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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평점 :
정착하지 못하고 길 위에 있는 사람들만 잔뜩 만났다. 이렇게 쓸쓸한 이야기들이 가득할 줄은 몰랐다. <초급 한국어>,<중급 한국어>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난 문지혁 작가의 책이다. 앞서 읽었던 책들도 밝고 경쾌한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유학생으로서의 삶, 그곳에 정착하고 싶었으나 한국으로 다시 떠나왔던 삶 속에서 주인공은 부유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이 책 속 주인공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이들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한 동생이 미국 어학 연수를 가겠다고 하더니 그냥 눌러 앉아서 산지 25년이다.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새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렸다.
9편 단편속의 인물들 중에는 홀로 유학생활을 하고 있거나 유학생으로서 결혼을 한 상태인 이들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불안으로 보였다.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오롯이 안정감을 느낄 수는 없고, 불안정한 지위에서 오는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불안감. 커플이라면 그들 사이에 끈끈한 것이 있어야하는데 그마저도 위태로워 보이는 부부들이었다.
가장 맘에 와 닿았던 소설은 <나이트호크스>였다. 12월 31일 아내와 맛있는 식사라도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아내는 우울해했고, 설상가상 접시에 손을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보험이 없는 그들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차마 병원을 찾지 못하고 약국으로 향하던 모습,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갔지만 집으로 날아올 병원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배가 고파서 들어간 식당의 이름은 [나이트호크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제목이었고, 각 테이블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붙어있었다. [나이트호크스]그림 속에서 등을 보이고 있는 남자를 자기라고 생각하는 아내에게서는 짙은 외로움이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공부하는 남편에게 '왜 나는 안 찍어줘? 그 비싼 카메라로.' 라는 말을 했다. 남편에게 큰 것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을 조금만 더 바라봐 달라고 하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또,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여전히 방황하는 이도 있었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무엇하나 결정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가장 힘든것 아닐까싶었다. 과연 그녀의 고민은 끝이 나기는 할까? 이민자와 입양된 아이의 이야기에서는 진정한 자기의 집을 찾으려는 절실함을 보았고, 판타지스러운 단편 <핑크 팰리스 러브>에서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남녀를 만났다. 왜 눈 앞에 있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는건지.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매 순간 선택하고있다. 선택하는 순간 그 길로 걸어갈 수 밖에 없기에 선택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선택하지 않은 길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절대로 알 수가 없다. 내 선택을 믿고 나아가는 수 밖에.소설 속 주인공들은 왜 행복한 이가 없었을까? 그들이 나아갈 길을 정하고, 방황을 끝내고, 진정한 목표를 찾아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