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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흑역사 - 사건과 인물로 읽는 유럽 어른들의 속사정
위민복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8월
평점 :
개인이 실수를 하듯 국가 또한 실수를 한다. 개인의 실수와 달리 국가나 단체의 실수는 흑역사군 하고 넘어가기엔 피해가 큰 경우도 꽤 많다.
이 책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왠지 신비한 티비 서프라이즈의 성우목소리가 음성지원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파리의 한복판, 빌딩 옥상에서 이루어지는 양봉과 판매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 오르세 미술관과 노트르담 성당 옥상 등에서 만들어지는 벌꿀을 한 반 먹어보고 싶은데 가격이 사악하다.
의외로 도심의 빌딩정원에 벌집이 설치된 곳이 많은데 아무래도 많은 공원과 나무 꽃들로 인해 쉽게 꿀을 채취할 수 있고 맛도 좋다고 한다. 카타콤베에서는 꿀벌주를 제조한다고 하는데 묘지에서 만든 술이라니 뭔가 유령이 먼저 음복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변태성행위 위주의 매춘업을 시작한 수녀이야기, 알랭들롱과 퐁피두영부인이 연관되었다는 스테판 마르코비치 살인사건, 테넷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제네바의 프리포트와 이브 부비에 이야기.
그리고 주영 소련대사관과 모종의 관계이면서 영국의 유력 정치인 프라푸모와도 사귀어 큰 스캔들을 일으킨 크리스틴 킬러( 사진을 찾아봤는데 음. 정말 매력적이고 예쁘다는 ㅎㅎ) 란
스파이 이야기도 담겨 있다.
결투재판, 마녀이야기, 애거사 크리스티의 실종사건도 짤막하게 다뤄진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원두에서 소금기를 제거하다 카페인까지 제거되는 걸 보고 디카페인을 처음 만든 루트비히 로젤리우스는 커피업에 종사했던 아버지가 카페인 커피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믿었다. 이 당시 카페인 추출에 사용된 것은 1급 발암물질 벤젠이었는데 그럴바엔 카페인이 낫지 않을까 싶지만, 이것이 순수아리아 인종의 번영을 위해, 술 담배 카페인 을 금지하던 히틀러의 맘엔 쏙 들었다고 한다. 정작 로젤리우스는 히틀러와 엮이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중세의 춤 전염병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흑사병이라던가 집단 히스테리라던가 하는 추측이 나올뿐 정확히 규명되지는 못했다. 중세에 이 질병이 확산되면서 첫 미사를 집에서 봉헌할때 말고는 춤이 금지되기도 했으며, 증세가 심한 이들은, 손에 작은 십자가와 빨간 신발을 신겨 표식을 한 뒤, 비투스( 성인, 주로 히스테리 관련 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함. 치료가 되면 그들은 비투스에게 감사의 뜻으로 춤을 추었다고 한다) 성당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혹시 여기서 빨간구두가 나온걸까.
실제 빨간구두 소녀는 허영때문에 벌을 받았는 설이 있다. 가난한 소녀는 신부님이 고르라고 한 신발중에 검은색을 골라서 예배볼때 신어야 했지만 무도회때나 신을 빨간 구두를 골랐다. 부유한 이들은 여러가지 색으로 된 신발들을 가질수 있으니 다양한 곳에 적절하게 신고 가면 되지만, 소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음에도 허영으로 빨간 신발을 택해 결국 벌을 받은 거라고)
러시아에서 내리막길 등에 얼음을 얼려 나무로 된 썰매 타고 논 것이 롤러코스트의 시초라고, 그래서 첫 이름은 “러시아산타기” 지만 훗날 미국에서 롤러코스터라 이름짓고 특허를 냈다고 한다.
( 제일 아래 그림은 안락사 롤러코스터, 꼭대기인 500m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면 뇌에 산소부족, 신경마비가 오면서 죽게 된다고.)
프리메이슨은 정부구성에 참여할수 없다는 이탈리아 헌법 , 엘레나 페란테의 익명성을 기어이 고액 부동산 구입 등의 자료를 통해 누군지 밝혀낸 기자에 대한 비난과 옹호. 작가들도 인쇄를 통해 돈을 벌면 부동산을 사는건 만국공통인가 보다.
다아시의 외모 논란, 그 시대에 따르면 콜린퍼시는 절대 아니라고. 하얗게 파우더를 떡칠한, 엘리자베스와거의 같은 길이의 머리카락, 귀족계급이니 얼굴은 창백하고 길며, 뽀족한 턱과 작은 입, 다행히 작가가 키가 커야 미남으로 봤기에 아마 키는 180쯤 될거라 추측한다.
사각 주걱턱은 미남이 아니며 떡 벌어진 어깨와 구리빛은 노동자의 상징이니 아마 어깨도 오종종했을거라고.
재미있게 읽은 건 작가인 리처드 리틀러가 상상해서 만든 1979년에 머무르는 가상의 도시 스카포크에 대한 이야기다. 뭔가 이상하고 섬뜻한 블랙유머를 가진 이 도시는 영국이란 곳에 실제로 존재할법하다.
( 아래 두번째와 세번째 사진은 스카포크란 도시의 분위기와 유머 감각을 표현하는 사진들 )
아무것도 안함, 결정도 없고 의견도 없음을 뜻하는 단어 메르겔른을 만들어 낸, 메르켈이 양자화학 박사란 글을 읽으니 뭔가 그럴법하다. 그녀의 대표적 제스처인 마름모에 대해서 “마름모가 대칭에 대한 애정을 좀 보여주죠” 라고 했다는데, 메르겔의 마름모라고 위키피디아에도 정식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미모의 간첩 혹은 각 나라의 실패담 등 다양한 소재의 글들이 그리 길지 않게 담겨있다.
어디서 본 듯 들는 듯 한 이야기도 있고 몰랐던 이야기들도 많다.
누군가의 흑역사, 실패라기보단 특이하고 재미난 케이스들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 깊이보단 재미, 검색하며 읽은 책)
사진
1.죽음의 롤러코스터
2.스카포크 도시의 시체 찾기 캠페인에서 시체를 찾은 어린소녀
3.스카포크식 유머
4.크리스틴 킬러(bbc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