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전히 동양고전들을 읽고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 읽은 책들을 판본을 달리해서 읽거나 재독하고 있기 때문에,

그 비중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동양고전과 더불어 읽어야지 하고 다짐했던 서양고전의 비중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특히나 현재는 독일 철학의 고전들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이미 고전읽기를 시도하던 초반부터 한나 아렌트와 칼 슈미트 같은

독일의 정치철학 쪽을 읽어오던 터라,

이런 변화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는데요,

읽다보니 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쪽으로 흘러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칸트'와 '헤겔'을 중심으로 독일 철학의 고전들을 읽고 있는데,

쉽게 책을 쓰지 않는 인물들 답게

악전고투 중입니다.^^;;;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번역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칸트 같은 경우에 칸트 책들을 전문적으로 번역했던 분의 번역이

읽기 힘든 것으로 유명했는데,

막상 직접 마주니치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어서 고통스런 독서를 하긴 했는데,

일단 읽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헤겔의 경우에는 워낙 방대한 철학적 체계를 구축한 인물이라서,

이 인물의 사상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차네요. ㅎㅎㅎ

어쨌든 계속 읽고 읽어서 나중에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하이데거까지

나아가도록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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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지음, 유은영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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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마크 해던

1.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취향과 당신의 취향이 다르고, 영수의 취향과 철수의 취향은 다르고, A와 B와 C와 D의 취향은 다르다.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재미없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재미있게 읽은 책이 내게 재미없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는 다른 사람의 것일 뿐이다. 그건 내가 읽고 느낀 감상이나 해석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를 결코 맹신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건 그 사람이 읽고 느낀 감상이나 해석일 뿐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가 의미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는 나름대로 하나의 책에 대한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서평이나 북리뷰가 나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직접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2.

이 책에 대한 가혹한 서평을 봤다. 나는 그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책을 읽는 방식이 다르고, 책에 대한 생각이 다르니까. 책을 읽고 무언가를 남겼다는 점에서 분명히 그 서평은 의미가 있다. 나는 그 서평을 보면서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던가를 떠올려봤다. 나는 어떤 점에서 이 책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던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자폐증에 걸린 한 소년이다. 자폐증에 걸린 소년에게 세상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내게 이 소설은 의미있었고, 즐거웠다. 자폐증이라는 단어는 알지만, 자폐증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이 소설은 자폐증에 걸린 사람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문학이 자랑하는 간접체험의 구실을 톡톡히 한다. 나 아닌 다른 존재의 삶을 체험하게 하고, 그것에 감정이입하게 만듬으로써 나라는 존재의 지평을 넓히는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는 이 소설을 높이 평가한다. 내가 보기에 이 소설에서 미스터리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니까. 추리소설의 외양을 띄거나 추리소설의 요소를 차용하고 있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추리나 미스터리가 아니라 '자폐증 걸린 소년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인식하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추리소설이 아니니까, 추리에 중심을 두고 읽으면 실망하고 재미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추리에 대한 집착을 놓으면, 이 소설은 자폐증 걸린 소년의 삶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소설이 된다. 추리소설에서 기대하는 자극이나 반전이 없어서 밋밋하지만, 그 밋밋함은 자폐증 걸린 소년의 삶을 세세하게 그려내는 문학적인 서술이 되고, 추리소설이 줄 수 있는 강렬한 감정은 없지만,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는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따스함으로 변한다. 이렇게 소설은 어떻게 읽냐에 따라서 천변만화한다.

3.

예전에 심각한 자폐증에 걸린 아들들을 둔 한 소설가의 슬프지만 유머러스한 글이 담긴 에세이를 읽고 독서토론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자폐증을 둔 자식이 없고, 자기 자신도 자폐증이 없는 이들은, 그 책에 쉽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자폐증 자식을 둔 한 분은 말 중에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 눈물을 쏟았다. 자폐증에 걸린 적도 없고 자폐증 자식도 없는 나는 오히려 눈물을 쏟은 분에 공감했다. 왜냐하면 나는 최대한 책을 쓴 작가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노력했으니까. 여기서 그 책에 공감한 나의 독서방식과 공감하지 못한 다름 분들의 독서 방식중에서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내 방식이 보다 다양한 책들에서 의미와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

책은 다양하다. 책 읽는 방식도 다양하다. 책의 다양함과 책읽는 방식의 다양함이 세상에 존재하고, 각각의 것들이 나름의 세계상을 구축한다면, 그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다양한 세계상을 넘나드는 방식의 독서를 선택했다. 그것이 나의 아집과 편견과 독선을 제어하고, 세상과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것이 다양한 책들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니까. 그것이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을 재미읽게 읽게 만드니까. 난 계속 이 방식대로 읽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책에 가혹한 평가를 내린 서평을 보면 미소지을 것이다. '난 다르게 생각하는데 내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래' 하면서.

*우연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의 목록을 봤다. 널리 이름이 알려지고, 유명한 책들과 더불어 이 책의 이름이 그 목록에 올라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동시에 기뻤다. 그 목록에 이름이 올랐다는 건, 책을 읽는 방식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이 책을 읽고 즐거워한 이들이 세상에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의미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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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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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7640.종이 동물원-켄 리우

'(미국에서) 유색 인종 작가의 글은 오로지 자전적 고백일 때에만 가치 있는 것으로 대접받습니다. 저는 그런 분위기를 거스르고 싶어서, 처음에는 제가 물려받은 중국 문화와 관련된 것은 무조건 피하려고 했습니다. 전혀 중국적이지 않은 서양적 글쓰기를 지향했던 겁니다. 그 결과는 끔찍이도 답답했습니다. 그건 입의 절반이 테이프로 막힌 채 말하는 것, 몸의 절반이 마비된 채 춤추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p.561)

