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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평점 :
가난 때문에 고교 진학을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상경한 열일곱 살 소녀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다룬 이야기다. 별명이 꼼새, 꿍새, 깡새인 세 소녀는 가족을 위해 서울에 와서 봉제공장에 다니다가 기숙사 화재 사건으로 두 소녀가 목숨을 잃는다. 한 소녀는 살아남지만 큰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해인 1988년 3월 25일 일어났던 안양 그린힐 섬유 봉제 공장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사건으로 기숙사에서 잠자던 어린 소녀 스물두 명이 죽었다.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는 건축물 불법 용도 변경과 불법적인 지하 기숙사 시설 운영을 은폐하기 위해 입구에 쌓아 놓은 제품 원단에서 나온 연기 때문이었다. 기숙사 출입구는 셔터로 닫혀 있고 지상으로 난 화장실 창문마저도 쇠창살로 막아 놓아 소녀들이 빠져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 가슴이 아픈 사건이었다.
작가는 텔레비전에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의 보도를 보다가 이 사건을 떠올렸고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떠올렸고, 그동안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도되었던 고시원이나 쪽방, 지하 공장 등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이 생각났다. 왜 이렇게 살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지 세상이 야속해 마음이 답답하다.
작가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촉구한다. 남을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조금이라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청소년들을 위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쓰고 있는 작가 이옥수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도 사람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새기면서 살기를 간절히 바랐다고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 문학들이 학생 개인의 학업 스트레스나 인간관계를 주제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정 형편상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던 청소년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는지를 알려준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도 넘었다. 그래도 간간이 뉴스에서 보도되는 바를 보면 우리 사회의 구석진 곳이 얼마나 많은가?
학교와 집이 세상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사회가 무엇인지를 폭넓게 보도록 하는 이야기다. 지금의 교육 환경은 오로지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식이 되어버렸지만 세상은 결코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됨을 알려준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사람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