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2023-49.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는 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예측을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아마 범인은 저 사람이 아닐까, 이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면 이런 결말이 있지 않을까. 재미있는 건, 예측과 추측대로 소설이 흘러간다면 흥미는 반감된다는 사살입니다. 아, 내 예측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이라면서. 반대로 예측과 추측을 벗어난다면 흥미는 배가 됩니다. 예측할 수 없음의 쾌감이 뇌로 흘러들면서 재미를 극도로 느끼게 되니까요.
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은 예측할 수 없음의 쾌감의 끝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일본 정통 추리소설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상상력의 끝을 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통 추리소설을 쓰는 일본작가들이 이 장르에서 이 이상의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그런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느 순간부터 어떤 틀이 보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에 추리소설의 틀을 끼워넣는 느낌의 연속.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연장선상에서 읽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블랙쇼맨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블랙쇼맨과 환상의 여자>를 읽었습니다. 마술사 경력이 있는, 도쿄의 외진 골목에 있는 바 ‘트랩핸드’의 마스터 블랙쇼맨 가미오 다케시가 자신과 엮인 여성들의 사건을 돕는 이 책의 첫 단편인 <맨션의 여자>는 제 고정관념을 다 부순 예상밖의 전개를 보였습니다. 트릭이나 상황전개가 저의 예측을 벗어났으니까요. 드라마적인 측면에서 예상이 안 되는 전개, 꼬이꼬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전개가 재미있었습니다. 단순히 속인다는 것은 예상을 했지만, 속인다는 것을 넘어서서 속이고 또 속이고 속이다보니 예상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예상이 안 되는 전개라는 측면에서 저는 이 단편만으로도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두 번째 단편인 <위기의 여자>는 너무 예상대로 였고, 마지막 단편인 <환상의 여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주 보이는 감동적인 드라마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첫 단편인 <맨션의 여자>가 책의 흥미를 이끌어가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이 단편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독서의 의의를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