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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이와 무명이 -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ㅣ 높새바람 32
이경혜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4월
평점 :
이 책을 쓴 이경혜 작가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 청소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가이다. 그런 작가가 쓴 동화였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제목 또한 <유명이와 무명이>로 대조적인 이름이어서 흥미를 끌었다.
유명이란 이름은 유명한 사람이 되라는 바람에서 지어졌고, 무명이는 특별히 지어 놓은 이름이 없다 해서 무명이란다. 요즘에는 태명이라고 해서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도 이름을 붙여주는 세상인데 세상에 태어나온 아이에게 아직 지어 놓은 이름이 없다 해서 무명이라고 하다니 해도 너무 했다.
무명이는 이름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이지만 붙임성도 좋고 씩씩하며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 유명이는 새침데기이지만 수의사를 꿈꿀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 두 아이는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는데, 무명이가 얼굴에 반점이 있는 유명이를 ‘얼룩이’라고 놀리고 유명이의 강아지 ‘뽀뽀’의 이름과 유명이라는 이름을 갖고 놀리는 바람에 1년 동안 본체만체 하면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오해를 풀고 평생의 친구가 된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이혼 한 부모를 둔 나희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유명이와 무명이가 꿈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진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밖에도 방구호 선생님, 낙타 선생님 등 무명이와 유명이 주변 인물들이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흥미를 자아낸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정말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숙제 조금 하다가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고 저녁 때 집에 와서 저녁밥 먹고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부리나케 달려가야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이며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제법 많이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말투나 생각이 아이답지 않아 놀랄 때도 많다. 그래서 아이다운 이 책의 아이들이 아주 예쁘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우정’이다. 정(情)은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좋은 마음과 미운 마음이 다 쌓여야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깊은 대화를 할 시간도 없고 그런 만큼 한 번 사이가 틀어지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책이다. 요즘 많은 아동문고나 청소년도서가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이 책처럼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글이 덜 재미있을 수도 있으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