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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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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3.사랑의 역사-니콜 크라우스

 

모든 사랑은 저마다의 사랑의 역사를 가집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 했다면, 그 사랑은 자신만의 사랑의 역사를 가진 셈이죠, , 여기서 이 사랑의 역사를 소설로 쓴다고 쳐보죠. 일단 누군가가 자신만의 사랑의 역사를 씁니다. 여기서 그친다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지 않겠죠?^^;; 자신만의 사랑의 역사를 쓴 이는 그 원고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잃어버립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사랑의 역사는 노년의 인물에게 기적적으로 가닿습니다.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는 이 과정을 그린 아름답고 멋진 소설입니다. 바로 사랑의 역사가 전해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의 핵심에는 세 인물이 얽혀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한 여자를 너무나 사랑해서 그 사랑의 역사를 글로 써서 남겼지만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의 비극 앞에서 여인과 헤어지고 미국에 건너가서 열쇠공으로 살아남은 한 남자. 친구의 원고를 들고 칠레로 가서 살다 친구의 소설에 매혹되어 그 소설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고 평생에 걸친 죄책감을 가지게 된 또다른 남자. <사랑의 역사>를 우연히 잃고 매혹된 아버지 때문에 <사랑의 역사> 속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달고 태어난 소녀. 소녀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더 이상 사랑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를 다른 남자들과 이어주려고 노력하다가 우연히 <사랑의 역사> 속 수수께끼와 얽혀 소설의 비밀을 파고들게 됩니다.

 

얽히고 설킨 관계들이 뒤엉키고 풀리는 과정을 통해서 소설은 사랑이 인간에게서 인간으로 전해진다는 너무나 단순하고 확실한 진리를 아름답게 알려줍니다. 동시에 소설은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비극 앞에서도 사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비극을 거치고나서도 사랑은 따스하게 인간의 마음에 스며든다고 소곤거립니다. 니콜 크라우스는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문학적인 방식으로 <사랑의 역사>를 전하는 인간들의 역사를 섬세하고 따스하게 그리며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과하지 않게, 감상적이지 않게, 역사의 비극에만 빠지지 않게, 문학적인 기교를 담아서 예술적으로. <사랑의 역사>를 전하는 사람들의 사랑의 역사를 읽고 나니 내 마음이 젖어드네요. 문학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듬뿍 들이마신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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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연애소설
홍지운 지음 / 아작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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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2.공상연애소설-홍지운

 

SF는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때로 잔혹한 꿈으로, 때로는 정교한 과학적 상상력의 현실화로, 때로는 불가능한 것들이 실존하게 만드는 사고실험으로, 때로는 낭만적인 모험담 같은. 이 모든 다양한 이야기들이 SF에 포함되고, 하나의 작품에서 그 어떤 특정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드러냅니다.

 

<공상연애소설>은 저 중에서 무엇을 뵤여줄까요? 제목에서 예상되지만 이 책은 낭만적인 꿈, 현실을 따스하게 품에 안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SF를 한국어로 번역한 단어 중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공상과학이라는 단어에서 과학을 뻬고 연애라는 단어를 넣은 만큼, 이 책은 공상연애같은 낭만적이고 따스한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때로 책 속의 이야기는 다른 SF에서 보일 수 있는 잔혹하고 가혹하며 극단적인 이야기로 갈 뻔하지만, 작가는 그 궤도에서 방향을 틀어 결국은 낭만적이고 따듯한 이야기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마치 무언가 잘못된 길로 갔다는 듯이.

 

히어로가 등장하는 모험담으로, 낭만적인 연애담으로, 연애 이야기가 깃든 유머러스한 성장소설로, 무언가 따스함을 갖춘 디스토피아 느낌의 소설로, 러브크래프트 풍의 공포 소설 분위기에서 낭만적인 이야기로 변주되는 소설로, 무언가 음모론 느낌의 소설이지만 극단까지 가지 않은 이야기로, 그 외의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되는 이 공상 연애들은 SF의 가능성이 단지 과학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SF도 이야기이고, 이야기라면 응당 인간의 다양한 삶을 품으며, 품어진 이야기 중에는 인간의 사랑과 낭만의 이야기도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알려주는 공상연애소설을 읽고 나니 저의 공상은 다시 다른 곳으포 향하게 됩니다. 따스하면서도 극단으로 가지 않는 상상의 영역으로. 그게 <공상연애소설>이 저에게 보여준 상상의 영역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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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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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1.원청-위화

 

원청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의 이름입니다. 소설 <원청>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인 원청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그 도시에 살고 있다고 여겨지는 한 여자를 찾아나서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자 그 남자를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다른 말로 <원청>은 어긋난 인연의 이야기입니다.

