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부인 The Collection Ⅱ
벤자민 라콩브 글.그림, 김영미 옮김 / 보림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한 <나비부인> 이야기다.  

사실 음악을 들어본 적도 없고 스토리 또한 어렴풋하였는데 이 책을 계기로 나비부인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다.  

<나비부인>은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로티가 쓴 <국화부인>을 소재로 미국 작가 존 루터 룽이 실제 게이샤의 실화를 참고해 <나비부인>으로 번안, 다시 극작가 데이비드 벨라스코가 희곡으로 각색해 연극무대에 올렸다. 연극으로 크게 성공을 한 이 작품은 런던으로 진출했고 런던에서 연극을 보고 감명을 받은 푸치니가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사에게  오페라대본을 맡겨 오페라로 완성했다. 첫 공연은 실패했지만 곡을 고쳐 재공연에서는 대성공을 하며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라보엠, 토스카와 함께 푸치니 3대 오페라로 평가받는 <나비부인>.

푸치니가 오페라의 아름다운 선율로 <나비부인>이야기를 그렸다면 이 책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그림과 구성을 통해 나비부인의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야말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그림책이면서도 이제껏 봐온 그림책과는 다른 그림책이었다.

먼저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색채 그리고 진지한 표정의 표지 그림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거기다 절대적으로 큰 판형에 책의 두께까지.. 펼칠수록 그 놀라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책을 볼 때 보통 텍스트를 먼저 보는데 일러스트에 마음을 빼앗겨 천천히 그림에 집중해 보니 아름다운 화집을 보는 기분이었다.

화려하면서도 애처럽고, 사진처럼 실제같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도 있다.

서로 대비되는 이미지들이 묘하게 잘 어울리고 그림들 모두 섬세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펼침북 형태인 이 책은 길이가 무려 10M에 이른다.

앞으로 뒤로 양쪽에서 펼쳐볼 수 있는데 앞쪽에서는 화려한 색채의 일러스트와 텍스트가 있고 뒷쪽에는 푸른색, 흑색, 주홍색 단색을 쓴 정교한 드로잉 그림이 스토리처럼 차분하게 이어진다.

특히 뒷쪽의 일러스트는 내용을 전하기 위해 혹은 설명하는 듯한 일러스트가 아니라 말로 다 담지 못하는 나비부인 그녀의 내면을 형상화한 듯 느껴졌다. 마음을 사로잡는 애잔한 그림들, 거기에 담긴 메시지와 상징들이 넓고 깊다.

가령 첫 페이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푸른 꽃이 나비부인이다. 꽃잎 속 그녀를 향해 새와 나비들이 날아들지만 다음 장에서는 한 마리의 새가 그녀를 품고 그녀에게는 커다란 날개가 돋는다.

새가 떠나가고 꽃은 점점 시들어간다. 곁에 다른 얼굴이 보이지만 그녀의 날개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하고 꽃도 시든다.

붉게 물드는 그녀의 몸과 시들어가는 꽃을 보자니 그녀의 심정이 전해오는 듯 하였다. 

 

 

 

핑커튼 중위의 조용한 독백으로 써진 이 책은 오페라처럼 본문 구성이 서막을 시작으로 3막까지 이루어져 있다.

서막은 미 해군 중위인 핑커튼이 나가사키에 도착하며 그곳에 관습이 되버린 현지결혼을 준비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보좌관 이브와 함게 온 화원에서 게이샤를 보고 핑커튼은 마음을 빼앗긴다.

'오, 나비! 나비의 날개를 건드리면 그 나비는 죽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하고 시작된 서막은

'파닥파닥 날다가 우아하고도 섬세하게 내려앉는 이 나비는 이제 내 것이 될 것이다. 내가 나비의 날개를 산산조각 내게 될지라도...'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 문장들에서 '어쩌면..' 하고 이야기의 결말이 떠올려졌다.

 

 

 

1막은 중매인 고로를 통해 나비와 핑커튼이 결혼하는 내용이다.

나비는 원래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집안이 몰락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게이샤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핑커튼이 그녀와 그녀의 집과 하인까지 돈으로 사면서 결혼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규범대로 결혼식은 진행되었지만 나비는 승려로부터 저주를 받으며 슬퍼한다.

결혼식을 하기 전 샤플레스 영사는 핑커튼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오! 내 친구, 자네는 운이 좋군! 축복받은 핑커튼! 멀리서 봐도 자네의 나비는 내가 본 그 어떤 여인보다 매혹적이네. 하지만 조심하게. 이곳의 계약도, 나비의 사랑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네. 주의하게! 그녀, 그녀는 이 결혼을 진짜로 믿고 있네!"

샤플레스는 그에게 충동적인 결혼의 위험에 대해 충고하지만 핑커튼은 그 불행의 끝을 미처 알지 못했다.

 

 

 

2막에서는 나비와 핑커튼의 결혼생활 그리고 그가 본국으로 떠나기까지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집안의 종교를 버리고 개종할 만큼 나비는 핑커튼을 사랑했지만 핑커튼은 시간이 지나며 다른 생각을 한다.

그에게 결혼은 자신의 소유욕과 욕정을 채울 식민지의 관습이었을 뿐이다.

핑커튼은 나비에게 울새가 집을 짓고 장미꽃 피는 계절에 돌아오겠단 약속을 하고 본국으로 떠난다.

후로 나비는 아들을 낳고 또 주변의 모든 유혹을 거절하며 지내지만 3년이 지나도록 핑커튼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마지막 3막은 이야기의 절정이자 비극의 결말이 그려진다.

미국에서 새로 결혼한 핑커튼은 결혼 소식을 샤플레스 영사에게 편지를 써서 전한다.

핑커튼의 편지를 갖고 나비를 찾은 샤플레스는 끝내 희망을 놓지 않는 나비에게 그가 그의 본국 아내를 데려올거란 이야기를 하고 나비부인은 절망하게 된다.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고 핑커튼의 부인과 샤플레스가 그녀를 찾아와 아들을 데려가 키우고 싶다 하자 결국 나비는 죽음을 택한다.

더 이상 붙잡지 못하고 체념하게 된 자신의 사랑이 그녀에게 불명예였던 것일까?

그녀의 애틋한 기다림이 그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끝내는 비극적인 결말을 맺음이 너무 안타깝다. 

이야기를 다 읽고보니 이 이야기가 핑커튼의 후회로운 독백처럼, 고해성사처럼 들렸다.

 

애절한 그녀의 사랑, 그 사랑의 깊이는 스토리도 그러하지만 그림에서 더 감동과 느낌이 남는다.

그림을 먼저 보고  글을 읽고.. 다시 그림을 보니 그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녀의 표정과 눈빛에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다.

오페라 대신 그림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만나본 나비부인.. 

누구에게라도 그러하겠지만 이 책의 그림들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떤 설명보다도 가장 친절한 설명을 전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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