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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메이킹북 -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박훈정 외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2월
평점 :
영화 <대호>를 무척 흥미롭게 보았기에 영화를 둘러싼 뒷얘기가 몹시 궁금해 이 책도 선뜻 손에 들게 되었다. 실제로 영화를 보기 전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실감이 날까 하는 의문이 들어 <대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으로 나왔던 최민식의 모습이 천만덕 포수로 나오던 이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그려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기에 영화에 대해 그리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예상 외로 너무나 재미있었고 감동도 있었다. 그래서 그 영화의 뒷얘기를 들려주는 이 책에 관심이 생겼다.
우선 박훈정 감독이 감독 데뷔 이전에 시나리오 작가로서 이 글을 쓰게 된 배경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2000년대 중반에 1922년 경주 대덕산에서 잡힌 한국의 마지막 호랑이의 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고 직접 호랑이를 봤다는 사람들의 증언도 접했다고 한다. 또한 만주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가 등장하는 니콜라이 바이코프의 고전소설 <위대한 왕>도 읽었다고 한다. 이런 책이 있는 줄을 처음 알았다. 동화 중에 <시베리아의 호랑이의 마지막 혈투>라는 책도 있는데 아직 못 읽어봤는데, <대호> 덕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도 <대호> 작품 내용의 변천 과정, 등장인물의 캐스팅 비화, 촬영 장소 선정 및 촬영을 위한 공간 설치 작업과 무엇보다도 대호의 이미지 작업 등 영화 제작과 관련된 뒷얘기를 들을 수 있어 몹시 흥미로웠다. 영화를 봐도 엔딩 크레딧 이후의 장면들에 눈길이 가지 않는가. 예전의 성룡 영화의 경우 엔딩 크레딧 이후에 나오는 NG장면 모음을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에는 DVD에 메이킹 필름을 담은 것도 시판되고 있으며 이것이 인기가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만큼 영화도 재미있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나 영화 제작에 관한 뒷얘기도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대호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호에 대한 캐릭터를 설정하고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기본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실제 호랑이를 찾아 나선 점과 그 호랑이를 다각도로 촬영해 실감나는 호랑이를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들이 상세히 설명돼 있었다. 대호의 실제 호랑이가 부산 삼정 더 파크에 있는 시베리아 호랑이 ‘풍이’라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컴퓨터 그래픽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니라 기본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실감나는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제 호랑이를 다각도로 촬영하면서 호랑이의 습성과 움직임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노력 덕에 대호에는 호랑이 털의 미세한 털림이라든가 범상치 않은 눈빛의 표현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컴퓨터 그래픽에 그런 노력이 들어가는지 몰랐다. 화질이 좋아짐에 따라 영화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런 노력이 더욱 더 필요할 것이다. 이밖에도 호랑이와 석이의 더미 제작 및 배우들의 툭수분장 등 어느 하나 쉽게 이뤄지는 것이 없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수많은 이들의 다양한 노력이 모여서 영화 한 편이 탄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호>는 어떤 영화보다도 감동적이었고 우리나라 영화로는 특이한 소재여서 더욱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일반인의 자연에 대한 생각에도 변화를 줄 것 같다.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명량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킨 데 이어,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번 애국심과 자연에 대한 생각을 불러일으켰을 것 같다. 그 어떤 책보다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를 제공해서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