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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4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평점 :
농촌에선 자식도 재산이다. 풍요와 다산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런 시골에서 농사꾼들에게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한다. 거기다 대를 잇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던 그 시대에, 딸이든 아들이든 상관없이 하나만 낳으라니 온갖 불행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존경받던 산부인과 의사인 고모는, 정부의 시책에 따라, “계획생육”을 철저히 따른다. 아이를 이미 낳은 집의 남편들은 정관수술을, 부인들에겐 루프를, 임신한 이들에겐 낙태를.
철저하고 집요하며 광신적인 고모, 그런 고모와 임산부와의 추격전은 처절하고, 그 끝은 악몽같다. 그러나 고모에게도 이유는 있다. 고모의 연인, 왕샤오티는 비행기를 몰고 대만으로 투항해 버리고, 고모는 남아서 당성을 의심받고 목숨마저 위태로울지도 모른다.
위대한 지도자 덕에, 누구는 목숨을 잃고, 누구는 고아가 되고, 누구는 홀애비가 되고, 누구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버려진다.
카더우(올챙이란 뜻으로 고모가 지어준 아명이다)가 스키타니 요시오에게 그런 고모의 이야기를 편지형식으로 쓰다가, 결말 부분은 희곡으로 마무리된다.
(말년의 고모 모습과 희곡에서, 우리나라의 구담사가 떠올랐다. 구담사는 낙태된 아이들의 명복을 비는 절로, 그 곳에 가면 작은 아이 동자상들이 가득하다.)
아이를 점지해주신다는 지모낭랑의 사당은 부서진다. 과거의 것들은 무너지고, 그 위에 새로운 토대를 세운다고 하지만, 무엇이 다를까.
사당을 모시고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모습이, 당과 마오쩌둥으로 대상이 바뀐다. 다시 지어진 휘황찬란한 낭랑의 사당앞에 이젠 금전들이 오가고, 황소개구리 회사에선 또 다른 의미의 올챙이로 돈을 번다.
법으로 생명을 제한하고, 번외편의 생명에는 벌금을 메기는 나라다. 그런 나라가 이젠 돈으로 생명을 제한하고 번외편에게도 돈으로 생명을 준다.
가부장적인 모습과 산아제한 정책은 우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새학년이 시작되면 선생님이 제일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호구조사였다.
지금은 생소하겠지만, 그 때는 아이들에게 식구수를 물으며 손을 들게 했다.
한 명, 두 명 주로 세명 까지는 괜찮았다. 그렇지만 다섯에서 손을 들면, 선생님의 놀란 눈과 아이들이 쳐다보는 시선.
60명쯤 되는 반 아이들 중에 형제자매가 다섯이상인 친구는 보통 한 둘 정도였다. 친구들 대부분이 장녀거나 차녀였고, 그 애들의 형제자매관계는 둘 아니면 셋이었다.
그래서인지 식구가 많은 것이 학기 초엔 언제나 부끄럽고 잘못된 느낌이 들었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시대에 다섯이라니.
국가의 시책이라는게 얼마나 웃긴가. 이미 태어나 버린 아이들은 번외편이란 느낌, 잘못 태어난 죄책감을 느끼게 했다. 금방 잊어버릴 수 있을까, 그 순간을.
그러고 보면 중국의 번외편들은 더 했을 것, 내가 태어난 순간이 기쁨이 아니라 벌금을 내야하는 불법행위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황허에 떨어진 꽃잎>이 생각났다. 산아제한과 남아선호에 의해, 딸이 태어나면 비닐봉지에 담아 황허에 버리는 것이다, 아들이 태어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