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벨낀 이야기 -양장본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러시아 문학계의 선구자이자 아버지라고 추앙받는 작가, '뿌쉬낀'. 그의 소설 중 하나인 「벨낀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작품은 특이하게도 벨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벨낀이 쓴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겹액자식 구성을 하고 있다.
'발행인의 말'이라는 부제와 함께 시작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창조해낸 미지의 인물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살아생전 만든(사실은 죄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벨낀이 들어서 글로 썼다는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첫 작품은 [마지막 한 발]이다. 서술자인 '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면서 '실비오'를 지켜본다. 실비오와 친한 사이지만 결투를 청하지 않는 실비오의 태도에 멀어지다가 실비오가 황당한 복수를 위해 떠나기 전날 진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몇년후 실비오의 복수 대상이었던 백작과 부인을 만나 사실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다음은 [눈보라]이다. '마리야 가브릴로브나'와 '블라지미르 니꼴라예비치'는 뜨겁게 사랑하지만 남자의 가난으로 여자 부모의 반대가 심하다. 결국 여자는 탈출을 꿈꾸고, 약속 장소로 가려던 남자는 심한 눈보라로 길을 잃는다. 결국 사망하는 남자. 상심한 여자.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몇 년이 흘렀고 다시 사랑에 빠진 여자. 알고보니 상대방인 남자 '부르민' 대령은 바로..!
[장의사]라는 제목의 다음 작품은 매우 짧다. 장의사 '아드리안 쁘로호로프'가 이사 후 이웃집 제화공의 저녁 초대를 받는다. 신나게 즐기던 중 자신을 무시하는 말을 듣고 불쾌해진 아드리안. 무심결에 망자를 초대하겠다는 말을 하는데..진짜로 수많은 혼령의 망자들을 보는 아드리안. 그러나 그것은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아드리안은 오랜 잠과 괴상한 꿈 끝에 깨어나 딸들을 부르는, 다소 황당한 결말이다..
[역참지기]는 아버지의 딸에 대한 평생의 사랑을 담고 있다. [마지막 한 발] 같이 1인칭 관찰자 시점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역참지기 일을 하는 아버지가 딸 '두냐'를 잘못 보내서 평생을 찾다가 여생을 보냈다는 슬픈 이야기이다. 희망이라고는 딸밖에 없던 아버지가 '민스끼 대위'에게 딸을 뺏긴 후 고생 끝에 찾아갔지만 이미 딸은 부와 명예의 노예가 되었다는.. 아버지가 죽은 후에 딸이 뒤늦게 찾아왔지만 슬픔만 남았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은 [귀족 아가씨 - 시골 처녀]이다. '이반 뻬뜨로비치 베레스또프'가와 '그리고리 이바노비치 무롬스끼'가는 사이가 좋지 않다. 한편 이반의 아들 '알렉세이'가 꽃미남이라는 소문에 그리고리의 딸 '리자베따'는 설렌다. 결국 신분을 숨겨 '아꿀리나'라는 하인 신분으로 알렉세이와 밀회를 나누는데.. 그 와중에 두 가문은 친분을 맺게 되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까 리자베따는 자꾸 속이고 감춘다. 알렉세이는 꾸밈으로 가득한 리자베따가 마음에 들지 않고.. 오직 아꿀리나를 원하던 찰나, 사랑의 열매는 진실로 피어난다.
러시아 문학은 하나같이 왜 이리 독특한지..ㅋ 그래서 신선하고 오묘하며 깊은 맛이 더하는 것 같다. 겹액자식 구성도 그렇고, 갖가지 색다른 이야기도 그렇고 말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 재미있게 실려 있어서 쉽고 빠르게 그리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독특한 서술자의 시점과 독자와 이야기하듯 말하는 태도 등도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서술자가 '(독자를 포함한) 우리'인듯 말하는 것도 참 개성있어 보였다. 로맨틱한 사랑이야기에서부터 독특한 복수이야기, 장의사의 꿈체험, 신분을 속여 이룬 사랑, 눈보라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 등이 유려한 문체와 맛깔스런 표현으로 잘 녹아들어간 것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뿌쉬낀은 시도 잘 쓰지만 산문도 탁월하다.
은세기의 낭만주의를 잘 표현한 작품, 「벨낀 이야기」. 「대위의 딸」에 이어서 접한 또 하나의 뿌쉬낀의 산문이었는데 다음에 더욱 다양한 그의 작품들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