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쿠데타와 나
장태완 지음, 이원복 엮음 / 이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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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가 으레 그렇지만, 특히 이 영화에 따라붙던 수식어가 '역사가 스포다' 라는 것 이었다. 12.12 쿠데타에 대해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끝이, 그리고 한국 근현대사에 어떤 결말로 남겨져있는지 대략적으로 알만한 국민들은 알고있을테니 뭐 영화에 크게 기대할 것이 있겠냐는 뜻이었겠지만, 영화는 아랑 곳 않고 천만관객을 넘어서며 극장가에 단비를 내렸다.



나 또한 영화를 무척 인상적을 봤다. 그 이후에 수도경비사령관으로서 쿠데타를 막으려 고군분투했던 극중 이태신 장군의 실제 모델이었던 장태완 장군의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길지 않은 인터뷰 영상 속에서 죽은 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그의 모습은 작전에 패배한 군인의 씁쓸한 모습이 아니라 그저, 멸문지화를 당하다시피 한 책임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비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반란군으로 부터 지키기위해 맞서다 순직한 김오랑 소령과 그 때문에 결국 실명까지 하게 된 아내의 일화, 12.12의 진실을 소상히 밝혀 후대에 남기자 했던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의문의 자살 들도 안타까운 일이야 이로 말할 수 없지만, 아무래도 직접 육성으로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 하기도 하고, 이날 12.12의 중심에 있어서 인지 장태완 장군에 대해 연민의 감정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12.12 쿠데타와 나> 라는 책이 참 궁금했다. 같이 온 군번줄을 보자마자 왠지 짠한 생각이 들었다. 군번줄 이 상징하는 것과, 이 군번줄에 적힌 이름의 장군이 어떤 비극을 겪었는지 대략 알고있기 때문일까. 반드시 남겨지고 전해져야할 역사의 증언이 내게로 와, 다시 나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지는 듯한 기분도 괜스레 들었다.


이 책은 서문에서 출간의도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이 한 권의 책이 진상규명과 공정한 사법처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반란 진압 와중 적이 아니라 동료였던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순직 또는 부상의 불이익을 당하고도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떳떳한 보상과 명예 회복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는 원혼 및 당사자, 그리고 그 유족들에게 속죄의 길이 되리라 믿는다. 또한 필자가 군사반란을 진압하지 못한 불찰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도 경건한 심정으로 깊이 고개숙여 속죄를 빌고 싶다.


이 책은 1993년 발행된 도서를 재출간한 도서인데, 당시 김영삼 정부 시절 이들 내란수괴들에 대한 수사에 대해 도움을 주고, 그것이 나라와 희생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이라 생각하여 장태완 장군은 급한 심장수술까지 미뤄가며 원고를 마무리 했었다고 한다.


이 책의 초반부는 저자인 장태완 장군이 6.25가 발발한 해 부터 군에 복무하기 시작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덤덤한 시작부터 예상보다 마음 한켠이 시큰거렸다. 끔찍한 동족상잔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내놓았을 만큼의 충정을 바친 군인이 한낱 자신의 권세와 사리사욕을 위해 나라를 집어삼킨 반역자들에게 당한 것이라는 사실때문에 그러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한켠에 두고 장태완 장군이 6.25를 거치고 박정희 정권에서의 여러 보직들을 거치는 일들과, 관련한 여러 군인들, 그리고 하나회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진 윤필용 사건과 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초반부엔 12.12 가 자행되기 이전, 박정희를 둘러싼 정세들과 정치군인들의 흐름, 12.12 사태의 핵심인 하나회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서서히 12.12 그날에 다가갈 수록 긴장감이 더해진다.


중반부부터 12.12 에 대해 본격적으로 서술된다. 장태완 장군 시점에서 이야기가 구성되며 당시 장태완 장군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사건의 재구성이 중심이 되지만 여러 자료들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 하듯 당시 전두환 보완사령관의 시점이나, 반란군의 상황들도 같이 묘사되어 있어서 12.12 사태의 약 8시간 가량의 구성은 이미 어느정도 아는 사안임에도 영화 못지않은 몰입감을 준다. 재밌다고 하는것이 송구하지만, 이 사건의 재구성이 분명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야기들로 차있다. 어떤 어떤 시점들에서 장태완 장군 자신이 어떤 결정을 왜 내렸고, 어떤 것에 좌절했고, 당시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어떤 착오와 배신들이 모여 결국 그 쿠데타를 '성공' 시켰는지 기록한 이야기는 분명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흥미를 줄 소재임이, 그리고 분노와 안타까움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와 영화를 비교하기 위해 실존인물들도 찾아보고 하면서 책을 읽을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사람들에게 분노를 일으킨 설정들과 구성, 책에서 장태완 장군이 서술하는 구성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 12월 13일에 쿠데타의 결말이 어떻게 실제와 영화가 다른지 알고있는 사람들도 장태완 장군이 붙잡히기 전의 재구성을 보는것도 한편으로는 쓰리고 흥미로울 것이다. 이후 서빙고 분실로 붙잡혀가 수사받게 되는 과정도 영화에는 제대로 다루지 않은 내용이다.


