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The Collection Ⅱ
마리옹 바타유 지음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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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덮개 안에 있던 책을 꺼내면 앞뒤로 검은 숫자 '10'이 써진 작은 책이 나온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는 단순한 숫자 인지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제 매력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팝업형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팝업북을 많이 접한 것은 아니지만 팝업북은 장치나 구조가 정교하거나 기발해서 매번 놀랍다.

평면의 그림에서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체로 변하는 모습은 항상 새롭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다른 책들에 비해 화려한 색채나 형태, 여러 기교가 없어 무척  단순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기발한 변화가 크게 와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표지를 넘기면 작은 10이 나오고 한 번 더 그 페이지를 넘기니 굵은 01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라 한 번 더 페이지를 넘기면 '01'은 위치를 바꿔 다시 '10'이 된다.

비슷한 구조로 다음 페이지의 2는 2가 되었다가 9로 변하고 단순한 움직임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다음의 3과 8도 마찬가지다.

4와 7, 5와 6, 다시 6과 5, 7과 4. 8과 3, 9와 2, 10과 01..

방향을 바꾸면 절묘하게 다른 숫자로 바뀌는것이 꼭 마술같기만 하다.

2에서 어떻게 9를 만들고 6은 어떻게 5속에 들어가는지, 서로 시각적으로 연관되어 어우러지는 것이 재미있다.

또 구성면에서 다음 숫자가 나올 앞페이지엔 아무것도 없어서 숫자가 어떻게 나올까 기대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책은 이제 막 숫자를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에겐 숫자 인지책이 되겠고 이미 숫자를 알고 있는 아이들도 형태의 변화가 새롭고 흥미롭겠다.

책을 넘겼다 다시 되돌렸다 하며 살피던 아이는 앞 뒤로 보이는 두 숫자의 합이 각각 11이란다.

우리가 처음 수 개념을 익힐 때 기본이 되는 수는 바로 10인데 작가는 일부러 11로 구성했던 것일까?

하나에서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에서 둘을 생각하고 단순함 뒤에 숨은 다른 생각들을 가져보게 하는 책같다.

그림책이라 하기보다 아트북이라 하고픈.. 작가의 아이디어도 신선하고 깔끔한 구성에서 예술적 매력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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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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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바느질과 바느질로 만들었던 다양한 유물과 제작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정성스런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표지그림엔 촘촘한 바느질 선이 가득한데 손으로 만지면 그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질것 같다.

거기다 알록달록한 조각보와 매듭 묶인 보자기, 그리고 바느질함과 모란 장식, 바느질 선 사이사이에 피어난 작은 모란꽃송이를 보자니 본문의 내용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할머니댁을 찾아온 슬이는 할머니가 또 무얼 만드셨을까 궁금해 마음이 설렌다.

손재주가 좋으신 할머니는 그동안 슬이의 배냇저고리며 기저귀, 자수 머리띠도 만들어 주셨고 직접 옷과 이불, 방석 같은 것도 만들어 쓰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할머니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신다고 한다.

할머니가 한평생 보물처럼 간직해온 보따리들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나온 물건들에 담긴 사연도 할머니의 이야기로 풀어지기 시작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할머니의 할머니 손에 자라며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며 천조각 백 개를 이어 만든 조각보와 결혼한 부인들이 입는 삼회장 저고리, 알록달록 장식이 화려한 굴레, 커다란 모란꽃이 수놓아진 두 폭짜리 가리개 병풍, 솜을 두둑히 넣어 공들여 누빈 두루마기까지 바느질로 만든 다섯가지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가 차례차례 이어진다. 그런데 단순히 물건의 쓰임새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만든 이들의 정성스런 마음 또 그들이 살던 당시의 생활모습도 함께 들려준다.

감침질, 홈질,박음질, 새발뜨기 같은 기본 바느질 방법과 징금수, 평수, 자련수 등의 여러 자수법 그리고 저고리와 누비두루마기, 조각보를 만드는 과정도 그림과 함께 아주 상세하게 실려 있다.

제작 과정 등은 아이들 입장에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작은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공들여 정성을 다하였던 조상들의 마음을 더 느낄 수 있을것 같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박하고 한편으론 화려하면서도 정겨운 것이 우리 전통문화의 매력일 것이다.

그런데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만든 바느질과 자수의 세밀한 아름다움은 그림책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나는 듯 하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정성스레 옷을 짓고 수를 놓았던 이들의 고운 마음이 전해오는 것 같다.

조각천 하나도 허투루 쓰거나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색과 모양을 맞춰 이어 만들었을 보자기는 어떠한가.

그것은 무엇을 덮거나 싸는 쓰임새만 가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도 귀히 여기는 우리 조상들의 가치관을 담고 있다.

