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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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 책으로는 서유미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입니다.
첫 소설집이었던 「당분간 인간」에서는 2편의 단편이 실리지 못하였고 두번째 소설집이었던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에선 2편을 덜어내셔서 아쉬움이 가득남았는 데 이번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과 5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있어 기대가 되었습니다.
7편의 단편들과 5편의 짧은 소설 모두 가독성이 좋았고 결혼과 이혼, 이별과 후회로 가득차버린 과거와 불완전한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는 것을 가감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표지그림 속의 여인의 표정이 납득이 되던 소설들이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달라졌을까, 지독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창 밖에 행복으로 가득한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동경하고 빛바랜 추억들을 되돌아보며 한 걸음 나아가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은 너무나도 많은 데 적절히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며 괜찮게 여겨지는 이 밤을 묵묵히 보내려고 합니다.
서유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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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릉 산책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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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이후 6년만에 출간된 정용준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선릉 산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를 읽었을 때 소설집에 실린 단편의 대부분이 제목이 변경되어서 의문을 가지기는 했지만 적절한 것 같아 인상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로 그 맘때쯤에 북플을 하기 시작했죠.
표제작인 (선릉 산책)을 읽었을 때는 분명 이 전에 읽은 적이 없었는 데 얼굴에 보호대를 차며 나무들의 이름을 줄줄이 읊던 한두운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시간당 1만원으로 한두운같은 사람을 돌봐주는 일을 혹여나 제안받게 되면 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았으나 다시 되돌려줄수 밖에 없었던 승희이기도 한 두부(두부)와 큰지진이 나서 아수라장이 된 서울 종묘의 정전에 살포시 앉아 문화해설사인 이도와 야간 경비원인 서유성을 지긋이 바라보던 흰 눈처럼 하얀 고양이 스노우(스노우)를 저도 보고 싶었고 (사라지는 것들)의 엄마의 선택을 저 역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아요.
(이코)는 2018년에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어 그 때 읽어보고 두번째로 읽게 되었는 데 도리어 (선릉 산책)보다 낯설게 느껴졌어요. 자신을 좋아하지 말라고 말하는 미이에게 안 좋아하는 것이 더 슬프다고 말하는 주우의 머리통을 쓰다듬고 뒤통수를 한 대 때리고 싶어졌어요. (이러면 제가 악마같나요?)
(미스터 심플)을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에는 슈퍼주니어의 동명의 노래제목이 생각이 났었는 데 전혀 상관없으며 있는 데 없는 것처럼 사는 것과 없는 데 있는 것처럼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 데 둘 다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양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빨래방을 가기는 해야 하는 데 날씨 핑계, 피곤함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어서 큰일이네요.
큰 범죄를 짓진 않았지만 제게도 (두번째 삶)이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의 반전이 있는 (두번째 삶)의 준범처럼 꾸준히 쓰고 또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에서 혼자 걷거나 둘이서 걷거나 산책을 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해서 꼭 그런 것 때문은 아니지만 내일 아침부터 조금씩 가볍게 걷고 싶어졌습니다.
정용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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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1-10-27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어요 ㅎㅎㅎ반갑네요.
 
너를 닮은 사람
정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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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가 정소현작가님의 등단작이기도 한 (양장 제본서 전기)가 실린 「실수하는 인간」이 한창 방영되고 있는 JTBC 수목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 맞춰 새롭게 옷을 입고 제목또한 (너를 닮은 사람)으로 바꿔서 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일 맨 앞에 실린 (양장 제본서 전기)를 읽기 시작했는 데 ‘합법적으로 사라지는 서비스‘를 신청하는 영지라는 인물이 아직도 기억에 남고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 데 두 번째로 읽으니 점점 집이 되어가는 엄마와 사진관을 운영하는 친아빠가 아닌 아빠 그리고 빌어먹을 집구석인지라 신청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저는 아직 온전히 시청하지 않은 (너를 닮은 사람)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의 주연인 두 배우가 각각 그 인물들로 매칭이 되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 데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었고 의도한 것이지만 완전하게 문장이 이뤄지지 않은 채 끝이 나서 책이 잘못 인쇄되었나 싶어 갸우뚱했다가 찬찬히 읽어보니 그렇게 끝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폐쇄되는 도시)에서는 고현자할머니를 찾기 위해 ‘삼‘이라는 인물이 점점 폐쇄되는 도시 속으로 들어가고 (돌아오다)에서는 취업을 하며 할머니와의 독립을 하게 되었지만 극성을 부려 결국 할머니의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손녀가 출산이 임박한 윤옥을 집으로 들이며,
어릴적 함께 했던 자매와도 같은 제인을 찾으려고 하는 (이곳에서 얼마나 먼), 나의 부모와 내가 함께 살았던 동네의 집을 찾기 위해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에 잠시 머무는 (빛나는 상처)와 전쟁통에 끌려간 남편 임학평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낯선 남자의 집에 갇혀버린 아내와 죽지 못해 살아버린 노파가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지나간 미래), 그리고 그 어감 자체로 제가 인상깊게 여겨지는 (실수하는 인간)까지
총 8편의 단편을 9년만에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고 그때부터 꾸준히 제 생각과 느낌들을 표현할 걸 후회도 되고 그렇습니다.
