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정원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가 정원에서 살아가는 법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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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 방송작가로 일하다, 영국에서 7년동안 조경학을 공부하고 가든디자이너로 변신한 오경아의 <안아주는 정원> 그녀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몸이 결정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영국에서는 식물이 갖고 있는 회복에너지를 인정하여, 숲에서 산책하기 같은 것들이 공식처방전으로 사용된다고 하죠. 어쩌면 그녀에게도 필요했던 처방전이 바로 그것이었겠죠. 영국에서 돌아와 그녀가 자리잡은 곳은 정원과 설악산을 앞에 둔 속초의 낡은 한옥이었어요. 그 곳에서의 일상이 책을 읽다 보면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사실 정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조금은 다르다는 생각도 했어요. 왠지 어린 시절 할머니네 집에 있는 마당과 비슷한 이미지라고 할까요? 때가 되면 곡물과 열매를 말리는 모습에서 더욱 그랬는데, 우리나라에 마당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나와요. 너무나 극단적이 날씨, 그 속에서 식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손을 번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데요. 덕분에 우리는 좋은 식재료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잘 보관하기 위해 많은 작업들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잘 꾸며진 정원도 좋지만, 사람들의 일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당의 풍경은 더욱 생기가 넘치고 따듯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네요.

 저도 요즘은 식물을 키우고 있는데요. 잘 자라나는 모습이 그저 대견하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행복해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식물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더욱 공감할 수 있었어요. 물론 실망할 때도 있죠. 저도 그래요. 다육이는 잎꽂이를 한다고 하는데, 두 번을 해봤지만 다 실패했거든요. 겨울 내내 그대로이다, 도리어 봄이 오니 말라 죽은 모습에 안타까웠던 적이 몇 달 전일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보며 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네요.

 정원과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삶 속에 그대로 녹아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튤립의 알뿌리는 늦은 가을에 심어두면 겨울을 잘 보내고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해요. 지독하게 추운 겨울에도 생명은 여전히 숨쉬고 있다는 것, 전에 하이쿠를 쓰면서도 이런 내용을 담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쩌면 우리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지치고 실망스러웠던 오늘 하루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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