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아는것 없이 시작했다가, 이제서야 평가단이란 감투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해본다고 생각했더니, 벌써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쉽게 될것이다 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운이 좋아 신간평가단 9기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예술/대중문화] 분야라는, 사실 어느정도 관련이야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서 말이다. 무척이나 다양한 책들을 만나면서 정말 좋은 책들도 많이 만났고, 평가단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법한 책들도 만났다. 어디든 일장 일단이 있는 것일까, 내게 그런 양끝 지점에 있는 책들을 만나면서, 여러가지들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비교적 알고 있다고 생각한 분야에 대해서는 더 심도있는 성찰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새로운 발견을 해볼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사진철학의 풍경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연히 내겐 가장 좋은 책이었다. 많은 관련이 있진 않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반가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말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작가의 자세가 좋았다. 문체 등도 읽기 편했음은 물론, 저자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와 애정, 그리고 열정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기술적으로) 어떻게 찍어야 할지는 제쳐두고, 이런 마음이면 '행복한'사진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도, 글도, 저자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고 그 외에 기억에 남는, 좋았던 책을 골라보자면,
<본격 시사인 만화> 개인적으로는 굽시니스트를 처음 만나게 해준 작품이자, 신간평가단 활동에 처음 받았던 책이다. 촌철살인 같은 풍자와 해학이 돋보였으며, 내가 생각보다 정치에 아는게 없구나 라는 걸 느끼게 해준 책이다. 즐거우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지만, 일단은 가려운 곳을 제대로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라는데 의미가 있겠다. 아주 재치있고 센스있는 만화기에 보기 어렵지 않았지만, 나의 정치적 견해가 더 충만했다면 더 많이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아 남았던 책이다.
<옛 그림보면 옛 생각난다> 서양 미술만 주로 봐오고, 한국, 동양 그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가 부끄러워 졌던 책이다. 저자의 맛깔스런 해석과 글이 그림에다 풍미를 더해주었다. 서양이 아닌, 동양의 그림에 대해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만들어준 책이다. 옛 그림에서 현재까지 꿰뚫는 저자의 날카로움과 더불어 사람 그 자체에 대해 따스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좋았다.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솔직히 처음엔 제본스타일도 낯선 데다가, 생소한 분야라서 힘들게 읽다가 중반을 지나면서 제대로 흥미를 붙여가며 읽은 책이다.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해 흥미를 트이게 해준 책이다. 그저 실용적인 설계로 알거나, 혹은 건축, 설치예술은 많이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조금은 알게 된 느낌이다. 그의 열정도 좋았고, 그의 작품도 좋았다.
<무명 화가들의 반란, 민화> 이번 평가단을 하면서 동양, 특히 우리나라의 미술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인 지식을 쌓고 (사실 지식이라기 보단 눈을 뜨게해줬다는게 정확하겠지만) 관심을 갖게 해준 두번째 책이다. ('지혜로 지은 집, 한국건축' 또한 선조들의 지혜와 한국건축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해준게 사실이지만, 일단 한국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볼때 이 두책이 가장 컸다) 이런 그림을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게 더 놀라울 정도로, 대단한 민화들이었다.
<사유속의 영화> 굉장히 영양가 있고 가치있는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마음껏 읽지 못한 책이다. 읽기도 그렇고, 리뷰도 가장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책에 대해서 너무 무책임하게 적은 듯한 기분이었다.) 조만간 꼭 시간을 내서 다시한번 진중하게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러면 생각하고 배울 것들이 많을 것 이란 확신이 든다.
이 외에도, 각각의 책들이 모두 각각의 가치와 가르침을 주었지만, 규격상 이렇게 남긴다..거의 반의 확률로 희망하던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여러 이유로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평가단 활동이 반을 지나고 나서야, 그러니깐 평가단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이 '평가단'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이고, 어떤 태도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과의 만남을 통한 배움 외에도 신간평가단이라는 직책(이라고 하기엔 우습지만)이 내게 주는 가르침과 의미 또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예술, 문화 분야를 여가활동이나 취미로 대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가까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반면에 직업적으로 다른 직업에 종사함에도 매니아 성향을 갖고, 높은 안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느정도만큼 평가할 위치에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사실 중반 정도까지의 나는 그런 애매한 위치,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있는 나의 위치도 나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돌아보면 나는 항상, 완벽하게 전문적이지도 못하면서 그런식으로 느끼고 적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헌데 또 반면에, 몰라서 모르는 대로 적으면, 내가 이렇게 평가해도 괜찮은 책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고보니 정말 어정쩡한 평가들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내가 평가단에서 작성한 리뷰들이 (본의 아니게) 책의 가치들을 절하시키거나, 혹은 지나치게 미화시키진 않았었나도 돌아보게 된다..나의 리뷰가 어떤 역할을 얼마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분한 많은 것들을 배워간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리뷰 마감을 맞추지 못한 전과가 있는 이유와 더불어, 내 스스로 내린, 평가단에 대한 나의 자격과 자체평가 결과를 고려해본 바 일단 이번 10기 평가단은 신청해보지도 않았지만, 다음번엔 좀 더 내 스스로가 만족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는 좀 더 나은 능력과, 나은 태도로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어, 책의 선정부터, 리뷰 작성까지, 그리고 그 중간에 평가단을 위한 안내사항들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공지하고 알려주었던 담장자님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