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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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권장도서다. 예상과 달리 만화였다. 입시 미술 학원에 다니는 강원빈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청소년들이 처한 대학 입시 상황과 사회 부조리를 보여준다.
‘원빈’이라는 유명 탤런트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이름과는 영 다른 외모를 가진 고3 남학생이다. 이름에서 기대되는 외모와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원빈은 주위 사람들로 놀림을 받지만 씩씩하다.
원빈이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갖고 있지만 엄마 혼자서 분식집을 하는 가정형편상 미술학원에 다닐 처지가 못 된다. 그래서 만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접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대학입시를 5개월 앞둔 때에 미술학원에 다닐 수 있게 된다.
그곳에서 원빈이는 대학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금이 없어서 재수를 하고 있는 은수도 만나고, 재능은 없지만 부유한 가정 덕분에 지현이가 대학에 수시로 합격하는 것도 보게 된다. 게다가 지현이의 합격에는 학원장의 비리가 개입돼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학원장이 자기 학원에 다니는 우수한 아이들의 그림들을 모아서 지현이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준 것임을 알게 된다. 정말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다.
요즘 비싼 대학등록금 때문에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하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돈이 없으면 공부도 하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사교육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는 대학에 들어가기도 힘든 상황이고, 어렵게 대학에 들어갔어도 엄청난 등록금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만화가가 되려는데 굳이 대학에 가야 하는지?’를 의문으로 제기한다. 그렇다. 만화가가 되기 위한 소질을 꼭 대학에서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책에 의미심장한 말이 나온다. “다른 걸 볼 기회가 없었어. 대학에 가면 뭘 하는지도 몰랐지만 대학에 안 가면 어떻게 되는 건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어, 그냥 겁만 줘.” 또 “한국의 입시 제도는 교육정책이 아니라 고용정책이지...” 지금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아이들에게 대학을 강요하는지 나 또한 의문이다. 대학에서 배우게 되는 지식들이 인생을 성숙하게 하고 세상을 폭넓게 바라보게 하는 데 좋은 것들이나 이것이 모든 이에게 다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해 마음 아파하는 부모들,..책의 제목처럼 그냥 우는 것으로 끝내버리기에는 애매한 아니 부당하고 부조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들이 빨리 개선돼야 할 텐데, 그런 움직임이 좀처럼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도대체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글을 쓰면서도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시류에 맞게 살 것을 강요한다. 이렇게만 해야 하는 내 마음도 불편하다. 이 책을 읽고 적어도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은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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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11-10-29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노력한다는게 어렵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