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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 ㅣ 페이지터너스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빛소굴 / 2024년 6월
평점 :
<금각사>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미시마 유키오를 <사랑의 갈증>으로 만났다. 남편에게 사랑을 받고싶었지만 남편의 외도는 에쓰코를 질투심에 떨게했다. 남편이 장티푸스에 걸려 죽은 후에는 시아버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시아버지는 그녀를 탐했고, 시아버지에게 몸을 허락했다. 이게 가능하다고? 혼자서 열받고 생각만해도 스멀거리는 느낌이었다. 사랑이 담기지 않은 육체적인 관계는 아무런 의미도, 거부감도 없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에쓰코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무미건조한 나날을 보내는 에쓰코는 어린 하인 사부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의 마음을 모두가 알았지만 사부로만은 알지 못했다.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사부로가 그런 인물이었는데, 만약 사부로가 사랑을 알았다면 소설의 결말은 달라졌을까? 그의 아이를 임신한 미요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낀 에쓰코는 미요를 쫓아내기까지 하지만, 사부로는 그런 사실에도 무심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무책임하다니,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군.
에쓰코의 감정은 정확하게 무엇이었을까? 진정한 사랑을 원했던 것이라고 해야할까? 그렇다면. 그녀가 원했던 진짜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복잡미묘한 감정을 따라가려니 힘들었다. 에쓰코가 원하는 것을 얻었나 생각한 순간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감정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그러한 감정선을 표현해내는 작가의 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제목은 사랑에 대한 갈증이었지만, 질투라는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사랑에 질투의 마음이 자리하면 위험하다는 친구의 말에 적극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엮는 일 따위는 쉽게 할 수 있어. 사랑하지만 않는다면......-p97
이처럼 사랑이란 감정이 생겨버리면 거기엔 수 많은 감정들이 따라온다. 행복과 긍정의 감정도 있지만, 질투와 소유욕,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까지.'사랑은 때로 행복보다 고통에 가깝다.(뒷표지)'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생각났다. 줄거리는 그다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문장의 아름다움만은 강하게 남아있는데, 이 소설도 그랬다. 풍경 묘사, 감정 묘사 등 다시 읽고싶어지게 하는 부분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