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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아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3
기 드 모파상 지음, 송덕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미남친구에게
지금쯤 세상 무서울 것도, 거리낄 것도 없겠지.
엄청난 지참금과 더 커다란 권력이 되어 줄 쉬잔과의 결혼에, 어제의 폭력은 잊은 듯 한 귀여운 정부 드 마렐 부인까지, 모든 걸 가졌으니 말이야. 꼬인 콧수염과 훤칠한 외모로만 얻은 건 아닐 거야, 권모술수와 염치랑 양심은 도덕심은 모두 내다 버린 결과겠지.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죽음은 아직 자신에겐 너무 먼 일이라고 느낄 거고.
그 시대의 꽤 많은 청춘들이 그렇게 휘몰아치듯 정신없이, 부도덕과 성적 방종 속에서 살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 대다수가 각종 성병과 사치와 권력의 남용으로 결국은 스스로 파멸되었음을 아는가.
그렇지만 지금 여기도 다를 바가 없어.
아이들이 죽어나가도, 텔레비전, 아 신문으로 하지. 언론이란 곳에선 얼마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도하는 곳이거든. 그 곳보다 더하다고?
그럴 수도 있지.
예전부터 우리도 그랬던 건 아니야.
우린 서로에게 건강하세요 나 복 받으세요 혹은 행복하세요를 덕담으로 주고받으며 살았어. 추상적이며 구체적이진 않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는 다르니, 각자가 원하는 행복과 복을 받기를 바랐던 거지.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두가 입을 모아 “부자되세요”를 외치더군. 구체적이고 세속적인 덕담의 파급력은 대단해. 모두들 건강도 행복도 그 무엇보다 부자라는 것이 우선시되었지.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일이나 비도덕적인 일은 아무것도 아니야. 결과만 중요한 거야. 부자가 된 지금, 부자가 된 당신. 그 전의 일은 의미없어. 온통 부자들의 집, 부자들의 사생활, 부자들의 아이들이 노는 방법, 부자들의 일탈, 그렇지만 모두 넋 놓고 보는 거야. 부자들은 저렇구나. 그럴수록 모두들 자신이 한심해 보이지, 난 뭘한거지? 아니 우리 부모님은 도대체 뭘 한거야? 난 왜 이 모양이지? 그렇게 비도덕적이어도 부자인 이들을 더 따르고 응원하는 거야. 나도 그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해서라도 부자가 되고 싶으니까. 나 또한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지 우정도 사랑도 행복도 필요없고, 과감히 부자란 그 두 글자에 투신할테니까, 나쁜 부자들이 벌을 받는게 싫어. 나도 곧 그렇게 될거라 믿으니까.
미남 친구, 자네가 사는 곳, 자네의 신문사랑 돌아가는 모습이 닮지 않았나?
부자들 귀족들의 사생활과 불륜, 정보를 이용한 돈벌이와 그런 모습을 너무나 부러워하며, 내게도 그런 편법과 파렴치한 기회가 오기를 그래서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 세상을 원망하는 것.
미남 친구, 이제 행복한가? 부로 이루어진 성과, 정부로 안성맞춤인 남의 아내들이 널린 이 곳이.
글 솜씨도 세상을 보는 눈도 없는, 그러나 정염을 희롱할 줄 아는 미남 친구, 자네는 아마 죽을 때까지 잘 살걸세. 결코 망하지 않을것이며, 드 마렐 부인보다 나은 정부도 찾을걸세. 그러다 모든 것이 시큰둥해지는 나이가 되면, 권력을 재미삼아 살겠지. 행복할거란 건 장담못하네. 순간 순간은 행복할거야. 더 젊고 예쁜 여자, 더 많은 돈, 더 많은 권력.
그렇지만 더 이상, 또 다른 그 무엇에 대한 욕망도 끝이 날거라네. 자네를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희대의 풍운아일까 아니면 천하의 난봉꾼일까. 남자다운 남자, 개천의 용? 어쩌면 미남 친구, 자서전이나 위인전에 등장할지도 모르지.
참 미남 친구! 결혼을 축하하네. 미래에 벤자민이란 청년이 자네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적이 있다네. 그렇지만 그 청년은 자네와 다른 길을 가지. 정말 그 딸을 사랑하게 되거든. 미남 친구! 자네는 쉬잔을 사랑하진 않잖아. 장모와 아주 불편한 하루를 보내길. 아니 미남 친구, 자네는 불편한게 뭔지도 모를 것 같지만. 장모의 침묵과 차가운 눈길이 지옥의 기도문이 될거야. 자네에겐 딱 안성맞춤이지. 그럼 미남친구! 지금을 즐기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