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나는 과학책 읽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동식물을 다룬 생물학책은 몇 권 읽어봤다. 그런 책을 보면 이 지구상에 정말 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음과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원, 수족관, 식물원 탐방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곳에 자주 가서 생명 존중도 배우고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느껴 보라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 생물학을 전공한 딸이 그런 시설을 세운 것부터가 다른 생명체를 학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나와 딸의 생각은 다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 어쨌든 생물학을 전공한 딸과 할 이야기도 생길 것 같고 책제목 중의 ‘매우 작은 세계’라는 표현에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생물학에 관심이 생길 정도로 설명이 쉽고 재미있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생물학책이 여러 생명체들을 소개하는 도감류여서 이 책도 매우 작은 생물체들을 소개하는 책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반 사람들이 실험용 동물로 주로 알고 있는 초파리와 생쥐뿐 아니라 예쁜꼬마선충, 제브라피시 등 작고 번식력이 좋아 실험하기에 좋은 생명체들과 그들을 활용한 생물 실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생물 연구의 의의, 생물 연구의 변천 과정, 이 책의 저자 이준호 교수가 ‘예쁜꼬마선충’을 가지고 30년간 하고 있는 연구 내용, 유전자 이야기, 생명 다양성 등 생물 실험에 관한 여러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재미도 있다.
모건의 초파리 실험. 그림 설명이 있어 이해가 잘 된다
이 책 서문에 우리가 코로나 같은 세계적인 전염병 상황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었던 것은 2023년에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커털린 커리코 박사 같은 사람들이 이전에는 효용 가치가 있어 보이지 않던 mRNA 연구를 수십 년간 한 덕분이라면서, 생물학은 당장에는 쓸모가 보이지 않지만 언제 어디서 인류를 구원하게 될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학문이라는 글이 있는데,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 연구를 응용해 바퀴벌레 퇴치제를 연구하는 등 기초 연구가 응용 연구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는데, 이를 통해 생물 연구 실험의 중요성과 기초 과학 연구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매우 흥미로웠던 예쁜꼬마선충 이야기
오랜만에 아주 재미있게 읽은 과학책이며, 우리나라의 삭감된 기초과학연구 예산이 다시 증액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쨌든 발생생물학, 유전학, 유전자가위, 줄기세포 배양 등 상식으로 알아두면 좋을 생물 지식이 들어 있으니 꼭 한 번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