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봤다.
작품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도 신구, 박근형 배우님의 연기가 보고싶었다.
지난 3월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박근형 배우님의 무대 위의 모습을 처음 봤다.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놀라웠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다.
작년에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예매했었지만
이순재 배우님의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면서 아숴웠었다.
책을 먼저 읽고 갈까 생각하고 펼쳤는데 눈에 들어오질 않아서 과감히 포기.
연극을 보고 책을 읽으면 이해가 더 쉽겠지 생각하고 미뤄뒀다.
연극의 감흥이 끝나기 전에 읽는 것이 좋을듯해서 오늘 드디어 읽었다.
연극 속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읽으니 몰입은 잘 되었다.
그렇다고 책을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같다.
연극을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앞 뒤 맥락을 이해하려 하고, 논리를 따지자면 미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느낌.
하지만, 순간 순간 훅 치고 들어오는 지점들이 있었다.
고도를 만나게 될 시간까지의 긴 시간을 메우기 위해 끊임없이 주제를 찾아서 이야기를 하고,
포조와 럭키의 등장으로 혼란스러움이 찾아오지만 인류애를 보여주는 등.
제정신인 사람은 블라디미르 밖에 없는건가? 싶기도하고.
항상 이 작품을 이야기하면 하게 되는 질문이 고도는 있는 거야? 정말 오긴 오는거야? 라는 거였는데.
막상 연극을 보고 책을 읽고 나니 '고도'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으나 없으나. 나타나거나 말거나......
고도를 기다린다는 것이 삶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희망을 부여잡는듯한 처절한 몸부림으로도 보였는데,
인간에게는 그런 것 하나쯤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 번 읽기는 어려웠지만 조용히 다시 음미하면서 읽고싶어지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