특히 내가 이 책을 보기전 장태완 장군에게 연민을 갖게 했던 자식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관한, 그러니깐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2개월간의 조사와 수감이 끝난 이후다. 가택연금을 받으며 집에 보안사 요원들이 방을 하나 차지하고 상주하는 치욕적인 때부터 또다른 비극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자신의 불행으로 끝나지않고 아버지, 자식으로 이어진 고통을 견디었던 흔적들을 읽고 있노라면, 이 사람이 어떻게 그 불운한 삶을 겨우겨우 버텨왔을지 생각하게 하며 마음이 아팠다.


12.12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영화 <서울의 봄> 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게되었을 텐데,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 이 책 <12.12 쿠데타와 나>는 아마 그보다 더한 몰입과 아픔을, 혹은 그에 견줄만한 흥미를 줄 것이기에 누구에게라도 추천해줄만하다. 사건 자체의 성격과 그 회고록의 구성으로 인해 강한 흡인력을 지닌 책이다.


반란을 일으키고, 나라를 후퇴시킨 범죄자들은 제대로 사과한게 거의 없고, 그 반란을 막지 못한 스스로를 죄인이라 생각하며 연신 나라와 피해자들과 가족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가졌던 장태완 장군의 이야기가 더욱 널리 읽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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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호빵맨의 탄생일화에 대해 알게된 후
오랜만에 다시 그 포스팅에 접속해보니 페이지가 사라져있다.
호기심에 책을 검색해보니 이런 책이 있더라.

목차 등을 보니 기존의 동 출판사의
‘네, 호빵맨 입니다’ 라는 책의 개정판 인듯 싶다.

분류은 에세이이고, 나도 그런 책을 희망하는데
책 제목은 너무 그저그런 자기계발서의 제목같이
바뀐듯 해서 좀 아쉽다. 그치만 나름의 사정이 있을테니 뭐..

책장의 안읽은 책들을 보며 문득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밤,
그 생각이 무색하게 또 내게 없는 책을 읽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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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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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은 꿋꿋하게 일정대로 진행되고
어떤 일들은 미뤄지고 있는 2020년 요즘

왜인지, 언젠가 읽다 만 소설이라는 생각에
그리고 무척 재밌고 인상깊게 읽었다는 기억에
(또한 해야할 일을 하기 싫다는 욕망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여기까진 읽었었지, 하지만 다시 봐도 재밌네’
라는 생각을 (우스꽝스럽게도) 읽다가 끊는 중간중간 마다 했고,
다 읽는 순간까지도 그랬다.

그리고 너무나 오랜만에 책한권을 완독한것을 자축하기 위해,
(또 너무나 오랜만에 접속한) 북플에서,
2018년도에 이 책을 읽었단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야
정말 내가 이 책을 다 읽었었다는 걸 실감했다.

시인을 다룬, (현실 바탕의 가상의) 이야기가 시처럼 다가왔다 갔다.

미지의 독자 여러분도 깨닫게 되겠지만 이 이야기는 열광적으로 시작해서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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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는 예술가로서 사회에서 소외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작가가 되면 당신의 취향은 영화계의 일부가 된다. 당신이 어느 분야의 일부가 되면 당신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관점, 결국 재주까지 잃게 된다. 따라서 내 작업공간은 나만의 것이며 신성한 곳이다.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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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계속 울상이었을 테지. 내버려두고 싶어도 그게 되지 않을 정도로 분명 형편없이 약해져 있었던 거다.
-언제까지고 이런 얼굴로 지낼 수는 없어. 누군가 내미는 손에 계속 기대고만 있을 수는 없어.
(156p)

멀어져가는 등을 보면서 나는 문득 생각한다. 이 이상한 여자는 어쩌면 내가 알아야 할 사람인지도 모른다.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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