나는 내 감정을 뒤흔들고 휩쓸면서 나를 흥분시키고 내가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끌린다. 아니, 끌린다는 말은 내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 '홀려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홀려있다. 나는 언제라도 홀린채로 이야기 속에 빠져들에 이야기의 바다에서 헤맬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는 남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려 애쓰며 평생을 보낸다. 그것은 기억의 본질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 무감하고 우연적인 우주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한 습관에 '이야기 짓기의 오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의 일면에 닿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야기 속에 있는 은유를 좀 더 선명하게 구현할 뿐이다.'(p.7~8)

이야기에 홀려 있는 인간인 내가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을 놓칠리가 있겠는가?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건 내가 아니다. 이 책이 나를 선택했고, 나는 책의 선택에 따라 책을 읽었을 뿐이다. 책의 선택에 따라 책을 읽을 수밖에 없게 된 독자인 나는, 켄 리우가 펼쳐놓은 이야기의 흐름에 빨려 들어가서 헤맬 수밖에 없었다. 흥분과 즐거움과 슬픔과 안타까움과 놀라움이라는 감정을 지닌채로.

'오랫동안 잊으려고 애썼던 언어나 개네 돌아왔고, 그 말들이 내 안에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 살갗을 뚫고, 내 뼈를 뚫고, 결국에는 내 심장을 꽉 움켜쥘 때까지.''(29~30)

SF적이고 판타지적인 상상력을 토대로, 미국에서 살아가는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그에 따라 파생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을 부어넣고, 작거 자신이 삶에서 길어올린 것들과 생각한 것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섞어서 이야기를 만들면 <종이 동물원>이 된다. 물론 말이 쉬울 뿐이다. 저것들을 다 섞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켄 리우는 해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당신과 나, 우리는 서로 다르고, 우리가 지닌 의식의 특질도 우주 양 끝의 두 별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내 사유가 문명의 미로를 지나 당신의 정신에 닿는 기나긴 여정에서 번역을 거치며 아무리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해도, 나는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리라 믿고, 당신은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믿는다. 우리 정신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닿는다. 비록 짧고 불완전할지라도.

사유는 우주를 조금 더 친절하게, 좀 더 밝게,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기적을 바라며 산다.'(p.9)

<종이 동물원>을 읽는 동안 행복했다. 이야기에 홀려 있는 인간의 쾌락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기에. 재미의 끝에서 글 한 편을 끄적이는 게 그나마 내가 느낀 행복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라고 중얼중얼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그런 건 내가 경험한 행복에 비하면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그저 나는 내가 느낀 행복에 따라 작은 감정의 편린들을 기록할 뿐이다. 분석이나 비평과는 거기를 두고. 난 그렇게 '감상문'으로 다시 행복하게 회귀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이야기이 미로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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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달에는 선정했던 '이 달의 책'을 2,3,4월달에 하지 않아서 오늘 한 번 정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2월의 책

오기,전국시대 신화가 된 군신 이야기-임건순

<손자병법>의 그늘에 가려진 천재 전략가이자, <손자병법>에 비해서 덜 알려졌지만,

중국 제가백가 중 하나인 병가의 책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인 <오자병법>의 주인공인

오기의 삶,철학,병법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젊은 동양철학자 임건순의 책.

3월의 책

비탄의 문-미야베 미유키

현대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과 모순점들을 미야베 미유키의 판타지적인 상상력으로

엮어낸 소설.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이고, 환상적이다.

4월의 책

메리 수를 죽이고-오쓰 이치

내가 사랑하는 오쓰 이치의 밝고,어둡고,환상적인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단편집. 뒤편의 소름끼치는 어두운 단편들과 앞부분의 밝지만 슬픈면이 있는

이야기들의 독특한 조화 속에서 '역시 오쓰 이치다!'라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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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40권

80.이중톈 중국사4:청춘지-이중톈

81.이중톈 중국사5:춘추에서 전국까지-이중톈

82.이중톈 중국사6:백가쟁명-이중톈

83.신이 된 시장-하비 콕스

85.종교의 자연사-데이비드 흄

86.동물들의 침묵-존 그레이

87.칸트 이성철학 9서 5제-백종현

88.울트라 소셜-장대익

89.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90.중세의 재발견-박승찬

91.무너지기 쉬운 절대성-슬라보예 지젝

92.대학.중용-이세동

93.신의 죽음 그리고 문화-테리 이글턴

94.세계와 역사의 몽타주,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권용선

95.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로버트 라이시(읽는 중)

96.진중권의 서양미술사:모더니즘과 포트스모더니즘편-진중권

97.다시,책은 도끼다-박웅현

98.종교의 미래-하비 콕스

99.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미야지마 히로시

100.삼귀-미야베 미유키

101.추억의 야상곡-나카야마 시치리

102.중종의 시대-계승범

103.우리가 아는 선비는 없다-계승범

104.평행과 역설-에드워드 사이드,다니엘 바렌보임

105.후 항설백물어(하)-교코쿠 나쓰히코

106.메리수를 죽이고-오쓰 이치

107.청일전쟁, 국민의 탄생-오타니 다다시

108.중용-동양고전연구회(민음사)

109.러시아혁명 1917-1938-쉴라 피츠패트릭

110.대학-동양고전연구회(민음사)

111.이중톈,정치를 말하다-이중톈

112.헤겔 이후-프레더릭 바이저

113.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승효상

114.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칼 세이건

115.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하타케나카 메구미

116.영국 기행-니코스 카잔차키스

117.논어-공자(휴머니스트)

118.소년들-앙리 드 몽테를랑

119.부자들은 왜 민주주의를 사랑하는가-대럴 M. 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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