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지금까지 미술관에서 본 그림들은 모두 캔버스 표면에 그려진 그럴듯한 가짜다.'


거울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울을 깨뜨린 것과 같은 행위였다. 폰타나가 캔버스에 세로로 칼질을 하자 드러난 서양 미술의 진실이었다. 이것이 폰타나가 1947년에 주창한 '공간주의 미술 Spatialism' ( 색과 소리, 공간과 움직임, 시간을 새로운 유형의 예술로 결합할 것을 제안)이다. 이런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연작이 <공간 개념 Concetto spaziale>인데, 캔버스에 칼질을 하는 '컷'시리즈가 대표적이다.- p112


루초 폰타나 (1899~1968) 의 작품을 오하라 (大原)미술관에서 만났다. 붉은 바탕에 검은 줄 3개. 처음에는 눈속임 그림인줄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칼로 자른 것이었다.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물다 왔는데 잔상이 사라지기 전에 책에서 루초 폰타나를 만나다니. 이 화가는 확실히 기억될 것같다. 검색을 해보니 오하라 미술관에서 만났던 그림은 <공간 개념-기대>라는 작품이었다.<공간 개념: 신의 종말>이란 작품은 2008년 경매에서 2,005만 1,466달러 (약 260억 원)에 팔렸고, 15년 후에 다시 경매에 나와서 2,055만 6,900달러 (약 270억 원)에 거래되었다고 한다.

캔버스를 찢고, 구멍을 뚫는 단순한 행위로 미술사에 충격을 준 루초 폰타나. 모든 위대한 발명이 그러하듯, 그것은 아주 작은 차이였으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놀라운 통찰이 깃든 행동이었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미술을 하려면 전적으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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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1-14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초 폰타나 그림은 구병모 작가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표지에 쓰이기도 했어요


희선

march 2024-11-15 20:42   좋아요 1 | URL
책 찾아봤어요. 맞네요. 노란색이네요.^^
 
그림값 미술사 - 부자들은 어떤 그림을 살까
이동섭 지음 / 몽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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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해야할 것같다. 그래서인지 무슨말을 하는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현대미술은 어렵게 느껴진다. 안목을 넓혀보기 위해 아트페어에도 가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동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아트 컬렉팅을 하고 있는 친구랑 함께 가면 내 생각과는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이 주는 느낌도 중요하지만 투자를 위한 목적도 뚜렷이 보였다. 구입을 목적으로 보는 관점은 확실히 달랐다. 천문학적인 그림의 거래가를 들을때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저 돈을 지불하고 작품을 구입하는 것일까 놀라울 때가 많았는데, 저자는 그림값을 길잡이 삼아 미술사를 살펴보자고 했다. 


그림값의 결정 요인으로 총 9가지를 들고 있었다. VIP의 소장작, 희귀성,미술사적 가치, 스타화가의 사연 많은 작품, 컬렉터의 특별한 취향. 투자의 법칙, 구매자의 경쟁심, 뜻밖의 행운, 명작을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 9가지 결정요인에 부합하는 작품들 각각의 사연들은 흥미로웠다. 희귀성이나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들의 값은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구매자의 경쟁심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뜻밖의 행운이란 챕터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초상화를 고전적인 이상과 아름다움에 부합되게 그렸던 신고전주의 화가 로렌스 알마 타데마는 당대 인기스타였지만,  마티스와 피카소등이 등장하면서 잊혔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와 로마가 배경인 헐리우드 영화 <벤허>,<클레오파트라>등이 흥행하면서 역사 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모세의 발견>이란 작품의 2010년 낙찰가는 약 467억으로 예상가의 10배였다고 한다. 뜻밖의 행운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앞으로는 후대의 평가가 남아있는 현대 미술 작품의 가격의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다. 


아트 컬렉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도 그림 보는 안목이 없어서 시작은 못하고 있다. 그런 나로서는 도둑맞았다가 돌아와서 유명해진 그림등 다양한 작품들을 보면서 미술사의 흐름을 한 번 파악해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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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미친 사람들 - 카렐 차페크의 무시무시하게 멋진 스페인 여행기 흄세 에세이 6
카렐 차페크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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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페크의 여행기는 처음인데 아주 재미있게 여행의 묘미와 핵심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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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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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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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2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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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도 좋아하지만,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의 은은함도 좋아한다. 도시의 밤은 밝아서 온전한 달빛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있지만, 보름달이라도 떠서 달빛이 환한 밤이면 집안에 불을 모두 끄고 거실 바닥에 누워 달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를 즐길 수 있다.  밤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있지만, 모든 것을 재생시킬 수 있는 힘이 발휘되는 시간인듯도 하다.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읽고싶었던 책이었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정우철 작가의 글을 좋아하기에 이 책도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전작 <화가가 사랑한 바다>도 나쁘지 않았고. 그 이전에 나온 책들은 상당히 알찬 구성이라 야무지게 그를 만났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고 말해야할 것같다. 작가는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화가들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잘 아는 화가이기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식상한 느낌이 드는 단점도 있었다. 화집이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그다지 나쁘다고 말할 수 없을 수도 있다. 101가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원했던 나는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작가의 의도는 여백을 많이 남김으로써 '밤'의 정취를 독자들이 더 많이 느끼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화가의 마음도 들여다보고, 내 맘을 건드리는 무엇에 집중해보기를 원하는 배려와 함께.


고흐, 모네, 뭉크같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있었지만 처음 만나는 작품들도 많았다. 유명화가들의 작품은 많이 익숙하고, 그들의 이야기도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는 없어서 새로운 화가들에 시선이 가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의 작품에 눈길이 갔다. 존 엣킨슨 그림쇼를 좋아하다보니 반가웠다. 지금까지 봐왔던 한적한 골목길의 달빛 풍경이 아닌 템즈강변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고요함이 느껴졌다. 레세르 우리의 그림을 여러 점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하랄 솔베르그와 장 피에르 카시뇰의 <여름밤>에서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같은 제목이라서 비교해보게 되었는데, 분위기가 비슷했다. 처음 만난 앤 매길의 작품에서는 밤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담겨있었다. 1962년생 북아일랜드 출신인 앤 매길은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하니 화가의 여정을 따라가보고싶은 맘도 생겼다.


존 엣킨슨 그림쇼, <웨스트민스터 템즈강에 관한 고찰>, 1880



앤 매길,<늦은 저녁>, 2002 



깊이도 있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밤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여러 화가들의 작품을 만남으로써 화가들이 밤을 어떤 모습으로, 어떤 감성으로 표현했는지 조금이나마 접해볼 수 있었다는 것은 좋았다. 전시회에 가서 그림을 본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미술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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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12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