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이노우에 마사지 글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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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철학적이다. 하나인데 백 개라...철학에서 자주 얘기되는 주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아마 사과가 달리 보인다는 이야기일 게다. 우스개소리지만 뉴턴에게 사과는 만유인력의 사과요, 이브에게 사과는 유혹의 사과요, 화가에게 사과는 그림의 소재요, 우리에게 사과는 그저 맛있는 과일이요....라고 했지 않던가.
이래서 각 사람이 가진 배경과 관점이 중요하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어떤 일이든 다양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의 전부가 아니라 부분이며, 그것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깊게 따지면 이런 철학적인 고찰도 가능하지만, 이 책의 이야기는 단순한다. 허름한 동네 과일 가게 앞에 놓인 빨갛고 예쁜 사과 한 개에서 시작된다. 이 사과는 어찌나 탐스럽고 예쁜지 이 동네에서 이 사과만이 빨갛고 빛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의 다른 것들은 모두 무채색으로 표현됐는데 이 사과만이 아름다운 빨간색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 사과인지라 지나가는 사람마다 사과를 보고 한 마디씩 한다. 사과는 그들의 말하는 것을 듣고 그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알아맞힌다. 저마다 하는 일에 따라 사과를 보면서 하는 말이 달라진다. 바로 이런 것을 관점의 차이라고 하겠지.
사람은 누구나 주관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자기가 하는 일과 무관해질 수 없다. 그런데 이 곱고 예쁜 사과를 사가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 임자가 바로 이야기에 첫머리에 나와 있다. 보기만 해서는 그림의 떡이 된다. 손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어쨌든, 이래서 이 사과는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가 된다. 저마다 사과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달랐던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다. 짧으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컬러와 흑백의 조화가 사과를 더욱 돋보이게 하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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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동화 세계
이재복 지음 / 사계절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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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재복이 <우리 동화 바로읽기>라는 책을 낸 뒤에 쓴 책이다. 저자는 아동문학공부를 주로 하면서 동화나 소년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써왔단다. 그러다 이원수의 <숲속나라>에 대한 독후감을 쓰려다 판타지 동화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아동문학계에서 교훈동화 못지않게 아이를 지치게 만드는 동화가 판타지 동화이며, 그동안 판타지는 우리 문학계에서 눈총을 받아왔으며 삶에서 도피한 문학이라는 낙인이 찍혔었다고 말했다.
판타지가 이렇게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은 우리의 역사와 연관이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우리는 고통의 역사를 껶어 왔기 때문에 억압에서 놓여나기 위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했고, 그랬기에 상상의 세계를 꿈꾸는 시간마저도 게으름이나 관념으로 핀잔받기 일쑤였다. 해방 후에는 분단으로 이어져, 판타지는 시대의 올바른 비판정신을 외면한 채 감상주의에 빠진 관념을 담아내는 그릇으로만 쓰여 왔던 것이다. 이건 판타지라는 문학장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문학가들이 잘못이라고 작가는 평했다. 이재복은 이렇게 이원수의 판타지 동화를 보면서 우리나라 판타지에 대해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고 이 책을 썼다.
흔히 판타지 동화 하면 <해리포터> 시리즈나 <나니야 연대기>, <반지의 제왕> 같은 해외의 동화들만을 떠올린다. 우리나라에도 판타지 동화가 있을까 싶게 우리나라 아동문학에서 판타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우리나라의 많은 아이들이 판타지 동화에 열광하는 것에 비하면 놀랄 정도로 그 작품 수나 작품의 인기도 형편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우리나라 아동 문학 작품들 중에도 판타지 동화가 꽤 있다. 나온 지는 오래 되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판타지 동화라 불리는 이원수의 <숲속나라>만 해도 일제 해방 뒤 쓰인 작품이다. 이밖에도 현덕의 동화집과 이현주의 <바보 온달>, 권정생의 <밥데기 죽데기>가 있으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재미있는 판타지 동화들이 다수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판타지 아동문학을 공부할 때에는 참고할 만한 국내 작품이 별로 없어서,일반적으로 판타지의 고전이라 불리는 서양의 작품들을 참고했단다. 이를 테면, 톨킨의 <나무와 나뭇잎>, 마리아 니콜라에바의 <마술 부호>, 맨러브의 <다섯 작가에 대한 판타지 공부>, 니콜라예바의 <용의 아이들> 등이란다.