 

, 맞습니다. 저는 <원청>을 어긋난 인연의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어긋나 갈라지게 된 두 사람은, 저마다의 삶을 살면서 현실과 마주하고, 마주한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나가게 됩니다. 두 사람의 갈라선 현실은 청나라 말기와 중화민국 초기라는 배경을 두고 있습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던 그 시대의 현실은 두 사람의 삶에 역사적 현실성이라는 무게감을 더하죠. 이 역사적 현실성은 실존했던 잔혹함과 폭력성을 보여줍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폭력이 생생히 저질러졌던 살육의 현장을 위화는 가감없이 그려내면서, 소설적 현실 속에 역사를 담아내는 자신만의 문학적 방식을 이 작품에서도 사용합니다. 그건 서글프면서도 기쁘고 슬프면서도 즐겁습니다. 그건 그 모든 것들을 다 담아내면서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이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죠.

 

위화는 초기에 폭력적이고 잔혹한 실험적인 소설들을 쓰는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가랑비 속의 외침> 이후로는 초기의 경향을 벗어나 삶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데 집중합니다. 기쁨과 슬픔과 서글픔과 힘겨움과 고단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지는 서민들의 삶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말입니다. 그건 삶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려 했다는 말입니다. 오랜 기간 공들여 써내려간 <원청>에서도 위화 식의 삶의 아름다움의 문학적 형상화는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폭력적이고 잔혹한 초기 경향의 창조적 재생산과 더불어. 아마도 위화는 지속적으로 이 삶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문학 속에 담아내겠죠. 그렇다고 한다면 저도 그의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읽으면서 그 삶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삶의 아름다움에 중독된 독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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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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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심윤경

 

1.

독서모임에서 책 이야기 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평에서는 독서모임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심윤경 작가가 작가 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에세이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에세이집이지만 소설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냐고요? 보통 소설은 가상의 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이 현실적이든 현실적이지 않든 소설에는 서사가 핵심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죠. 그에 비해 에세이는 서사보다는 개인 감정의 표현이나 삶의 묘사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핵심에는 서사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서사냐고요? 자기 삶을 그리는 자기 서사라는 대답을 해야겠습니다.

 

2.

저자인 심은경은 자식을 낳고 양육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양육의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저자인 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자신이 성장한 과정을 파고들게 됩니다. 자신의 성장과정을 파고드니 저자는 자신의 양육 과정의 핵심에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가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저자의 할머니는 언어의 미니멀리스트입니다. 많은 말 보다는 적은 수의 말을 하고, 말이 아닌 다른 것들로 손녀인 저자와의 상호관계를 이끌어나갑니다. 끊임없는 신뢰, 상호 존중의 비언어적 제스처, 애정의 지속적인 비언어적 표현, 여유있는 언어 사용과 기다려주는 행동, 흔들림없는 안정적인 감정 등으로 저자의 할머니는 예민하고 별난 저자의 흔들림없는 안식처이자 편안한 보금자리가 되어줍니다. 저자는 할머니라는 평안하고 안정적인 토대를 통해 유년기를 별문제없이 지나가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할 수 있는 인간이 됩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저자는 할머니가 했었던 일들을 딸과의 생활에서 최대한 적용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많은 말보다는 적은 수의 말을 통해 여유를 보여주고 기다려주려고 노력하며, 세세하게 지시하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무언가 할 수 있게 해주기 등을 통해서 저자와 딸의 관계는 과거보다 더 나은 상태가 됩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에서도 저자는 어김없이 할머니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삶의 모습을 이용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이 겪었던 극심한 작가적 슬럼프의 상황에서도 저자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떠올리며 슬럼프를 극복해 나가게 됩니다.

 

3.

제가 읽은 에세이들은 대체적으로 일관된 구성을 지녔다기보다는 다양한 글들을 복합적으로 묶은 구성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일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자인 심은경은 자기 삶을 그리는 자기 서사를 핵심으로 살아서 책을 꾸려나갑니다. 그리고 그 자기 서사의 중심에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가 있죠. 저자 자신의 든든한 토대가 되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와 저자가 그려내는 삶의 서사를 보면서 저도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삶을 그리는 서사에는 심윤경 작가의 아름다운 할머니 같은 든든한 토대가 있었는가? 나에게도 평안하고 안정적인 삶의 근원적인 무언가가 되는 게 있었는가?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네요. 저도 저자처럼 제 삶을 곰곰이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찾아봐야 겠습니다. 찾다보면 저만의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저도 어쩌면 그걸 토대로 무언가 다른 글을 쓸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령 나의 아름다운 책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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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 열린책들 세계문학 155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권오숙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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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9.맥베스-윌리엄 셰익스피어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고 돌아다니지만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처량한 배우일 뿐.

