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글라스를 끼며 서점에 방문하여 보통 사람들은 읽을 수도 없는 행성어로 쓰여진 책을 2~3권씩 매일 구매하는 수상하기 짝이없는 여성(행성어 서점)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은 데도 밤이 될때까지 멜론을 파는 장수와 그 옆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2030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거나 염려하며 2030년의 ‘상징‘을 전시(소망 채집가)하기도 하며 2060년에 발라드가 유행하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2003년으로 파견가는 과거조사관(애절한 사랑 노래는 그만)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은 요즘 대세작가이시지만 저는 아직 접해보지 않았던 김초엽작가님의 짧은 소설 「행성어 서점」에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저는 SF나 우주같은 방대한 장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막연하게 생각만 하였는 데 이번에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로 이 책을 읽으면서 세계적으로 침식하여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선 안되는 초록색 털실이나 눈이 없는 햄스터같기도 하며 커다란 공벌레같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미생물(우리 집 코코)이나 보이지 않지만 진심을 알 수 있다는 가면을 쓴 사람들(시몬을 떠나며)과 온 몸에 버섯이 자라나 기력이 떨어짐에도 결코 떼어내려고 하지 않는 마을 사람들(오염 구역)처럼 저도 멀게 만 느껴지는 SF장르를 제 마음 속에 조금씩 침입하게 두고 싶습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휴게소에서 기다리다 발견하여 들어간 허름한 가게에서 맛을 본 푸딩을 좋아하게 된 다현씨(지구의 다른 거주자들)처럼 저 역시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김초엽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해에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7
우다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37번째로는 미로 속에 갇혀 헤매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시는 우다영작가님의 「북해에서」입니다.
저는 북해에 가본 적도 없고 북해가 정확히 어디인지 잘 모르겠는 데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선‘이라는 인물이 군인인 아버지와 아버지의 제자들이며 역시 군인들인 남자들 사이에 있으면서 어머니와 같은 인생을 살고 싶어하지 않지만 여기에 모인 제자들 중 혹여나 나선의 결혼상대가 될수도 있으니까 어머니의 부탁으로 아버지의 의도가 담긴 질문에 자신있게 답하던 군인들에게 커피를 따라주던 중 한 사람이 나선의 신경을 쓰이게 만들었고 마침 놓여져 있던 모자를 발견해 그 모자의 주인이 아닐까하며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다가 이야기가 끝나고 일어나 나가려는 그 사람에게 모자의 주인여부를 물었지만 그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모자를 아무렇게나 두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며 끝나는 비교적 짧은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전쟁이 일어나 도시전체가 폐허가 되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던 중 가족들과 헤어지고 설상가상 P국의 군인에게 쫓기다 수로 속에 군인과 갇히면서 20여일 동안 비스킷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비스킷을 독차지하며 죽어가는 군인에게 끝까지 비스킷을 주지 않고 홀로 살아남은 ‘오경‘의 이야기와 숲 속에서 태어나 숲 속에서 사냥을 하며 살다가 남편을 잃고 역병이 돌아 아들까지 잃고 마는 ‘미림‘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흘러 북해를 다스리고 제국을 정복하던 왕도 그 왕의 부탁을 받아 종을 만들던 장인도 병이나 죽음을 맞이하고 그렇게 지어졌던 각종 건물들과 벽들 또한 균열이 생기고 무너져 이 땅에 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소멸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한 소설안에 미로처럼 얽혀있는 「북해에서」71쪽의 ‘그것 외에 할 수 있은 없었다.‘라는 문장이 정확히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우다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가 없는 일
김혜지 지음 / 민음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일하고 있는 편의점에서는 1+1나 2+1행사를 하는 데 1개를 반드시 구매해야 1개를 더 주고 2개를 구매해야 1개를 더 주는 거죠. 6개월 무이자 할부라든지 카드 결제시 얼마 할인 받는 것도 그 해당 카드로 결제를 해야 해주는 것이며 통신사 멤버쉽 할인도 할인된 만큼 포인트를 차감해주는 것등 세상에는 ‘대가‘없이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는 데 오늘 읽은 김혜지작가님의 첫 소설집 「대가 없는 일」에 실린 7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어떠한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 것의 대한 대가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언니)에서는 인플루언서인 ‘모찌하은맘‘이 물품을 협찬받으며 SNS에 올려 홍보하고 (지아튜브)의 지아와 지아의 