다.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갖고 있는 사람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툭툭 튀어나오곤 하죠. 정말 이렇게까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또 그걸 막 불평하기에는 너무나 미묘한 느낌이라 입 밖으로 내기 힘들기도 해요. 그래서 그녀가 다른 커플들도 언어의 교착상태에 빠지냐는 질문을 던진 것에 격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언어에 감각이 좋든, 다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든 말이죠. 엄마가 하나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모국어 역시 그러하고요. 그리고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문화의 총체라고도 할 수 있기에 더욱 그런 교착상태에 자주 부딪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프랑스어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그 열정을 응원해주고 싶기도 하고요. 한동안 손을 놓고 있던 프랑스어에 다시 열정을 불태워보고 싶기도 하네요. 저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의 언어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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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유 어게인 in 평양 - 나는 북한 최초의 미국인 유학생입니다
트래비스 제퍼슨 지음, 최은경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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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에서 조선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저는 정말 처음 들어보는데요. 이번에 읽은 <시 유 어게인 in 평양>은 미국인 신분으로 최초로 북한의 김형직 사범대학에서 조선어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수료한 트래비스 제퍼슨의 에세이인데요. 소설가이자 시인인 그는 북한에서의 시간을 기록하면서, 여러 인물들과 사건을 잘 조합하여 이야기로 엮어냈는데요. 북한은 아무래도 우리에게도 지리적으로는 너무나 가깝지만 물리적이나 심리적으로는 너무나 먼 나라라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그는 2012년에 처음 평양을 방문한 이후로, 북한을 여러 번 찾았는데요. 2016년에는 어학연수를 하면서 한달 동안 북한에서 머물 수 있게 되요. 언어를 배우면서도 안내원들과 함께 북한을 돌아보게 됩니다. 북한의 여러 곳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 영재교육 기관인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만난 자이니치 조선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그는 함께 연수를 받고 있는 알렉에게 쟤들 키 큰 것 좀 봐라고 말하는데요. 사실 그들이 키가 컸던 것이 아니라 그가 북한에서 보낸 삼 주의 시간 동안, 익숙하게 바라봤던 북한인들이 왜소했던 것이죠. 사람들이 자신이 생활하는 환경에 얼마나 금방 적응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곳이 북한이라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20세기 중반 어딘가에 갇혀 꼼짝 못하고있는 곳이라도 말이죠.

이방인이 그러한데 그 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너무나 다른 생각과 시선을 보여줍니다. 북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평행선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날 정도죠. 가끔은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을 거푸집으로 찍어내듯이 만들어내는 북한의 사회가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절로 감탄할 정도로 그 와중에도 희망을 키워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죠.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모습은 정말 단편적이고, 어쩌면 과연 현시점의 모습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북한의 현재의 모습,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북한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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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시 - 아픈 세상을 걷는 당신을 위해
로저 하우스덴 지음,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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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너무 암기과목처럼 접해서일까요? 중학교 때는 꽤나 즐겨 읽던 시가 문학시간이 생기던 고등학교시절에는 점점 멀게만 느껴졌는데요. 그런데 요즘 조금씩이나마 다시 시를 읽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로저 하우스덴의 <힘들 때 시> 덕분에 말이죠. 그는 시는우리의 상상력을 소생시킨다라고 말하는데요. 제가 시를 다시읽으며 막연히 찾던 것을 문장으로 잘 표현해준 기분이 듭니다. ‘증강현실까지 나오는 시대에, 상상력은 갈수록 사라지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저 아프다라고말하는 우리와 달리 로버트 로웰이라는 시인은 내 몸의 피가 흐르는 모든 곳에서, 나의 아픈 영혼이 흐느끼는 것을 듣는다라고 표현하잖아요. 이런 문장들을 통해, 머릿속에서 상상하고, 나아가서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바람을 갖게 되는 거 같습니다.


 

  10편의 시가 소개되는데요. 다른 시인들의 시구절이 많이 인용되기때문에 정말 많은 시를 읽은 느낌이 들더군요. 첫번째 시는 매기 스미스의 좋은 뼈대입니다. 우리아이들에게 비밀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좋은 뼈대를 갖고있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 싶은 바람이 가득한 시인데요. 솔직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아이들에게 떠미는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마음 역시 진실하게 다가오더군요. 저는 시인은 남다른 예민함과 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시를 쓰게 된 과정이나 시인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그냥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W.S. 머윈의 반짝이는 빗방울이라는시가 기억에 남아요. 사회적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소개하는데, 왜저는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까요? 학교를 다닐 때는 해설 그대로 암기하고 문제를 풀어야 정답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니니 저만의 생각으로 시를 바라봐도 되겠죠. 그리고 잭길버트의 변론답변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였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지만, 어떻게 보면 제부모님의 아이로 태어난 것은 제 노력의 결과가 아니죠. 하지만 그런 우연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때로는극과 극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에도 변론답변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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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화학자 2 - 명화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화학작용 미술관에 간 지식인
전창림 지음 / 어바웃어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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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 간 지식인시리즈는 언제나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려서 미술을 읽어주는 것도 흥미롭고, 또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더해주어 놀랍기도 하죠. 이번에는 <미술관에 간 화학자>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이라는 작품은 정말 유명한데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을 작품으로 옮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건의 비극성과 함의에 대한 연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작품 그 자체보다 다양한 담론에 더욱 귀를 기울일 때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그 작품이 실제로 화가가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이 어두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바로 그가 사용한 안료와 물감 때문인데요. 역청과 상아를 태운 재로 만든 아이보리 블랙이라는 물감 때문에 흑벽현상과 균열, 그리고 부풀어오르는 스케일링 현상까지 있다니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래서 그 그림의 의미가 더욱 깊게 와 닿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엑스레이와 미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엑스레이로 명화를 재해석하는 전시회에서 저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쿠르베의 자화상 중에 하나인 <부상당한 남자>였는데요.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가 실연을 하고, 여인을 지워냈다고 해요. 그 흔적이 엑스레이로 보면 드러나는데요. 저는 도리어 여성이 쿠르베를 품에 안은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여인에 대한 그의 사랑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지워진 그 흔적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원근법은 공기 원근법이라고 해요. 공기가 갖고 있는 무게와 밀도 때문에 멀어질수록 흐릿해지는 것을 작품으로 구현하는 것인데요. 이와 다른 원근법을 사용한 화가가 있었어요. 바로 라위스달이죠. 그는 정말 정밀한 묘사로 작품을 채우지만, 그렇지만 그가 남긴 풍경화에서는 분명히 입체감이 느껴지니 참 신기했어요. <유대인의 묘지>도 그렇고, 그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여 풍경화의 완성자라고 불리는 컨스터블의 <곡물밭>도요. 그래서 더욱 신기하게 기억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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