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연히 고전을 읽고 얘기하는 모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인분을 따라서
그 모임에 나가봤다.
나가서 모임을 진행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머리가 알아서 그분의 얘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나 자신을 깨닫고
'아, 나는 이 모임에 못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이 얘기하시는 게 그 고전에 대한 표준적인 해석이었는데,
왜 그렇게 끌리지 않던지...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에는 나와 유사한 경험을 한 가라타니 고진의
글이 나온다.
나는 10대 중반에 철학소년은 아니었지만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칸트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명하게 보이는 것을 근본적으로 의심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제대로 읽지도 않을 때부터 그들은 내게 히어로였다. 하지만 이후 현대철학 책을 읽게 되자, 그들 대부분이 비판대상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지만, 내게는 그것을 반박할 만한 식견이 없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을 옹호하는 담론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표준적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것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철학 자체를 회피하게 되었다. 그래서 문학으로 향했던 것이다.(p.11)
표준적인 해석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는 그저 표준해석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굳이 시간을 내어 나가서 그런 표준해석을 들을 필요를
못느낀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런 해석은 조금만 시간을 내어 찾아보면 내 스스로
알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나는 책을 읽다가 조금 독특한 것, 다른 것, 특별한 것을
원하는 취향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 모임에 나가서 나의 취향을 다시한번 실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