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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를 넘어서 ㅣ 베틀북 창작동화 7
황선미 지음, 한병호 그림 / 베틀북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마음의 벽을 넘어서 사람들을 믿는 마음으로...
울타리.
우리 조상들의 한옥을 보면 담장은 예쁜 나무 울타리로 꾸미거나, 아니면 작게 흙으로 담을 만들어 꾸몄다.
제주도처럼 담이 없는 곳도 많이 있었을 것 같다.
높은 담이 아니라 아예 없거나 낮은 울타리이기에 이웃집이 훤히 들여다보았고 그렇기에 지금과 같이 담을 쌓고 지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제는 주택들도 높은 담장이 쳐져있고 거기에는 철조망까지 둘려져있는 곳이 많이 있다. 아파트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보안을 위해 입주민만이 가질 수 있는 보안카드가 있고 아파트 현관 뿐 아니라 아파트 단지 입구에까지 아무 차나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어놓았다.
내가 살면서도 불편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마 앞으로 점점 더 이렇게 삭막해질 것 같아서 두렵기도 하고, 가끔은 최첨단 사회와 과학발전이 주는 유익도 있지만, 반면 사람들이 얼마나 고립되고 이기적으로 변할지 걱정이 된다.
그러던차에 황선미 씨의 [울타리를 넘어서]란 책을 읽었다. 리뷰를 쓴다고 들어와서 울타리라는 말에 이런 저런 생각을 가득 적어놓았으니...
황선미 씨의 작품을 접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이다. 첫번째 책이 [나쁜 어린이 표] 였고, 두 번째는 [마당을 나온 암탉] 이었다.
모두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올해 읽은 책이다. 나쁜 어린이 표는 처음으로 초등생이 된 우리 아이의 학급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또 마당을 나온 암탉은 예전부터 많이 들어온 제목의 책이었는데, 양계장 좁은 닭장에서 살던 암탉이 자신도 바깥에 살고 있는 부부처럼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고 싶은 모성애를 어쩜 그렇게 실감나게 표현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난 작가 황선미 씨에게 반해버렸다. - 책을 읽고서 반한 작가가 무척 많지만 말이다.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동화가 실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밥이 살짝 있는 나쁜 어린이표에 못지 않게 초등 저학년들과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게다가 요즘 도깨비와 관련된 동화책을 찾다가 새롭게 알게된 한병호 선생님께서 직접 이 책에 그림을 그리셨다니, 더욱 애착이 간다.
주로 도깨비 그림을 그린 책만 보다가 이렇게 다른 이야기에서 만나니 처음엔 모르고 지나갈 뻔 했는데, 많지 않은 그림이지만 언제 봐도 따뜻한 겉표지(특히 삽살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와 책 속 그림이 이야기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과연 울타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네 편의 동화는 다 각각의 주제가 있겠지만, 다 읽어보면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인 것이다.
그냥 겉으로 보이는 울타리도 있지만, 아마 보이지 않는 마음의 울타리가 더 무섭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 이야기인 [코딱지만 한 괴물]에서는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을 섬세한 터치로 표현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는 바람에 따돌림을 받던 친구 영민이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헤어짐과 함께 마음아파하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요즘 가장 심각한 학교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왕따인 것 같은데,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두 번째 이야기인 [울타리를 넘어서]는 삽살개를 보려고 몰려드는 아이들과 집주인과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의 겉표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앵초의 노란 집]을 읽으면 또 따돌림을 받는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네 번째 이야기는 [괭이 할아버지 인데 점점 핵가족이 되고, 또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오르게 만들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서로 마음을 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안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시댁이나 친정에 가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과 잘 놀아주는 상대를 용케 파악한다.
하지만 자신와 비슷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뿐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고 좀 더 마음을 넓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섣불리 울타리를 치고 그 울타리 속에서만 지내지 않고 죽을 때까지 다 알지 못하는 넓은 세상에서 보다 더 앞으로 나가며 개척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용기를 내어 친구들을 많이 만들고, 자신이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그런 우리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 있다.
그러려면 엄마인 나 역시 울타리를 넘는 용기가 필요하겠지!
보다 너 아량있게 남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배려하는 마음.
이런 책을 읽다보면 닫혔던 마음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리라 생각해본다. 언제 읽어도 따뜻한 마음이 드는 동화. 이 추운 겨울에 아이와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