어느 예술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조화미도 갖고 있다.

거기에 책의 내용처럼 전쟁으로 인해 흩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는 바램과 그리움을 달래는 위로가 되었다 하니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규방문화는 조선시대 남녀의 유별함으로 인해 생겨났다고 한다.

통제된 바깥생활 대신 규방에서 여성들은 한복이나 자수 장신구 등의 침선을 하면서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자신의 꿈과 소망들을 표현해 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예와 정성을 다해 옷을 짓고 수를 놓으며 그 마음까지도 담으려 애썼을 옛여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그림책을 통해 또 하나의 전통문화를 배운다.

우리 전통 바느질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만들었던 이들의 마음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박물관에 가면 유명한 역사유물에 눈이 먼저 가곤 했는데 이제는 작은 것에 더 관심갖고 봐야겠다.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 문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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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부인 The Collection Ⅱ
벤자민 라콩브 글.그림, 김영미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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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나비부인> 이야기다.  

사실 음악을 들어본 적도 없고 스토리 또한 어렴풋하였는데 이 책을 계기로 나비부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나비부인>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가 쓴 <국화부인>을 소재로 미국 작가 존 루터 룽이 실제 게이샤의 실화를 참고해 <나비부인>으로 번안, 다시 극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희곡으로 각색해 연극무대에 올렸다. 연극으로 크게 성공을 한 이 작품은 런던으로 진출했고 런던에서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은 푸치니가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사에게  오페라대본을 맡겨 오페라로 완성했다. 첫 공연은 실패했지만 곡을 고쳐 재공연에서는 대성공을 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라보엠,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 3대 오페라로 평가받는 <나비부인>.

푸치니가 오페라의 아름다운 선율로 <나비부인>이야기를 그렸다면 이 책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그림과 구성을 통해 나비부인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야말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그림책이면서도 이제껏 봐온 그림책과는 다른 그림책이었다.

먼저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색채 그리고 진지한 표정의 표지 그림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절대적으로 큰 판형에 책의 두께까지.. 펼칠수록 그 놀라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책을 볼 때 보통 텍스트를 먼저 보는데 일러스트에 마음을 빼앗겨 천천히 그림에 집중해 보니 아름다운 화집을 보는 기분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애처럽고, 사진처럼 실제같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도 있다.

서로 대비되는 이미지들이 묘하게 잘 어울리고 그림들 모두 섬세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펼침북 형태인 이 책은 길이가 무려 10M에 이른다.

앞으로 뒤로 양쪽에서 펼쳐볼 수 있는데 앞쪽에서는 화려한 색채의 일러스트와 텍스트가 있고 뒷쪽에는 푸른색, 흑색, 주홍색 단색을 쓴 정교한 드로잉 그림이 스토리처럼 차분하게 이어진다.

특히 뒷쪽의 일러스트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 혹은 설명하는 듯한 일러스트가 아니라 말로 다 담지 못하는 나비부인 그녀의 내면을 형상화한 듯 느껴졌다. 마음을 사로잡는 애잔한 그림들, 거기에 담긴 메시지와 상징들이 넓고 깊다.

가령 첫 페이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푸른 꽃이 나비부인이다. 꽃잎 속 그녀를 향해 새와 나비들이 날아들지만 다음 장에서는 한 마리의 새가 그녀를 품고 그녀에게는 커다란 날개가 돋는다.

새가 떠나가고 꽃은 점점 시들어간다. 곁에 다른 얼굴이 보이지만 그녀의 날개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고 꽃도 시든다.

붉게 물드는 그녀의 몸과 시들어가는 꽃을 보자니 그녀의 심정이 전해오는 듯 하였다. 

 

 

 

핑커튼 중위의 조용한 독백으로 써진 이 책은 오페라처럼 본문 구성이 서막을 시작으로 3막까지 이루어져 있다.

서막은 미 해군 중위인 핑커튼이 나가사키에 도착하며 그곳에 관습이 되버린 현지결혼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보좌관 이브와 함게 온 화원에서 게이샤를 보고 핑커튼은 마음을 빼앗긴다.

'오, 나비! 나비의 날개를 건드리면 그 나비는 죽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하고 시작된 서막은

'파닥파닥 날다가 우아하고도 섬세하게 내려앉는 이 나비는 이제 내 것이 될 것이다. 내가 나비의 날개를 산산조각 내게 될지라도...'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 문장들에서 '어쩌면..' 하고 이야기의 결말이 떠올려졌다.

 

 

 

1막은 중매인 고로를 통해 나비와 핑커튼이 결혼하는 내용이다.

