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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김은미 외 지음, 송유진 그림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11월
평점 :
지난 7월 제주 여행 시 더 늙기 전에 한라산에 가보겠다는 각오로 영실로 해서 윗세오름에 올랐다가 어리목으로 내려왔다. 7월 초라 비 예보가 있긴 했지만 다행히도 전날만 비가 오고 산에 오른 날에는 비가 오지 않아 오히려 맑고 깨끗한 한라산을 걷을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다만 안개가 짙어 윗세오름에 올라가는 전망대에서도 백록담 꼭대기는 볼 수가 없어 아쉬웠다. 영실의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걸어올라 왕복 6시간이 걸렸던 힘든 코스였지만 한라산의 생태를 소개하는 표지판의 글도 읽어보고 사진도 찍고 새소리와 바람도 느끼며 노루도 만났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리목입구에 내려와 보니 짧은 시간을 투자해 한라산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라고 어떤 책자에서 소개 글을 본 ‘어승생악’에 오르는 입구 표지가 있었다. 어승생오름은 어승생악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하다. 이 책에서 확인해 보니 어리목안내소에서 200미터만 올라가면 어승생오름의 정상이란다. 어쨌든 이런 즐거운 추억이 있는 곳이라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책이 너무나 끌렸다.
어리목에서 200미터만 올라가면 어승생오름 정상이다
벌써 몇 개월 전의 여행이라 많은 것을 잊었지만 구상나무, 조릿대, 이끼 등 한라산만이 간직한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읽고 노루도 마주쳤던 기억이 나서, 이 책에서는 어승생오름의 어떤 생태를 소개해 줄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이 책은 모두 5장 구성으로 180만 년 전에 만들어진 화산섬 제주가 가진 특징부터 시작해 어승생오름의 특징과 그곳에 사는 식물과 동물의 소개와 제주가 겪었던 수난 시절의 이야기까지를 들려준다.
어승생오름의 특징인 Y자곡
어승생이라는 지명의 유래, 그곳이 간직한 놀라운 풍경인 아흔아홉골과 Y계곡, 분화구의 물이 수원지가 되고 일부는 바다로 흘러 예쁜 몽돌이 있는 알작지 해변을 만든다는 이야기, 팽나무, 드릅나무, 서어나무, 분화구에 사는 습지식물과 조릿대, 줄기로 테왁의 테두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다래, 왕벚나무 같은 식물, 굴뚝새, 노란턱멧새, 오소리, 노루, 제주도룡농 등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과 일러스트를 곁들어 들려주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 그리고 일제시대에 오름 여기저기를 파헤쳐 만든 진지 동굴 입구와 알뜨르 비행장 이야기도 나온다.
나는 제주의 자연환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독특한 생태가 신기해 몇 번의 제주 여행을 통해 오름이나 만장굴, 숲길, 생태원이나 수목원, 곶자왈 등을 탐방했었는데, 이 책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를 통해 제주의 생태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됨으로써 그 여행들을 이제서야 정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이 책은 제주의 오름 하나를 대상으로 삼아 그 특징과 식생을 설명하는 책으로는 첫 번째란다. 그만큼 어승생오름이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 식생의 특성이 특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잖아도 다음 제주 여행 때는 어승생오름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좋은 책이 나와서 기쁘다.
제주의 특징 식물 조릿대
멋진 나무와 귀를 즐겁해 주는 새. 큰 사진과 이미지가 있어 보기 좋다
어승생오름의 멋진 가을 풍경
제주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오름등반이야말로 제주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중에서도 쉽게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는 어생승오름 등반이야말로 큰 의미가 될 것이다. 82쪽의 어승생오름의 가을 풍경을 보면 저절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이 언제 또 이런 생태에 관한 책을 읽겠는가. 모두가 좋아하는 제주에 관한 책이니까 읽게 되겠지. 매우 흥미롭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쓴 주관적인 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