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
장 지오노 지음, 박인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 지오노란 작가의 작품이다. 내겐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그림책으로 기억되는 작가다. 이 분의 소설이 집에 있는지도 몰랐다는 .......
이 책은 나무대신 운명과 비극을 심었다고 할까. 온통 죽음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광기의 이야기다. 작가분이 그리스 비극을 좋아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책을 쓴걸거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폴란드의 풍차라 불리는 영지에 터를 잡은, 코스트 가문이 저주를 피하지 못하고 대를 이어, 요절하거나 미쳐버리거나 하는 것.
결혼 등으로 잠시 저주를 피하는 것같지만, 결국 임시방편일뿐이다. 버찌씨가 목에 걸려서, 혹은 기차사고, 또는 아이를 낳다가 죽음을 맞이하며, 죽음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건 광기이다. 뭔가 강렬할 것 같지만, 그리스 비극처럼 극단적이거나 숙연해지는 맛은 없다. 이런 코스트 가문에 등장하는 영웅은 조제프란 40대쯤 되는 카리스마 넘치는 한 남자다. 어디서 왔는지도 알 수 없지만, 이 죄악과 위선의 도시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코스트가의 딸 줄리와 결혼하고, 그녀가 잠시나마 끔찍한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렇지만 조제프의 죽음으로 다시 코스트가엔 죽음과 광기가 되살아난다.


그리스의 비극엔 이유가 있다. 대부분 신에게 불경한 죄, 혹은 교만이다. 오이디푸스의 비극도 그의 아버지가 신의 뜻을 어기고 동성애에 빠진 죄로 시작된다. 코스트가의 저주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책 속에서 그는 ‘빵을 베푸는 선량한 마음에서 곧장 피에 굶주린 잔인함으로 치달을 수 있는 격렬하고 급변하는 기질의 소유자다’고 묘사된다. 코스트가 4대손인 장은 선함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이 사랑과 분노가 동시에 들끓는 인물로 표현되며, 결국 자신을 스스로 파괴하며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을 택한다. 코스트가문의 비극은 그 과함에 있기에 평범함을 꿈꾸는 것도 오만이 된다.


“어떤 주제 때문에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난 다른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것은 너무도 경솔한 행복의 고백이라 나는 단풍나무들 깊은 곳에서 지옥이 휘파람을 부는 소리를 듣는 듯했다.”

코스트가의 핏줄인 줄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평범함이었다. 가문의 과함을 가감하기 위해 평범한 이들과의 결혼으로 해결책을 찾던 코스트가의 저주는 결국 흘러넘쳐 안개 속으로 흘러간다.

생각해 보면 조제프 씨가 세운 왕국은 그가 운명에 대해 던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멸시였다. 그를 보면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 그리고 이 대상을 위하여〉 아낌없이 베푼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조제프씨, 쥴리 그리고 레옹스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입증해 보였듯이 하나의 낚싯바늘뿐만아니라 단 하나의 버찌에 좌지우지되는 목숨은 어떠한 마음의휴식도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주 조그만 파리조차도 매순간 당신의 모든 삶의 기쁨에 원천이 되는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폭력 없이(아니면 완곡한 방법 없이) 사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조제프 씨는 끊임없이 가장 가증스러운 질투를만들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는 속으로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른 남자들만을 질투하는 자는 행복하다〉라고, 나는 그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쥴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종종 보았다. 그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쥴리를 믿을 수없어. 그녀는 이미 매순간 여전히 나에게서 자기를 앗아갈 것에지독한 추파를 던지지 않았던가 말이다〉라고,

생각해 보면 레옹스의 그런 면은 물론 극히 자연스터운 성향이었으며 그 모든 것은 잘 결합되어 있었다. 그는 자는이 결코 지각하지 못했던 진짜 과녁 곁에 가짜 과녁을 만들어놓았는데 이 과녁은 정확하게 맞혔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했기때문에 —— 이 점은 나로 하여금 쥴리가 노래부르는 방식을 기억나게 하는데 그가 온갖 조각들로 창조한 세계는 아주 사소한 부분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레옹스에게는 악한 점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교제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매우 드문 장점들로 치장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환상을 깨뜨리는 데〉 세월을보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의 정신은 그를 거침없는 태도로그리고 남을 멸시하는 용기를 지니고 위험에 직면하게 했으며, 거의 절망적일 정도로 남을 개의치 않는 쥴리와 코스트 가(家)의 기질은 그를 자진해서 자신을 가장 잔인한 함정에 빠뜨리게 했고 그 함정의 물림장치가 자기 자신의 가장 민감한 곳에서 삐그덕거리는 것을 느끼는 것에 어두운 행복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점은 그의 적수들을 당혹하게 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패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던 것이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2-01-27 20:0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지옥이 휘파람을 부는 소리‘라니 절대 듣고싶지 않은 소리일것 같아요! 😳에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붕괴‘가 떠오르고요. 얼마전 읽은 만화<익명의 독서중독자들>에서도 주인공?이 그리스비극을 좋아하는 경찰이었어요!^^*