한창 방영중이라 40여쪽 안팎의 단편소설을 1시간짜리 드라마로 무려 16부에 걸쳐서 보여줄텐데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단편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또한 궁금하여 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책이었으나 초판을 3쇄밖에 찍지 못해 아쉬웠는 데 드라마가 방영되고 새로 재판을 찍어서 그런지 벌써 3쇄를 찍었다고 하니 제가 더 기쁘네요.
정소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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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우스 - 2021년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수상작
이숙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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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수상작인 이숙종작가님의 「보트하우스」를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드는 마음은 저도 물 꿈을 꾸고 싶다, 정확히는 물 속에 잠겨있는 무덤이 나오는 꿈을 꾸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는 세 사람이 있는 집에서 2살 후에는 두 사람, 네 사람, 일곱 사람이 살던 집에서 살다가 두 사람만 살던 집에서 오랜 시간동안 살다가 현재는 한 사람만 사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보트하우스가 정확히 어떤 집을 이야기하는 지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고 있고, 직접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그 형태 같은 것이 잘 그려지지 않는 게 한국에서는 이러한 집을 보기가 좀처럼 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아무튼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버린 베틀 짜는 여자, 죽었으나 소리없이 도둑무덤 옆에 묻혀 물에 잠겨버리고 세월이 지나 사람들은 서서히 그런 기구한 사연을 잊혀가지만 꿈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이미지들......
이야기는 필립 케멜 캠밸이라 남자가 교수였던 서지향과 그의 딸인 최연지와 함께 보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이야기와 연지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교차되어 읽는 내내 흥미로웠습니다.
세 사람, 네 사람, 두 사람, 한 사람으로 좁혀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은 알 수가 없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은 실재한다는 것을 생각해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숙종작가님, 진심으로 목포문학박람회 목포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리며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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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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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보는 자음과모음 새소설 시리즈의 9번째로는 권정현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검은 모자를 쓴 여자」입니다.
하민이라는 스물일곱살의 여자가 공무원시험을 4번 떨어진 후에 만난 남편과 결혼을 하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지만 불의의 사고로 불과 세 살이었던 아들 은수가 세상과 작별하자 그때부터 절망과 불안을 느끼게 되고 은수의 빈자리를 채우기위해 반려견인 무지를 입양하며 공허함을 달래려 노력하던 이들에게 신이 축복을 내려주신걸까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불현듯 찾아온 천사처럼 은수와 비슷한 또래인 동수, 그 옆을 지키고 있던 눈동자마저 새까만 고양이 까망이를 발견하여 운명처럼 그들의 가족이 되면서 은수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이제 행복하게 사는 일만 남았는 데 새벽에 베란다에서 아래를 쳐다보던 중 자신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눈빛을 보게 된 후로 주변을 맴도는 그때의 실루엣이 신경쓰이던 차에 산책을 나갔다가 평소와 달리 사납게 짖으며 불안해하던 무지가 까망이에게 공격을 당하여 결국 한쪽 눈이 실명되는 사고가 나자 곁에 있던 동수와 까망이를 의심하고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이 그 실루엣과 연관이 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이야기인데 처음에는 은수를 잃은 충격이 완전히 사라지기전에 기이한 일들이 민의 주변에 연이어 일어나자 불안하면서도 끝까지 맞써 싸우려고 하는 민의 모습이 점차 무서워지기까지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구체적으로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결말에 이르면서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진실을 안다한들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더 무섭더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예민해진 것인지 피곤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분명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었는 데 확인해보면 아무 것도 없어서 의아해하며 읽었습니다.
앞서 나무옆의자 로망컬렉션으로 출간된 「미미상」도 읽어봐야겠습니다.
195쪽에 ‘의사가 그런 민을 기자려 (기다려)
주지 않고 말했다.‘라는 오타가 있네요.
권정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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