이밖에도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 권정생의 <황소 아저씨>, 롭 루이스의 <헨리에타의 첫 겨울>, 마쯔따니 미요꼬의 <말하는 나무 의자와 두 사람의 이이다>, 강소천의 동화집 <나는 겁쟁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 필리퍼 피어스의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등이 판타지 작품으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아이들과 책을 보면서 그 재미에만 빠져서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라든가 문학사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겨를이나 무엇보다 전문적인 식견이 없었는데, 이런 책을 통해 그동안 읽어왔던 책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문학적인 지식이 팍팍 늘어난 느낌이다.
그저 표지에 판타지 동화라고 쓰인 것만 판타지 중 알았는데 우리가 읽는 많은 책들 중 상상의 나라를 담고 있는 것은 모두 판타지였다. 그런 점에서 모든 문학은 판타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마음 한켠에 어디든 떠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이런 욕구를 쉽게 충족시켜 주는 것이 문학이다. 바로 판타지 문학이다. 오늘은 어느 세계로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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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 창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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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석제의 작품은 별로 못 읽었다.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소풍>이 유일했던 것 같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수상소설집 중에서 혹 단편이나 중편을 읽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작품이었다고 자신에게 기억하는 것은 <소풍>이 유일하다. <소풍>은 여러 음식에 관한 생각들을 모은 것이었는데 아주 유쾌하게 봤었다. 그래서 이 책 역시도 즐거움과 여러 문학서에 대한 흥미로운 소개를 담고 있을 것 같았다.
워낙에 많은 문학책들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을 골라서 읽어야 할지도 고민이고, 마음은 그런 작품들 전부를 읽고 싶지만 책 읽는 속도가 워낙 늦다 보니 마음만큼 읽어내지 못해 잔꾀이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많은 문학작품을 접하고 싶었다.
성석제는 2007년 5월부터 2008년 4월까지 1년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사무국의 ‘문학집배원’을 맡아 매 주 좋은 문학작품의 일부를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전달했었다. 나도 그 메일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내가 구세대이긴 한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문학작품을 컴퓨터로 보고 싶지는 않다. 문학작품이라면 책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때는 휙 하니 메일 제목만 보고 지웠었다.
그래서 이 책이 ‘그때 그 글들!’ 하면서 반갑게 느껴졌다. 전부 4부에 걸쳐 한 부당 12~13명의 작가의 작품 속 장면들을 담았다. 작가들 중에는 루쉰, 빠블로 네루다, 로알드 달 같은 외국 작가도 있고, 우리나라 작가로는 박완서, 김애란, 배수아,. 박현욱, 공선옥 등 현대 작가들도 있지만, 강희맹, 채제공, 박지원 같은 조선시대 선비도 있다. 뿐만 아니라 놀부전과 춘향전 같은 고전소설에서도 장면을 가져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도 꽤 됐다. 모든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책 좋아한다는 소리를 자신 있게 하려면 적어도 어떤 작가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다. 또한 성석제처럼 자신이 읽은 책에서 좋은 장면들을 캐내고 자기만의 감상을 적어두는 작업을 한다면 책 읽기가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든 많은 작품을 읽으려고만 하다 보니 나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들이 부족했는데,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내가 읽은 작품들을 헛되이 흘려보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혜경의 <틈새>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글에 대한 평이다. 여기서 성석제는 ‘늑대들이 어슬렁거리며 활보하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늑대가 되는 겁니다.’라고 적었다. 어떻게 해야 늑대가 될 수 있는지도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두고두고 숙제가 될 말이었다.
이 책 표지에 ‘문장에는 아름답고 슬프고 즐겁고 힘찬 인생 희로애락오욕의 모든 특성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감정들을 좀 더 진하게 느끼려면 아무래도 성석제와 같은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 책은 비록 성석제의 독서기록장이라 할 수 있지만, 또한 그가 자신만의 독후기록법을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즐겁게 읽으면서, 맛보기 정도이긴 하지만 여러 문학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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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카 - 세상을 담은 소녀 이야기 베틀북 그림책 21
피터 시스 글 그림, 윤정 옮김 / 베틀북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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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조개 껍질 모양의 마들렌이라는 맛있는 과자가 연상돼 입안에 침부터 고이게 하는 책이다. 이 과자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모양이다. 그것은 각자 찾아보시길...