떠들썩하고 분노 또한 대단하지만,

바보 천치들이 지껄이는 아무 의미도 없는 이야기. (p.137)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분량이 많고 모호하고 불확실합니다. <리어 왕>4대 비극 중 가장 어둡고 슬픕니다. <오셀로>4대 비극 중 인간의 정념에 가장 집중합니다. <맥베스>4대 비극 중 가장 전개가 빠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이야기할 책은 4대 비극 중 가장 전개가 빠르다고 여겨지는 <맥베스>입니다.

 

텍스트를 보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저는 <맥베스>를 주인공인 맥베스의 심리 변화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우선 맥베스는 공을 세워 기뻐하는 상태에 있습니다. 다음으로 맥베스는 세 마녀를 만나 그 자신이 왕이 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마치 악마의 유혹 같은 이 말은 맥베스에게 의혹을 안깁니다. 진짜 내가 왕이 될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맥베스에게 현재의 왕을 죽일 기회가 옵니다. 맥베스는 주저하죠. 하지만 아내가 맥베스를 몰아붙이며 맥베스는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이 됩니다. 그 이후로는 그 이전의 인간 맥베스가 아닌 악당 맥베스, 폭군 맥베스, 권력에 집착하는 맥베스의 영역입니다. 이 상태에서 맥베스에게 의심이나 주저는 없습니다. 그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존재로서 행동합니다. 자신이 죽인 인물의 유령이 보이면서 맥베스에게 슬슬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맥베스는 애써 무시합니다. 자신에게 들이닥칠 파멸의 그림자를 무시하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과는 다릅니다. 맥베스는 현실 부정 끝에 자신이 부정하던 현실에게 따라잡혀 죽음을 맞습니다.

 

이건 안정된 지위를 누리다 변화를 겪는 과정과 이어집니다. 자신의 상태에 만족하던 한 인물이 세 마녀를 만나서 동요되고, 변화하게 됩니다. 이 때 세 마녀가 맥베스에가 불어넣은 건 야망이라는 개념입니다. 자신만의 삶에 머무르던 맥베스는 세 마녀가 불어넣은 야망이라는 마법에 홀려 위로 날아오르려 합니다. 처음에는 의심하죠. 내가 올라갈 수 있을까? 저 위로 날아오르는 게 가능할까? 주저할 때 아내는 확신을 심어줍니다. 그래 해보자. 해보는 거야.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것들을 버리고 그는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왕을 죽이고 자신이 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위로 올라왔으니 그는 다시는 내려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내려 가기 싫으니 수단방법 안 가리고 위의 자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그의 행동이 그의 파멸을 초래합니다. 그의 파렴치함과 부도덕함과 폭력성에 반발한 이들이 그를 몰아내려고 합니다. 맥베스는 주변에서 들리는 경고음에도 불구하도 눈을 감습니다. 현실에 눈을 감고 현실을 보지 않습니다. 보지 않으면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눈을 감는다고 존재하는 현실이 사라집니까? 현실은 사라지지 않고 맥베스의 목을 서서히 조입니다. 아내의 죽음 같은 파멸의 목소리가 들리는데도 그는 멈출 수 없죠. 위로 올라와서 내려갈 수 없으니까요. 결론은 그의 파멸이자 죽음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결말을 보지 않으면 세 마녀의 목소리는 맥베스에게 축복처럼 보입니다. 결말을 보고나니 세 마녀의 목소리는 축복이 아닙니다. 그건 저주죠. 너는 왕이 된 다음에 죽을 거라는 저주. 근데 그 저주의 다른 이름은 야망입니다. 세 마녀가 불어넣은 야망을 다른 말로 하면 파멸입니다. 야망=파멸. 축복이 저주가 되고, 야망이 파멸이 되는 마법. 저에게 <맥베스>는 비극의 마법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사랑하면 죽게 되고, 올라가면 내려오고, 최상의 상태를 겪은 뒤에 파멸하는 마법을 가진 문학장르가 비극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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