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시스 정암고전총서 플라톤 전집
플라톤 지음, 강철웅 옮김 / 아카넷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3-13.뤼시스-플라톤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니 한 문장이 떠오릅니다. 왜 이 책은 읽기 어려운가. 그렇습니다. 이 책은 읽기 어렵습니다. 필연적으로 이 글은 이 책이 왜 읽기 어려운지 고찰하는 방식으로 쓸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나에게 왜 이 책은 읽기 어려운 것인지를 고찰하는 것이겠죠. , 먼저 그 전에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보겠습니다. 이 책은 우정이라고 번역되는 필리아에 대해 논의한 서양 최초의 책이라고 합니다. 에로스에서 시작해서 필리아로 옮겨가는 논의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어떤 걸 주장하고, 주장한 그걸 자신이 반박하고, 반박한 것 자체를 다시 반박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어렵네.^^;; 책의 내용을 대충 말했으니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걸 말해보겠습니다.

 

우선 이 책의 형식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A라는 명제가 있다고 합시다. 소크라테스와 뤼시스와 메넥세노스는 A라는 명제가 맞는지 대화를 나눕니다. 소크라테스는 A를 분석하며 A가 맞지 않음을 증명합니다. 다른 두 사람도 동의하죠. 이제 셋은 A가 아닌, B라는 명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소크라테스는 B라는 명제를 파고들며 B라는 명제가 틀렸음을 알아냅니다. 다음에는 C가 등장하죠. 소크라테스는 C도 맞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뒤이어 D, E도 등장하지만 모두 소크라테스의 증명에 의해 부정됩니다. 그러다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 작품은 뤼시스와 메넥세노스라는 두 소년의 보호자가 등장하며 어정쩡하게 막을 내립니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냐고...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이 이런 식으로 말을 계속해서 논박하다가 특정한 결론 없이 파장인 아포리아로 끝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읽을 때마다 찾아오는 저 허무함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됩니다.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을 계속해서 읽을 생각이라면, 허무함을 넘어서서 이 방식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저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익숙해질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두 번째로 이 책의 문장, 아니 말 자체가 이해가 안 됩니다. 제 이해력, 독해력이 부족한 걸까요? 분명히 한글로 적혀 있는데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문장은 이해되는 것 같은데 늘여서 파악해보면 전체적으로 이해가 안 되요. 소크라테스는 자기가 한 주장을 반박했다가 다시 옳다고 하고, 옳다고 한 이야기를 뒤에는 다시 부정하죠. 이걸 도대체 몇 번을 반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뒤집히고 뒤집히고 또 뒤집히는 글을 읽다가 결론도 없이 막을 내리는데 이게 어떻게 이해가 되나요?

 

어쩌면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라 불리는 논증의 방법을 초기 대화편을 통해서 연습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몸으로 체화하는 것이죠. 자기 몸으로 스승의 대화술을 익힌 뒤에 그걸 바탕으로 중기 이후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유를 전개해나는 것이죠. 어찌 되었든 초기 대화편인 <뤼시스>는 읽기가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있나요. 읽기로 했으니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당연하게도 <뤼시스> 읽기도 이번 한 번이 끝이 아닙니다. 꾸준히 계속해서 읽겠습니다. 이해가 되든 안 되든. 한 번 시작했으니 포기는 없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원 2023-04-30 2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직하고 담백한 글에 막 웃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서재를 만들어 운영하시네요.

소크라테스의 우정은 크리톤에게 했던 마지막 부탁이 정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뤼시스론을 좀더 기대하고 있을게요.

짜라투스트라 2023-05-01 14:30   좋아요 0 | URL
감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