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은 책.<셰익스피어,그림으로 읽기>
지금까지 내가 접해왔던 서양의 회화들을 보면 신화,역사,풍경, 인물화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그래서일까? 문학과 미술의 접목이라 참으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그것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라니......
이 책을 읽으며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내가 알고 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빙산의 일각이었다는 것.
둘째,그의 문학작품에 관련된 이렇게 많은 그림들이 있었다는 것.
왜 몰랐을까? 나름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많은 작품들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나의 생각이 짧았다.
이 책은 총 37편의 희곡내용을 다루고 있는데,크게 비극편,사극편,희극편으로 나누어져 있다.모든 작품에 대해서,첫째,작품의 내용 요약,정리.즉, 줄거리를 다루고 있다.둘째,감상 포인트 제시.작품의 문학사적 위치,의의,이해를 돕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셋째,제목에 걸맞게 작품 속의 장면들을 표현한 그림을 실었고,마지막으로 그림에 대해서 저자는 친절한 해설을 들려준다. 그림을 그냥 보는것만으로도 좋지만,개인적으로 이런 설명을 곁들인 책이 좋다. 무심코 보아 넘긴 것들에 나름대로 고민을 한 흔적이 남아있고, 새삼 한 작품,한 작품 가벼이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뇌가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한여름 밤의 꿈 중 '퍼크'가 "우리 요정들은 세 가지 모습을 가졌다는 헤커티 여신을 따라 햇살을 피하여 꿈과 같은 어둠을 좇아 날아갑니다."라고 말한 장면을 재현한 데이비드 스콧의 그림이 있다.극 중 대사 한 마디로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말에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멘델스존은 이 작품의 환상적이고 기이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한다.문학,미술,음악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그런 불가분의 관계가 상대의 가치를 더 높여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저자는 밀레이의 작품들을 통하여 세부묘사가 치밀한 라파엘 전파의 특징을 이야기하고,로코코 화가들의 화려함에 대해서도 알려준다.자칫 딱딱하기 쉬운 미술사조의 분위기를 알아가는것도 색다른 재미였다.
셰익스피어의 대사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T.S엘리엇의 황무지 등에서 차용되고 있는것처럼,현대소설이나 시에 많이 쓰여지고 있다고 한다.그만큼,셰익스피어는 수 많은 세월을 거쳐왔음에도 현대인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작품세계를 그리고 있는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각 작품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명대사들을 발췌해 준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든다.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인생의 덧 없음,분노와후회,경이로운 행복감등 인간의 생로병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의 대사들을 읊조리며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어느덧 난 셰익스피어의 문학작품과 수 많은 화가들의 그림과 하나가 된다.
상당히 많은 노력을 들여서 탄생한 흔적들이 보인다.각 작품의 주제와 맞는 그림을 찾아내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을테고......가만히 앉아서 성심성의껏 준비한 진수성찬을 편하게 맛있게 즐기게 해준 보답으로,난 하나의 결심을 해본다.내가 새로이 맛 본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진지한 만남을 갖고,이 책에 소개되어진 그림들을 깊이 머릿속에 새겨두리라는 것. 정말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