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
성석제 엮음 / 창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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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성석제의 작품은 별로 못 읽었다.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소풍>이 유일했던 것 같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수상소설집 중에서 혹 단편이나 중편을 읽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작품이었다고 자신에게 기억하는 것은 <소풍>이 유일하다. <소풍>은 여러 음식에 관한 생각들을 모은 것이었는데 아주 유쾌하게 봤었다. 그래서 이 책 역시도 즐거움과 여러 문학서에 대한 흥미로운 소개를 담고 있을 것 같았다.
워낙에 많은 문학책들이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을 골라서 읽어야 할지도 고민이고, 마음은 그런 작품들 전부를 읽고 싶지만 책 읽는 속도가 워낙 늦다 보니 마음만큼 읽어내지 못해 잔꾀이지만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많은 문학작품을 접하고 싶었다.
성석제는 2007년 5월부터 2008년 4월까지 1년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나눔사무국의 ‘문학집배원’을 맡아 매 주 좋은 문학작품의 일부를 이메일로 독자들에게 전달했었다. 나도 그 메일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다. 내가 구세대이긴 한 모양이다. 아직까지는 문학작품을 컴퓨터로 보고 싶지는 않다. 문학작품이라면 책으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때는 휙 하니 메일 제목만 보고 지웠었다.
그래서 이 책이 ‘그때 그 글들!’ 하면서 반갑게 느껴졌다. 전부 4부에 걸쳐 한 부당 12~13명의 작가의 작품 속 장면들을 담았다. 작가들 중에는 루쉰, 빠블로 네루다, 로알드 달 같은 외국 작가도 있고, 우리나라 작가로는 박완서, 김애란, 배수아,. 박현욱, 공선옥 등 현대 작가들도 있지만, 강희맹, 채제공, 박지원 같은 조선시대 선비도 있다. 뿐만 아니라 놀부전과 춘향전 같은 고전소설에서도 장면을 가져왔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도 꽤 됐다. 모든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책 좋아한다는 소리를 자신 있게 하려면 적어도 어떤 작가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겠다. 또한 성석제처럼 자신이 읽은 책에서 좋은 장면들을 캐내고 자기만의 감상을 적어두는 작업을 한다면 책 읽기가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 그동안 어떻게든 많은 작품을 읽으려고만 하다 보니 나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들이 부족했는데, 그렇게 한다면 최소한 내가 읽은 작품들을 헛되이 흘려보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혜경의 <틈새>의 한 장면을 옮겨놓은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글에 대한 평이다. 여기서 성석제는 ‘늑대들이 어슬렁거리며 활보하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늑대가 되는 겁니다.’라고 적었다. 어떻게 해야 늑대가 될 수 있는지도 말해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두고두고 숙제가 될 말이었다.
이 책 표지에 ‘문장에는 아름답고 슬프고 즐겁고 힘찬 인생 희로애락오욕의 모든 특성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런 것 때문에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감정들을 좀 더 진하게 느끼려면 아무래도 성석제와 같은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이 책은 비록 성석제의 독서기록장이라 할 수 있지만, 또한 그가 자신만의 독후기록법을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아무튼 즐겁게 읽으면서, 맛보기 정도이긴 하지만 여러 문학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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