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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간의 평화수업 - 소년원에서 명문대학 로스쿨까지, 감동적인 교실 이야기
콜먼 맥카시 지음, 이철우 옮김 / 책으로여는세상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평화란 무엇일까? 우리가 보통 평화라고 하면 세계의 평화, 비둘기, 전쟁 반대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평화는 정말이지 다양한 부분부분이 지향하는 지향점인 것 같다. 통일, 인권, 반전, 환경부터 국제개발협력, 봉사,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마음의 평화 등 거의 모두가 원하는 것, 바로 평화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원해도 정작 평화를 느끼고 평화롭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에 대한 생각 차이부터 평화의 길을 향한 의지의 정도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다. 그런데 여기, 그러한 평화를 가르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19년 동안이나 꾸준히. ‘평화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너무나도 부드럽게 바뀌게 만든, 「19년간의 평화수업」이다.
저자 '콜먼 맥카시'는 소년원, 명문사립고등학교, 로스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행했던 평화수업을 소개한다. 5개 나누어진 학교는 누가 봐도 참 다양하다. 그래서 그는 각각의 학교 아이들의 관심사와 수준에 맞게 평화를 가르친다.
처음에는 관심 없어하고 어려워하던 아이들, 차츰 콜먼의 부드럽고 위트 있으며 끈기 있는 가르침에 동조하고 즐거워한다. 그의 수업은 분명 주입식 교육이 아닌 것이다. 자연스럽게 평화에 대해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의하며,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일화를 접해보는 등 다양한 수업 방식이 더욱 빛난다.
특히 그의 수업 중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형수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수업을 통해 사형수들의 누명과 부당한 대우, 그리고 귀를 막아버리는 미국 재판소들의 실태를 낱낱이 토로한다. 물적 증거가 없는데도 목격자 한두사람의 증언만으로 사형을 선고하고, 교도소에서 사형수가 (평화수업 같은) 무언가를 할라치면 바로 다른 곳으로 내쫓고 독방에까지(!) 가두며, 사형을 확정했다 미뤘다 계속 번복해서 사형수 피를 말리는 행위까지 서슴치 않는단다. 민주주의를 자랑스레 내세우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들 사형수들은 대부분 가난한 흑인들이다. 이것은 분명 차별이자 인권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된 변호사도 선임 못받고, 변호사의 변호를 거들떠도 안보는 재판관들의 자세에 또 좌절하는 그런.. 그래도 끝까지 신념을 가지고 평화단체들과 힘을 합해 누명을 벗기 위해 싸우는 그들의 이야기가 참 와닿았다. 가까스로 무죄 판결을 받고 사회에 나와서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모습은 무언가 벅찬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하튼 이렇게 콜먼의 꾸준하고도 확고한 수업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영향을 받고 삶 속에서 평화를 실천하게 된다. 평화봉사단에 들어가고, 인권 단체에서 자원활동하며, 교사가 되어 스승과 같이 평화를 가르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마치 내가 콜먼이 된듯 흐뭇하다. 그것은 콜먼이 평화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서 함께 공유하고 더 나아가 같이 만들어나가는 과정까지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수업이 또한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그냥 평화의 소중함을 알고 평화로운 삶을 지향해야지.. 하고 생각하게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스스로 더 배우고 경험하며 평화라는 길로 쭉 나아가게끔 독려하는 것이다. 특히 평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 국가 정책이나 법 제도, 나라와 나라 간의 조약, 협정, 이해 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라고 하는 조언에서는 얼마 전 시작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이 떠올랐다. 분명, 지금 하고 있는 자활은 평화로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평화단체에서 '평화학교' 같은 것을 실시한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아직은 듣고 싶은 사람들만 참가해서 듣는 형식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콜먼 같은 사람이 나타나 다양한 학교들을 찾아가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에게 주입식 학교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것부터 우리에게 평화라는 게 무엇인지, 왜 우리는 평화를 배우고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지 등을 가르치는 평화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