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림 창작 그림책
서진선 글.그림 / 보림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책을 읽다보면 문득 다른 그림책이 떠올려지는 경우가 있다.

그림풍이나 글의 문체, 구성에서 전해오는 비슷한 느낌 혹은 주제 등 여러 이유에서 작가 특유의 개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뭐라 꼬집어 표현하기 어렵지만 두 번째 페이지를 볼 때 <오늘은 5월 18일> 책이 떠올려졌다.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역시 작가가 같았다.

<오늘은 5월 18일>이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아이의 일기를 통해 이야기해주는 것처럼 이 책은 아이의 서술로 6.25한국전쟁과 이산가족의 아픔을 들려준다. 전작처럼 이 책도 전쟁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전쟁으로 인해 한 가족이 겪어야했던 이별과 아픔을 중심으로 전쟁의 폐해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한가로운 주말이었을 것이다.

봉선화 꽃물 들이던 아이들도 방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기차보다 빠른 비행기가 신기해 비행기 구경을 하였다.

그때까지만해도 그것이 전쟁인지 몰랐고 또 앞으로 닥칠 비극 또한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여름에 시작된 전쟁은 겨울이 왔는데도 끝나지 않았다.

백만이 넘는 중공군이 내려오면서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기 시작했고 아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두고 갈 수 없어 엄마와 육남매를 먼저 떠나게 한다.

그런데 피난길을 가다 소년은 아빠의 옷보따리를 보고 다시 집으로 향하고, 병원 버스를 타게 되면서 엄마와 이별을 하게 된다.

그것이 영영 마지막이 될 줄이야!

나중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혼자 집으로 돌아가지도 버스에 타지도, 또 버스에 그대로 타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엄마 곁에 꼭 붙어 있었을 것이다.

 

보름이 지나서야 부산 영도에 도착하였다.

북적북적 대가족 속에서 살던 소년은 이제 아빠와 단둘이 산다.

아빠는 천막병원을 지어 환자를 돌보느라 바쁘고 소년은 혼자 밥을 먹고 홀로 바다를 바라보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어두운 저녁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의 뒷모습이 무척 쓸쓸해 보인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여덟 글자 속에 얼마나 많은 눈물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지.. 책을 읽으며 울컥하였다. 

1953년 7월 27일, 3년 간의 전쟁이 끝나고 휴전협정을 맺었다.

전쟁은 끝이 났지만 엄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희망도 끊긴 셈이다.

엄마가 좋아하셨던 '봉선화' 노래를 부르며 소년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미국에 있는 친척을 통해 엄마가 보내온 봉선화 씨를 심고 엄마의 사진을 보며 엄마와 고향의 가족을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린다.

 

머릿 속에 한 소년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봉선화 노래를 부르며 봉선화 씨를 심고 가꾸며 눈물을 흘리는 작은 남자 아이가 외롭게 서 있다.

이 소년에게 봉선화는 바로 엄마였을 것이다.

앞뒤 면지에도 가족사진의 담장 밑으로도 가족이 살던 평양집 앞마당에도 그리고 옥상 마당 한켠에도 봉선화가 가득 피었다.

아버지 산소에도 피어난 봉선화꽃..

엄마가 보내준 봉선화씨를 해마다 꽃피우면서 소년의 그리움은 그렇게 붉게 피고 또 피어났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실화라고 작가는 적고 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며 평생 헌신과 봉사의 의술을 펼친 고 장기려 박사님과 그의 아들 고 장가용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에서 소년이었던 장가용 선생은 60이 넘어 팔순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만나게 된 어머니.

그 안타까움은 가족이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일 것이다.

고 장기려 박사님은 아내만 그리워하다가 할아버지가 되셨고 그렇게 평생 가족을 그리워만 하다 돌아가셨다.

그리고 장가용선생님 또한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 안타까운 이별이 비단 이 가족 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쟁을 겪었던 세대와 달리 현재의 전후세대나 지금의 아이들에겐 전쟁이 먼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아프고 안타까운 비극은 바로 한 민족이 둘로 나뉘게된 6.25임에 틀림없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우리는 이 전쟁의 폐해를 머리보다 가슴으로 느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지나 미래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내 이웃 내 민족의 이야기로 조금이나마 그 아픔을 공감하는 시간을 갖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