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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4년 8월
평점 :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우리나라 전통 바느질과 바느질로 만들었던 다양한 유물과 제작과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정성스런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표지그림엔 촘촘한 바느질 선이 가득한데 손으로 만지면 그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질것 같다.
거기다 알록달록한 조각보와 매듭 묶인 보자기, 그리고 바느질함과 모란 장식, 바느질 선 사이사이에 피어난 작은 모란꽃송이를 보자니 본문의 내용이 무척이나 기대되었다.
할머니댁을 찾아온 슬이는 할머니가 또 무얼 만드셨을까 궁금해 마음이 설렌다.
손재주가 좋으신 할머니는 그동안 슬이의 배냇저고리며 기저귀, 자수 머리띠도 만들어 주셨고 직접 옷과 이불, 방석 같은 것도 만들어 쓰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할머니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신다고 한다.
할머니가 한평생 보물처럼 간직해온 보따리들이 펼쳐지고 그 속에서 나온 물건들에 담긴 사연도 할머니의 이야기로 풀어지기 시작한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할머니의 할머니 손에 자라며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며 천조각 백 개를 이어 만든 조각보와 결혼한 부인들이 입는 삼회장 저고리, 알록달록 장식이 화려한 굴레, 커다란 모란꽃이 수놓아진 두 폭짜리 가리개 병풍, 솜을 두둑히 넣어 공들여 누빈 두루마기까지 바느질로 만든 다섯가지 물건들에 관한 이야기가 차례차례 이어진다. 그런데 단순히 물건의 쓰임새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과정과 만든 이들의 정성스런 마음 또 그들이 살던 당시의 생활모습도 함께 들려준다.
감침질, 홈질,박음질, 새발뜨기 같은 기본 바느질 방법과 징금수, 평수, 자련수 등의 여러 자수법 그리고 저고리와 누비두루마기, 조각보를 만드는 과정도 그림과 함께 아주 상세하게 실려 있다.
제작 과정 등은 아이들 입장에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작은 물건 하나를 만들어도 공들여 정성을 다하였던 조상들의 마음을 더 느낄 수 있을것 같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박하고 한편으론 화려하면서도 정겨운 것이 우리 전통문화의 매력일 것이다.
그런데 한 땀 한 땀 손끝으로 만든 바느질과 자수의 세밀한 아름다움은 그림책에서도 고스란히 살아나는 듯 하다.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정성스레 옷을 짓고 수를 놓았던 이들의 고운 마음이 전해오는 것 같다.
조각천 하나도 허투루 쓰거나 버리지 않고 모아 두었다가 색과 모양을 맞춰 이어 만들었을 보자기는 어떠한가.
그것은 무엇을 덮거나 싸는 쓰임새만 가진 것이 아니라 작은 것도 귀히 여기는 우리 조상들의 가치관을 담고 있다.
어느 예술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과 조화미도 갖고 있다.
거기에 책의 내용처럼 전쟁으로 인해 흩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기를 기원하는 바램과 그리움을 달래는 위로가 되었다 하니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규방문화는 조선시대 남녀의 유별함으로 인해 생겨났다고 한다.
통제된 바깥생활 대신 규방에서 여성들은 한복이나 자수 장신구 등의 침선을 하면서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자신의 꿈과 소망들을 표현해 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위하여 예와 정성을 다해 옷을 짓고 수를 놓으며 그 마음까지도 담으려 애썼을 옛여인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다.
그림책을 통해 또 하나의 전통문화를 배운다.
우리 전통 바느질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만들었던 이들의 마음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박물관에 가면 유명한 역사유물에 눈이 먼저 가곤 했는데 이제는 작은 것에 더 관심갖고 봐야겠다.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 문화가 특별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