mini74 2022-01-27 20:45   좋아요 6 | URL
어셔가의 붕괴 ! 맞아요 미미님 약간 그런 느낌 ~ 저 그 만화책 빌려와서 읽고있어요. 전 예티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ㅎㅎ

미미 2022-01-27 20:54   좋아요 5 | URL
저도요!! 예티 구석에 있어도 자꾸 신경쓰이죠ㅋㅋㅋㅋ

coolcat329 2022-01-27 19:5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라니 섬뜩하네요.
이 소설은 무조건 비극으로 끝나겠군요. 얇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내용은 이렇게 강렬하군요. 몰랐네요.

mini74 2022-01-27 20:45   좋아요 4 | URL
얇아서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찝찝함으로 ㅠㅠ 작가님이 열린 결말로 썼다고 하더라고요 ~

새파랑 2022-01-27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이디푸스 왕> 의 순한 맛인가 보네요 ㅋ 표지는 너무 마음에 듭니다~!! 역시 민음사 전집 보유중인 미니님 👍

mini74 2022-01-27 20:46   좋아요 5 | URL
ㅎㅎ 전집보유중인 미니 로 아이디를 바꿀까요 ㅎㅎ

scott 2022-01-27 2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피와 광기로 물든 이야기여서 민음이 표지로 뭉크 작품을 !ㅎㅎ

mini74 2022-01-27 23:48   좋아요 4 | URL
뭉크 그림이랑 어울리는 내용인거 같아요 스콧님 *^^*

프레이야 2022-01-27 23: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아는 그 장 지오노란 말이죠.
우리가 아는 그 작품 딱 한 가지만 알았지 작가에 대해 별로 알지는 못했는데 미니님 리뷰 읽어보니 장 지오노에게 관심이 생깁니다. ^^

mini74 2022-01-27 23:59   좋아요 5 | URL
이 분 소설 많이 쓰셨더라고요. . 나무를 심은 ~ 과는 좀 많이 다른 소설들 같았어요. 이 소설도 그렇고 ㅎㅎ

바람돌이 2022-01-28 0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무를 심은 사람과는 같은 작가로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분위기가 다르네요. 저는 이분이 소설을 쓴줄도 몰랐는데 말이죠. ^^

mini74 2022-01-28 07:28   좋아요 4 | URL
저도 이번에 알게됐어요. 느낌이 너무 다른 소설이었어요 *^^*

hnine 2022-01-28 0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은 책이네요.
이 소설 리뷰 올라온 것 오랜만에 봐요. 반가와서...^^

mini74 2022-01-28 07:29   좋아요 4 | URL
반가워요 *^^*

그레이스 2022-01-28 07: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민음전집은 리스트 한번씩 확인해봐야해요 ㅋ
저도 갖고 있는 책!;;;

mini74 2022-01-28 07:29   좋아요 4 | URL
저도 앗 내게 이런 책이? 할 때가 있어요 ㅎㅎ

골드문트 2022-01-28 07: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라, 저도 분명히 이 책 읽고 독후감 썼는데..... 업로드는 하지 않은 모양이군요. ㅋㅋㅋ 연휴 때 술 마시다 생각나면 올려야쥐.... ㅋㅋㅋ

mini74 2022-01-28 18:40   좋아요 4 | URL
골드문트님 읽으셨울 거라 생각했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2-01-28 18: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오늘부터 설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주말과 명절 연휴 보내세요.
오미크론 유행하는 시기 건강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ini74 2022-01-28 20:55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고마운 서니데이님 *^^*

희선 2022-01-30 0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 지오노, 저도 나무를 심은 사람만 알았어요 평범하게 살려고 해도 안 된다니... 집안에 내려오는 저주는 누구든 피해가지 못하는 건지... 집터가 잘못된 건 아닐지... 별 생각을 다하는군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