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뉴 휴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7
정지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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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문지혁작가님의 「P의 도시」마지막으로 휴지기를 가진 은행나무출판사의 노벨라시리즈가 2023년 4월 황모과작가님의 「서브플롯」, 박문영작가님의 「허니비」, 장진영작가님의 「취미는 사생활」을 출간하며 다시 재개함과 동시에 그동안 노벨라시리즈로 출간되었던 기존작품들 또한 새로운 옷을 입으며 개정판으로 출간이 되었고 그로부터 1년 후인 2024년 4월 노벨라시리즈의 신간이자 17번째인 정지돈작가님의 「브레이브 뉴 휴먼」이 출간되어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저출산시대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은행나무에서 출간된 작품들 중 재난(재앙) 같은 삶에서 대리모가 되려고 하는 진영과 샤오의 이야기인 강영숙작가님의 「분지의 두 여자」와 역시 재난인 코로나 펜데믹을 맞이 하여 얼떨결에 생겨버린 둘째를 노오산인 작가 김하율 씨의 다사다난한 출산 과정을 그린 김하율작가님의 「어쩌다 노산」을 앞서 읽어서 그런지 산모의 연령이나 생활습관, 유전자로 인해 산모는 물론 태어날 아이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이 되는 불안한 현실에서 공교롭게도 이번에 출간되는「브레이브 뉴 휴먼」에서는 그 문제들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는 ‘인공 자궁‘을 소재를 하여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안전하게 아이를 출산하며 인간이 낳은 아이와 그다지 차이 없는 아이라는 점에서 어떻게보면 희망적이지 않을까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이나 소설 속 배경인 2040년이나 나아진 것은 없어보인다는 것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고 더나아가 인공 자궁에서 태어난 체외인이 인간이 낳은 일반인 사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단지 노동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암울한 미래 속에 그나마 나은 삶을 살아왔던 체외인 아미와 함께 ‘집‘에서 졸업한 권정현지, 아미의 연인이자 일반인인 근위축성측색경화증, 쉽게 말해 루게릭병을 앓고 있지만 유전자 주사를 맞으면 제어가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철멍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현실을 살아가는 체외인 경비원 애드 이렇게 4명의 인물들 속에서 들여다보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미래에 다시 정의되는 인간의 가치를 확인 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어제 유튜브에서 인간은 아니지만 평균 수명 10~5년인 고양이의 수명을 두 배인 30년으로 늘리게 할 수 있는 신약을 일본에 개발했으며 빠르면 내년부터 보급이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해서 고양이를 키우지는 않지만 마음이 뭉클해졌는 데 좋은 것만 보고 싶고 좋은 점만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 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무미건조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동시에 드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그 것이 인생이지 않을까하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표현하기가 어려워 이렇게 뜬금없이 글을 마무리하려는 저를 작가님이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바라 보며 저 역시 용기를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지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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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는 맛
최민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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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어제와 오늘을 자나 새로운 마음으로 내일을 시작하기 전, 잠시 앉아 마음을 돌보며 한 잔 들이켜보는 재충전의 맛(뒷표지)을 보여준다는 것에 혹해서 집은 최민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힘내는 맛」을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황소 같은 과감함과 몬스터 같은 괴력(해설 : 무뎌지는 맛, 225쪽)을 지니게 해줄 것 같은 에너지드링크보단 커피를 주로 마시게 되어 입맛이 무뎌져 있었는 데 「힘내는 맛」에 실린 일곱 개의 단편들이 주는 다양한 맛(전부는 아니어도)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주의 관점에서 제가 별게 아니라면 지금 내게 닥친 힘든 일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호들갑을 떨어봤자 소용없지 않은가. 하나씩 해결하면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힘든 일도 거리를 두고 보게 되고요.‘
(우주의 먼지, 22쪽)

‘물론 인간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
하지만 설사 우리가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아무리 희미할지언정 어떤 식으로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종이컵에 실을 이어 만든 장난감 전화로 속삭이는 어린아이들처럼.‘ (보라색 사과의 마음, 59쪽)

‘세상 모든 것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확하고 올바른 균형이.‘ (변함없는 기분, 75쪽)

‘포기하는 건 아니에요.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걸음 물러서서 잠시 기다리려는 것뿐이에요. (......) 과거를 버려야 할 순간이 오면 자신밖에는 믿을 수 없는 거죠.‘ (가을의 곡선, 124~5쪽)

‘다들 자기가 이룰 수 없는 소망만 골라서 꿈을 꾸는 거 같아요.‘ (보호색, 154쪽)

‘가족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존재예요. 고전역학이 아니라 양자역학. 별 어이없고 해괴한 일이 맨날 일어나니까. 그러니까 나도 마음대로 살아도 돼요.‘ (힘내는 맛, 218~9쪽)

