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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 김대식의 로마 제국 특강
김대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뇌과학자 김대식이 들려주는 로마제국특강 <그들은 어떻게 세상의
중심이 되었는가> 로마가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힘을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에서부터 찾아내듯이, 제국의 멸망 역시 우리의 미래와 많은 접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그래서 그가 ‘서양 문명은 로마 제국에 대한 각주일 뿐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동양에서 살아가는
우리 역시 서양문명과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바로 로마의 몰락을 부채질한 ‘중산층의 몰락’에
대한 것이네요. 로마의 전력은 시민군인이 지탱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아갔고, 불문율처럼 가을의 수확 전에 전쟁은 끝나야 했습니다. 그래야 봄에 뿌린 씨앗을 거둬들일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로마의
팽창이 가속화되면서 전쟁은 해를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자신의 공동체와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아갔던 그들이 돌아와서 맞닥트리는 현실은 이미 노예가 되어 해체되어버린 자신의 가정일 경우가 많았던 것이죠. 심지어 전쟁을 통해서 얻게 된 수많은 노예 역시 많은 세금을 냈던 세넥스들이 차지했고, 결국 중산층들은 일자리조차 찾지 못하게 됩니다. 그 당시 실업률이 70~80퍼센트 정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사회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겠지요. 재미있는 것은 세넥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그들의 저택입니다. 그 저택들이 있던 터에서는 엄청난 유물을 찾을 수 있고, 심지어
상당한 규모의 서재를 소유했던 한 세넥스의 저택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까지 자아냈다고 해요. 물론 그런 저택과 그 속에 있던 유물들은 후대에게는 하나의 축복(?)일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 살아갔던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박탈감을
주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공호수를 만들어 해전도 가능하게 만든 콜로세움을 지었던 물론 “돈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더욱 유명한 베스파시아누스가
네로의 죽음 이후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150여년 간의 전성기를 이끄는 초석을 쌓죠. 하지만 능력이 있는 자를 후계자로 삼던 전통을 깨트리고 아들에게 물려준 사람이 바로 ‘명상록’으로 잘 알려진 아우렐리우스입니다. 이후 로마는 멸망의 길을 차분히 걸어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요? 4차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부의 대물림이 너무나 당연해진 현대사회의 밑그림을 이미 그렸던 시대가 있었더군요.
그래서
김대식 교수는 로마를 우리를 비추고 있는 먼 거울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로마는 그렇게 멸망했지만, 그 유산은 사라지지 않았지요. 잠시 암흑기가 있었지만, 다시 르네상스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그 유산을 이어받은 형식 역시
다채로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암흑기가 있었다는 것이죠. 역사를
잘 알고, 또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굳이 그 단계를
또 걸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흥미롭고,
읽으면서 내내 감탄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