나비는 원래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집안이 몰락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게이샤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핑커튼이 그녀와 그녀의 집과 하인까지 돈으로 사면서 결혼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규범대로 결혼식은 진행되었지만 나비는 승려로부터 저주를 받으며 슬퍼한다.

결혼식을 하기 전 샤플레스 영사는 핑커튼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오! 내 친구, 자네는 운이 좋군! 축복받은 핑커튼! 멀리서 봐도 자네의 나비는 내가 본 그 어떤 여인보다 매혹적이네. 하지만 조심하게. 이곳의 계약도, 나비의 사랑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네. 주의하게! 그녀, 그녀는 이 결혼을 진짜로 믿고 있네!"

샤플레스는 그에게 충동적인 결혼의 위험에 대해 충고하지만 핑커튼은 그 불행의 끝을 미처 알지 못했다.

 

 

 

2막에서는 나비와 핑커튼의 결혼생활 그리고 그가 본국으로 떠나기까지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집안의 종교를 버리고 개종할 만큼 나비는 핑커튼을 사랑했지만 핑커튼은 시간이 지나며 다른 생각을 한다.

그에게 결혼은 자신의 소유욕과 욕정을 채울 식민지의 관습이었을 뿐이다.

핑커튼은 나비에게 울새가 집을 짓고 장미꽃 피는 계절에 돌아오겠단 약속을 하고 본국으로 떠난다.

후로 나비는 아들을 낳고 또 주변의 모든 유혹을 거절하며 지내지만 3년이 지나도록 핑커튼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마지막 3막은 이야기의 절정이자 비극의 결말이 그려진다.

미국에서 새로 결혼한 핑커튼은 결혼 소식을 샤플레스 영사에게 편지를 써서 전한다.

핑커튼의 편지를 갖고 나비를 찾은 샤플레스는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나비에게 그가 그의 본국 아내를 데려올거란 이야기를 하고 나비부인은 절망하게 된다.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핑커튼의 부인과 샤플레스가 그녀를 찾아와 아들을 데려가 키우고 싶다 하자 결국 나비는 죽음을 택한다.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체념하게 된 자신의 사랑이 그녀에게 불명예였던 것일까?

그녀의 애틋한 기다림이 그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끝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음이 너무 안타깝다. 

이야기를 다 읽고보니 이 이야기가 핑커튼의 후회로운 독백처럼, 고해성사처럼 들렸다.

 

애절한 그녀의 사랑, 그 사랑의 깊이는 스토리도 그러하지만 그림에서 더 감동과 느낌이 남는다.

그림을 먼저 보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니 그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녀의 표정과 눈빛에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오페라 대신 그림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만나본 나비부인.. 

누구에게라도 그러하겠지만 이 책의 그림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떤 설명보다도 가장 친절한 설명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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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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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다보면 문득 다른 그림책이 떠올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림풍이나 글의 문체, 구성에서 전해오는 비슷한 느낌 혹은 주제 등 여러 이유에서 작가 특유의 개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뭐라 꼬집어 표현하기 어렵지만 두 번째 페이지를 볼 때 <오늘은 5월 18일> 책이 떠올려졌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 작가가 같았다.

<오늘은 5월 18일>이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아이의 일기를 통해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이 책은 아이의 서술로 6.25한국전쟁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들려준다. 전작처럼 이 책도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전쟁으로 인해 한 가족이 겪어야했던 이별과 아픔을 중심으로 전쟁의 폐해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한가로운 주말이었을 것이다.

봉선화 꽃물 들이던 아이들도 방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차보다 빠른 비행기가 신기해 비행기 구경을 하였다.

그때까지만해도 그것이 전쟁인지 몰랐고 또 앞으로 닥칠 비극 또한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여름에 시작된 전쟁은 겨울이 왔는데도 끝나지 않았다.

백만이 넘는 중공군이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기 시작했고 아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 엄마와 육남매를 먼저 떠나게 한다.

그런데 피난길을 가다 소년은 아빠의 옷보따리를 보고 다시 집으로 향하고, 병원 버스를 타게 되면서 엄마와 이별을 하게 된다.

그것이 영영 마지막이 될 줄이야!

나중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혼자 집으로 돌아가지도 버스에 타지도, 또 버스에 그대로 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엄마 곁에 꼭 붙어 있었을 것이다.

 

보름이 지나서야 부산 영도에 도착하였다.

북적북적 대가족 속에서 살던 소년은 이제 아빠와 단둘이 산다.

아빠는 천막병원을 지어 환자를 돌보느라 바쁘고 소년은 혼자 밥을 먹고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어두운 저녁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인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여덟 글자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지.. 책을 읽으며 울컥하였다. 