「힘내는 맛」에 실린 단편들을 순서대로 읽으면서 단편마다 마음에 가는 구절들이 하나씩은 있어서 비록 (보호색)의 거지같은 놈(152쪽)인 사진관 주인의 이상한 행보, (요시히로의 자리)의 발암같은 101호 커플을 향해 저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치솟아 올랐지만 오묘하고 경험해보지 못했으니 몰랐던 여러가지의 맛을 한 권에 느낄 수 있었던 아주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최민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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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을 걷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1
김솔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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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의 51번째는 제가 첫번째 마니아로 등록되어 있는 김솔작가님(「암스테르담 가라지 세일 두번째」는 출간 당시에 읽었는 데 리뷰를 남기지 않았고 「너도밤나무 바이러스」, 「망상, 어 語」, 「보편적 정신」, 「마카로니 프로젝트」를 읽어 리뷰를 남겼고 「모든 곳에 존재하는 로마니의 황제 퀴에크」, 「부다페스트 이야기」, 「살아남은 자들이 경험하는 방식」, 「유럽식 독서법」은 알라딘에서 구매했으나 읽어보지 못(안)했고 작년에 출간된 「말하지 않는 책」과 「사랑은 위대한 승리일 뿐」은 알라딘이 아닌 교보문고 매장에서 구매했지만 역시 읽어보지 않았으며 「당장 사랑을 멈춰주세요, 제발」은 아예 구매조차 하지 않았는 데도 작가님의 첫번째 마니아로 등록되어 있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이 2023년 「현대문학」 7월호에 발표하셨고 퇴고를 5번이나 하신 「행간을 걷다」이며 늘 그렇듯 알라딘에서 구매하여 발 빠르게 읽어보았습니다.
어마어마한 부와 명예를 지닌 환갑의 금고 기술자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뇌졸중으로 인해 죽음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둘로 나뉘어지게 되며 자신과의 이혼을 원하는 아내에게 남길 유산과 이혼신고서, 유언장이 담긴 두 개의 금고를 과연 아내가 열 수 있을지 읽으면서 저도 궁금해졌고 도나우강이 등장하는 걸로 보아 기술자가 사는 곳은 우리나라가 아니지만 군인 출신의 대통령이 통치하고 하천과 나라를 경제적으로 발전시키 위해 갖가지 일들을 실행하는 부분에서 잠시 우리나라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었고 또 신체적으로 둘로 나뉘기 전부터 자신과 한 몸이었던 쉥거라는 파렴치한 범죄들을 저지른 존재와 그에게 반해버렸고 뇌졸중에 걸린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아내, 곧 죽음과 가까워지는 자신의 기술과 업을 물려받을 죽은 자의 명예를 위해 산 자들이 끝까지 싸워주는 전통이 없는 이 나라에 불법 체류 중인 아마드(191쪽), 그리고 이제는 걸을 수 조차 없게 된 하천변을 걷고 있는 사람들과 새, 노숙자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 사이를 미로 처럼 지나가는 기분을 느꼈고 죽음에 서서히 다가가는 인물을 보면서 제가 맞이할 죽음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전청림 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210쪽 ‘하천의 시간은 부풀어 오르는 분자처럼 비일상과 일상을 오가며 걷잡을 수 허무맹랑해지다가도 한없이 핍진해지며 끝없이 늘어난다.‘라는 문장에서 생략된 글자의 행간을 생각해보았습니다.)을 읽으며 나와 너로 쪼개진 남자의 모순에 깃든 행간, 하천을 사이에 둔 시간의 행간, 서사의 행간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요동치며 분절내며 이끌어가는 이 소설(211쪽, 일부변형함.)을 세상에 내놓으신 작가님의 행운에 기꺼이 수긍하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김솔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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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점심
장은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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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소설집 「당신의 외진 곳」이후 4년만에 출간된 장은진작가님의 네번째 소설집 「가벼운 점심」에 실린 6편의 단편들을 모두 계절을 담고 있는 데 봄부터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계절의 순서대로 단편들이 실려있어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러운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자신의 곁을 떠날 수 밖에 없던 아버지가 조부의 부고로 인해 한국으로 잠시 돌아왔고 장례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다시 떠나려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식사를 패스트푸드점에서 하게 되는(가벼운 점심) 부터 오래된 연인과의 결혼을 현실적으로 망설이는 남자가 원룸 앞에 버려진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게 되는 (피아노, 피아노), 역시 자신만의 소중한 한남동 집과 스타인 웨이 피아노를 아내의 건강을 위해 버려두고 올 수 밖에 없었고 아내의 소원으로 헌책방을 열며 스무 살때까지 쳤었던 피아노를 가지고 아내에게 들려줄 연주곡을 작곡하며 곡에 가사를 붙여보는 (하품)의 피아니스트와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아 버려진 집에서 살아보기 위해 청소하는 (고전적인 시간)의 여자, 눈에 띄지 않았던 그녀를 눈에 담아 자신이 번역하던 아무도 모르고 또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작가의 소설을 그녀에게 보여주던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의 복학생과 살아내기 위해 철길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열차들을 지켜보는 (파수꾼)의 철도 관리원까지 「가벼운 점심」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오늘 하루도 살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고양이를 포함한 여러 존재들의 무탈한 안녕을 마음 속으로 빌어보려고 합니다.
장은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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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소설가
조광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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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2일에 출간된 변호사 이력을 지닌 조광희작가님의 「밤의, 소설가」를 읽어보았습니다.
앞서 읽었던 판사 출신 변호사이신 도진기작가님의 「애니」를 읽었던 터라 이 소설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밤의라는 필명을 지닌 소설가 미연과 철학을 전공했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사법고시를 보고 변호사가 된 건우가 밤의의 소설을 계기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데 (밤의, 소설가)에서는 변호사 건우의 시점으로 (건우, 변호사)에서는 소설가 미연의 시점으로 그리고 (래비, AI)에서는 그 두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인공지능 AI 래비가 모든 일들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 데 물론 소설이기에 허구이지만 어떤 것이 소설 속 상황이고 그 소설을 쓰는 소설가의 상황인지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정말로 소설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인공지능 AI가 우리 사람을 대체하고 더나아가 그들에게 자아와 감정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서도 왠지모를 두려움이 동시에 드는 것은 저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호기심과 생존본능이 자연스레 작동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200쪽도 안되는 분량이기에 뇌과학자이신 정재승작가님의 말씀처럼 단숨에 읽었고 오랜 시간 토론할 수 밖에 없는 소설이기는 했지만 그 위에 쓰여진 문구는 너무 스포일러가 아닐까 하는 데 사실 그것도 소설 속에서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소설가가 쓴 소설인 것인지 모호하기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해보고 싶습니다.
조광희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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