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순히 작별을 고하지 마시게
하루의 끝자락에서 노년은 격렬하게 타올라야 하느니
격노하라, 빛의 소멸에 맞서 격노하라......
-딜런 토마스
"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거죠."
이 말은 노인들을 슬프게 하고, 또 그들을 유배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그런데 자기가 죽을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 역시 엄마에 관해서 그런 상투적인 표현을 쓴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일흔 살이 넘은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진심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막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몹시 슬퍼하는 쉰 살가량의 여자를 만났더라면 나는 그 여자를 신경 쇠약증에 걸린 환자로 치부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죽을 텐데, 여든 살이면 죽을 만큼 충분히 나이를 먹은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중략)
지금 이 순간 인간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는 그 자체로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자신의 죽음은 사고다. 심지어 자신이 죽으리라는 걸 알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인간에게 죽음은 하나의 부당한 폭력에 해당한다. (p152~153)
장례식장에 갔을 때 호상이란 말을 종종 들었다. 당연하듯 고개를 끄덕이곤 했는데, 부모님을 보면서 그런 생각은 없어졌다.
호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죽음이 있을까? 살아있는 자의 입장에서 말해질 뿐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