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팬텀>을 보고 왔다.
흉칙하게 태어나 오페라 극장 지하에서만 살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행복했지만 그 순간도 잠시,
비극적인 결말을 맺은 팬텀의 이야기였다.
그의 인생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눈물이 흐를 정도는 아니었는데,
의외의 장면에서 터져버렸다.
팬텀이 엄마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욕창으로 인해 수술하고 40여일 입원했던 병원에서 퇴원하고 요양병원에 계신다.
욕창부위 치료도 계속 해야하고, 치매로 인한 대소변 문제로
일단 요양병원에 모시기로 하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요양병원으로 옮기고 2주가 지났다.
지난 주 월요일부터 시작해 이번 주 금요일까지 아빠가 가신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다.
기억이 자꾸 흐려지시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잡아보려고 간단한 보드 게임과 고스톱으로 시간을 보내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과거를 돌이켜보면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었음에도 놓쳐버린 것들이
많은 것은 아닐까에 자꾸 생각이 미친다.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고 현재에만 집중하자 마음을 먹고는 있지만
그래도 후회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틀 동안 딸, 남편과 공연도 보고 충전하고 왔으니 내일은 또 엄마 보러 가야지.
이틀 보지 않았다고 날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갈때마다 나를 알아보지 못하실까봐 두렵다.
그 시간이 제발 오지 않았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