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운명과 조우했을 때 겁에 질리거나 마음속의 격한 동요에 굴복하는 인물들도 있다. [베로치카]에 등장하는 젊은 통계원 아그뇨프가 그런 사례다. 그 또한 순간의 부름과 마주하게 된다.-p67
한 사람은 도피하고, 다른 사람은 머물지만, 두 사람 다 각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다. 이러한 가능성은 때로 한순간에 결정된다. 이는 포드고린의 사례와 같으며 ,[공포]의 주인공이나 [베로치카]에 등장하는 젊은 통계원 아그네프에게도 적용된다. 동일한 이야기가 불과 며칠 만에 인생을 압축하여 그려질 수 있다. -p108
*같은 책인데도 아그뇨프,아그네프로 다르게 표기되고 있다.
소설 <베로치카>에서는 아그뇨프로 쓰여있었다.
<베로치카>에서 주요 장면은 아그뇨프가 베로치카로부터 생각지도 않았던 사랑 고백을 듣는 장면이었다. 그 마음을 받아들여야 하나 잠시 고민하지만, 결국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공포>에서 화자가 느꼈던 감정과 <베로치카>에서 아그뇨프의 감정에는 차이가 있었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갔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내 감정을 타인에게 강하게 어필하지도 않고, 물러날 줄도 알고, 두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마무리가 깔끔했다. 복잡한 감정들이 오가긴 하지만 각자가 잘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오히려 맘에 든다. 랑시에르는 '두 사람 다 각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한다.'라고 했지만 오안벽하게 원하지 않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음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