부모님은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늘리기 위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아가야, 어서오렴)에서는 간절히 아이를 갖기 위해 직장상사의 노골적인 따가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난임 시술을 하는 등 대가를 위해 행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녀가 「오, 사랑」을 부를 때)와 (제주행)의 언니들에게 위로를 받았으나 서로 어긋나버린 모습들을, (나쁜 피)에서 암울한 현실에서 선택한 대가로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을 맞본 야간대학 졸업장을 가지고 있던 9년차 인포직원과 순조롭게 교감이 되기 위한 담임의 선택을 받아들인 대가로 투명인간이 되며 억울한 학생이 그저 남일처럼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의 따른 대가는 반드시 어떻게든 어떤 방향이든 저에게 오며 그 대가를 오롯이 받아들일지 또한 저에게 있겠죠. 그 것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대가 없는 일」을 통해서 조금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 의미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김혜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리산 2021-11-10 2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JD님 ! 작가보다 더 높은 경지의 서평을 보게 되네요. JD님 서재에 들어있는 좋은글 잘 읽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9번째로는 앞서 7월에 첫 소설집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내신 신종원작가님의 「고스트 프리퀀시」입니다.
이 소설집에는 손 떨림과 근육 강직, 평형감각 상실등 퇴락한 운동신경의 징후들이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파킨슨병으로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1938년 음력 7월 28일생 양계진씨의 꿈과 현실을 수시로 드나드는 (마그눔 오푸스)와 보드게임에 이용되는 구각 뿔 주사위 두 개를 이용하여 0부터 99까지의 수만큼 전진하며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아나툴리아의 눈), 제가 알고 있는 김태용작가님과 작가님의 친구분이자 시인인 박지일님이 등장하는 표제작 (고스트 프리퀀시), 그리고 서이제작가님과 최근 글쓰기에 짓눌려있다며 고백하신 짧은 에세이 (운명의 수렴)과 첫 소설집에 이어 해설을 맡으신 이소 문학평론가님의 (주술과 언어의 유물론)이 실려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마그눔 오푸스)의 양계진씨를 보면서 최근 체력과 나이가 듦으로 인해 그만두신 저희 편의점의 물류센터 기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일 하셨기에 퇴직금을 많이 받으시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이가 듦으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면서 일을 그만두시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너무 나이가 들어 체력이 저하,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불안해지며 따로 준비하지 않은 그 후를 생각하면 막막해지더군요.(아나툴리아의 눈)을 읽으면서는 작가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고스트 프리퀀시)와 (운명의 수렴)과 (주술과 언어의 유물론)을 순서대로 ‘읽어‘ 나가며 앞서 출간되었으나 읽지는 읺은 「전자 시대의 아리아」를 꼭, 꼭 읽어보려고 합니다.
뒷면의 앞으로 출간될 시리즈의 작가님 라인업을 보면서 기대감이 증폭되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신종원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월의 첫 책으로는 서유미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이 밤은 괜찮아, 내일은 모르겠지만」입니다.
첫 소설집이었던 「당분간 인간」에서는 2편의 단편이 실리지 못하였고 두번째 소설집이었던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에선 2편을 덜어내셔서 아쉬움이 가득남았는 데 이번 소설집에는 7편의 단편과 5편의 짧은 소설이 실려있어 기대가 되었습니다.
7편의 단편들과 5편의 짧은 소설 모두 가독성이 좋았고 결혼과 이혼, 이별과 후회로 가득차버린 과거와 불완전한 현재,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다가오는 것을 가감없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서 표지그림 속의 여인의 표정이 납득이 되던 소설들이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달라졌을까, 지독한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저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길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창 밖에 행복으로 가득한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동경하고 빛바랜 추억들을 되돌아보며 한 걸음 나아가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은 너무나도 많은 데 적절히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들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며 괜찮게 여겨지는 이 밤을 묵묵히 보내려고 합니다.
서유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