아무튼 이 책의 주인공은 달콤한 과자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여자 아이 마들렌카이다. 노란 우산을 쓰고 노란 장화를 신은 아주 예쁜 아이다.
마들렌카는 미국 뉴욕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넓은 우주 속의 한 행성, 그 행성의 한 대륙에, 그 대륙의 한 나라에, 그 나라의 한 도시에, 그 도시의 한 한 집에, 그 집의 창가에 어린 소녀 식으로 우주에서 점점 아래로 축소되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쨌든 이 말을 들으면 마들렌카가 우주 속의 한 점 같은 미약한 존재가 아니라 이 넓고 넓은 우주에 존재하는 단 한 사람이라는 고유성을 갖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마들렌카가 앞니가 흔들리자 기뻐서 이 소식을 주위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나가면서 시작된다. 아이에게 이가 흔들리는 것은 어른이 된다는 증거이며 놀라운 일이다. 이것을 전하기 위해 마들렌카는 프랑스에서 온 빵가게 주인 아저씨, 신문과 잡지, 사탕을 파는 인도에서 온 싱 아저씨, 아이스크림을 파는 이탈리아에서 온 차오 아저씨, 독일에서 온 그림 아줌마,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에두아르도 아저씨, 흑인 여자 친구 클레오파트라, 아시아에서 온 캄 할머니에게 알린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마들렌카는 그 사람들의 모국어 인사말을 듣게 된다. 책에는 한가운데 네모 구성이 뚫려 있어서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이 마들렌카로 되어 있다. 이렇게 마들렌카를 중심으로 그녀가 만든 사람들의 출신 국가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그림과 함께 들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국가 출신의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니 역시 뉴욕은 국제도시이고 ‘인종 도가니’로 불릴 정도로 다인종으로 구성된 미국의 인종적 특징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떤 책보다도 그림에서 얻어야 하는 정보가 많았다. 여러 국가의 다양한 풍습과 특징을 그림 속에서 찾아야 하는 그림책이다.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에 대해 배운다면 아이가 공부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면서 즐겁게 지리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니를 뺐다는 마들렌카의 경사스런 일도 축하해 주면서. 이제 이갈이를 시작한 아이들과 읽으면 더욱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아이에게 이갈이는 이제 점점 더 어른으로 성장하는 증거라고 알려주면서 이 책처럼 보다 넓은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지도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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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앨범 - 성장그림책 사계절 성장 그림책
울리케 볼얀 그림, 실비아 다이네르트.티네 크리그 글, 엄혜숙 옮김 / 사계절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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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을 다룬 그림책이다. 주제가 무겁다. 우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피하고 싶은 주제이다. 아동 성폭력은 폭행자가 아이 주변 사람이고 성폭력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아동 성폭력자들은 아이에게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거부당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하고 감옥에 가거나 가족에서 제외될 거라고 협박을 하기도 하며, 동시에 사탕이나 인형 같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이런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위협 속에서 아이는 두려움과 자괴감으로 슬퍼하고 위축되어 간다.
이 책은 이런 아동 성폭력 문제를 생쥐로 의인화해 우회적으로 잘 표현해 놓았다. 성기는 꼬리로 대신해 놓았고 단비에서 성폭력을 가하는 막둥이 삼촌이 단비에게 가하는 위협은 가족앨범에서 제외시킨다는 말로 바꾸어 놓았다. 막둥이 삼촌이 준 미키 인형과 가족앨범에서 제외시킨다는 협박 때문에 혼자서만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단비는 쥐덫에 걸린 일을 계기로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막둥이 삼촌이 쥐덫에 걸린 단비의 모습을 보고 도망쳐 전등갓에 숨었다가 고양이한테 잡혀 먹힌 뒤에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계기가 없었다면 단비는 계속 당하고만 있는 입장이었을지도 모른다. 끔찍하다.
동물을 의인화시켰지만 그 표정들이 생생하고 심리가 잘 표현돼 있다. 이 책은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의 심리에 이용해도 좋겠지만,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 읽혀도 좋은 책이다. 1992년 독일 올덴부르크 아동-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했다. 이미 상처받은 아이와 책을 볼 때에는 아이의 마음을 미리 읽고 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때의 감정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따뜻하고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고 책 뒤 설명에 적혀 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공감과 이해가 특히 중요하다. 새겨야 할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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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겁고 피하고 싶은 주제지만 알려주어야 할 주제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