1953년 7월 27일, 3년 간의 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을 맺었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도 끊긴 셈이다.

엄마가 좋아하셨던 '봉선화' 노래를 부르며 소년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엄마가 보내온 봉선화 씨를 심고 엄마의 사진을 보며 엄마와 고향의 가족을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린다.

 

머릿 속에 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봉선화 노래를 부르며 봉선화 씨를 심고 가꾸며 눈물을 흘리는 작은 남자 아이가 외롭게 서 있다.

이 소년에게 봉선화는 바로 엄마였을 것이다.

앞뒤 면지에도 가족사진의 담장 밑으로도 가족이 살던 평양집 앞마당에도 그리고 옥상 마당 한켠에도 봉선화가 가득 피었다.

아버지 산소에도 피어난 봉선화꽃..

엄마가 보내준 봉선화씨를 해마다 꽃피우면서 소년의 그리움은 그렇게 붉게 피고 또 피어났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실화라고 작가는 적고 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평생 헌신과 봉사의 의술을 펼친 고 장기려 박사님과 그의 아들 고 장가용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에서 소년이었던 장가용 선생은 60이 넘어 팔순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만나게 된 어머니.

그 안타까움은 가족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일 것이다.

고 장기려 박사님은 아내만 그리워하다가 할아버지가 되셨고 그렇게 평생 가족을 그리워만 하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장가용선생님 또한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안타까운 이별이 비단 이 가족 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와 달리 현재의 전후세대나 지금의 아이들에겐 전쟁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프고 안타까운 비극은 바로 한 민족이 둘로 나뉘게된 6.25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는 이 전쟁의 폐해를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지나 미래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 이웃 내 민족의 이야기로 조금이나마 그 아픔을 공감하는 시간을 갖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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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손님 - 이란 땅별그림책 11
파리데 파잠 글, 주디 파만파마얀 그림, 신양섭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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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손님' 책 제목과 밖을 내다보는 할머니의 불안한 표정이 왠지 의심스런 마음을 품게 한다.

할머니가 바라보고 있는 이 '손님'은 과연 누구일까? 

아이같은 호기심이 발동, 급한 맘으로 책을 펼쳤다.

 

어느 작은 마을에 할머니가 살고 있었다. 마음씨가 곱고 친절한 할머니는 이웃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차도르를 쓰고 문밖으로 나선다.

하지만 이내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천둥 번개까지 치며 비는 더 거세진다.

그리고 한밤중..

똑, 똑, 똑.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나가니 대문 앞에는 비에 흠뻑 젖은 참새 한 마리가 있다.

그런데 이것이 시작.. 

참새를 데려와 작은 천을 덮어 주자마자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또 들리고 다리가 짧은 닭과 까마귀, 고양이, 개, 당나귀, 검은소까지 계속해서 할머니집에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비에 젖은 손님들과 할머니는 서로 좁은 자리를 양보하며 비오는 밤을 따듯하게 보낸다.

다음 날 아침, 손님들은 바쁘게 움직여 할머니의 일을 거들고 할머니는 오래간만에 집 안에 생기가 돌자 기쁜 마음으로 갓 구운 빵을 사온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빵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이들은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헤어질 생각에 아쉽던 이들은 서로 마음을 모아 살아갈 방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비를 피해 찾아왔던 손님들은 하룻밤새 할머니의 가족이 된다.

 

이 책은 보림의 땅별그림책 시리즈로 우리에게 생소한 나라, 이란의 그림책이다.

색이 바랜듯한 그림은 좀 낯설기도 하지만 그림을 통해 이란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 생김새 등을 엿볼 수 있었다.

할머니의 흙집과 대문, 차도르와 화려하게 수놓아진 양탄자, 벽난로, 다구와 할머니의 담뱃대 등은 우리에게 낯선 '이란' 이라는 나라의 문화를 한결 가깝게 보여준다.

 

분명 사는 곳이 다른 만큼 사상과, 문화, 가치관, 생활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공간과 문화가 달라도 사람이 가진 너그러운 마음만큼은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며 느끼는 따스한 감정은 공간을 초월한 인지상정임을 느낄 수 있는 동화다.

모두 모여 함께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이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행복해 보인다.

특히 할머니의 미소에서 할머니의 따듯한 마음이 함께 느껴지는 것 같다.

할머니 곁에 앉은 검은 소와 당나귀는 듬직하고 물장구를 치는 참새는 작은 아이같기도 하고 개와 고양이는 서로 참 다정하다.

할머니는 이들과 가족이 되기로 하면서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여러분은 여기서 저와 함께 머물기를 원하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마음을 모아 서로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스스로 각자의 방을 만들어야 합니다."

친절한 할머니는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까지도 넌지시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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