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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이다. 도서관에는 1,2,5권만 있어서 1,2권에 이어 5권을 먼저 읽게 되었다. 각 권은 독립된 이야기라고 해서 다행이다 했는데, 가능하면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을 것같다. 1권 스토리와 2권에서 만났던 인물이 약간 언급되고 있었다. 당연히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상태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슈루즈베리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기 위한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많은 사람들 중에는 세인트자일스 병원에 있는 나환자들, 환자를 내몸같이 돌보는 마크 수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꼬마 브란, 나병으로 온몸을 망토로 둘러싸고 있는 노인 라자루스, 병원에 약을 채워두기 위해 왔던 캐드펠 수사가 있었다. 늙은 남작과 어린 고아 상속녀 이베타의 결혼이었다. 남작의 수행원 중 한 명인 조슬린과 이베타는 사랑하는 사이였고, 캐드펠은 우연히 그들의 관계를 알게 되었다. 뛰어난 임기응변으로 그들을 도왔고, 그들에게는 든든한 아군이 생긴 셈이었다. 하지만, 조슬린은 도둑 누명과 함께 결혼식 당일 살해당한 남작을 죽인 범인으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또 하나의 살인이 일어나는데, 둘을 죽인 범인은 과연 누굴까?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추리해나가는 과정인데, 캐드펠 수사는 그리 급하지도 않은듯 움직이는데, 예리한 관찰력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었다.
캐드펠 수사는 약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항상 정원에서 각종 허브와 식물을 가꾸는 모습으로 만날 수 있었다. 이 소설의 힐링 포인트이면서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이런 부분들의 영향도 있을것이다. 그런 해박함이 많은 이들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5권에서는 살해된 이의 모자에 붙어있던 개지치라는 식물이 추리에 큰 역할을 했다. 개지치가 서식하는 장소는 대단히 드물었기에 식물이 있는 장소는 살해된 이의 행적을 찾는데 주요한 단서가 되었다.
공정한 라둘푸스 수도원장 (1,2권의 수도원장과 달랐다. 3,4권 어디에선가 바뀌는 모양이다. 이래서 순서대로 읽어야하는데) 과 행정장관을 비롯해 맘에 드는 인물들이 많았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지를 알려준 사람,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온 사람,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위해 기쁘게 물러나는 이. 비중은 높지 않지만 은근히 기다리게 되는 허당 캐릭터 오스윈 수사도 있었다. 의욕적이지만 망쳐놓는 일이 많아 영 미덥지 못한데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켜야하는 캐드펠 수사의 고충이 느껴져서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캐드펠 수사는 유머 감각도 있는 사람이었다.
"내 자네만 믿네." 그러고는 거리로 나와 들리지 않을 만하게 되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하느님 제 거짓말을 용서해주소서. 또한 이게 부디 진실이 되기를...... 아니면 최소한 이것이 제게 죄보다는 공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스윈, 이 친구야. 자네에게 기회가 왔으니 이제 혼자 힘으로 날개를 한번 활짝 펴보게나. 기회를 잘 활용하라고!"-P 181
5권에서는 가슴 아픈 가족사가 있었고, 어른들의 욕심에 학대당하는 소녀도 있었다. 그런 폭력이 자행되지만 소녀를 지키려는 선한 마음들을 가진 이들에 의해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그래서, 좋았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에는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진실을 묻어둠으로써 가장 최선의 행복을 선사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이다.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모든 이들에게 진실을 전하기보다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따하 행동하는 캐드펠 수사는 그래서 더 인간적으로 보였고, 그래서 더 자주 만나고 싶은 맘을 가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