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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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원작의 영화들은 가능하다면 영화->소설의 순으로 접하려고 한다. 그렇게 되기가 쉽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게 어느쪽에도 '더 만족하는' 방법이었다. 당시 영화를 못 본 상태임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영화의 원작 소설이라는 것만으로 이 책을 기대했다. 애석하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같은 상황이고, 그것이 무척 아쉽다. 물론 아쉬움의 크기만큼 이 책이 맘에 든다는 뜻이다.


 처음엔 읽기가 좀 버거웠다. 작품 초반에는 신변잡기와 묘사와, 인용 등이 다소 복잡하게 뒤섞이며 이야기가 좀 처럼 시원하게 전개되진 않는다. 문제는 문장을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하지 않거나 문장 과 문장의 연결을 쉬이 넘기면 헷갈리게끔 대화, 생각, 인용문이 문장부호로 잘 나눠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는 그 표시 방법이,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변화하기도 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다만, 이것이 책에 오류가 있단 뜻은 아니고, 작가가 내세운 화자이며 주인공인 작가 캐릭터가 세상과 타인을 묘사하는 '의도된' 방식일 것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자랑은 결코 아니지만) 책을 잘 읽지 않고 있는 내게는 더욱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어느정도를 꾸역꾸역 헷갈려하며, 다시 위로 올라가기를 더러 반복하다보니 이 작품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점차, 신형철 평론가의 소개글이 납득이 가기 시작했다.


 이 소설은 한 남자의 강연을 들으러 가는 여성 (화자)으로 부터 시작한다. 강연의 내용은 전 지구적인, 인류와 기후에 관련한 디스토피아 적인 내용이다. 또한 더불어 얼마안가 성별 갈등에 관해서도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라 하며 말한다.


(치매가 있는 듯한 노인과 며칠 간 마주 칠 때마다 스몰토크를 했다가 어느날 더위로 인해 다소 노출이 있는 옷을 입은 날 전혀 다른 사람처럼 '위협적으로' 치근덕대던 노인에게서 도망쳤던 여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여자가 절대 갖지 않았고 절대 갖지 않으려 했던 희망이 딱 하나 있었다. 만약 삼십 년이나 지난 후에도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단 한 사람,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내가 기다려왔던 신비를 가져다줄 강한 남자를 찾지 못한다면, 세상에 가득한 괴짜나 약골이나 애정에 굶주린 사람이 아닌 진정한 남자를 단 한 사람도 찾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그런 남자는 그냥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새로운 남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일은, 당분간은, 서로를 상냥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일 뿐이다. 거기서 더 나올 것은 없으니, 분쟁과 혼란, 모든 관계에 내재한 어긋남에서 각자 빠져나올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여자와 남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상관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는 다른 어떤 것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래야만 한다. 강력하고 신비롭고 진정한 위대함을 지닌 어떤 것. 다시금 서로 기꺼이 따를 수 있을 어떤 것.


 어쩌면 언젠가는. 하지만 잉에보르크 바흐만이 자전적인 글에서 이렇게 쓴 것이 거의 반세기 전인데, 그 이후 남자와 여자는 더욱 벌어지기만 했다.

p79




이 얼마나 영리하게 젠더갈등에 대해 말하고, 방안을 제시하는가. 일단 우리가 다시 새로운 화합을 할 방법을 찾을 때 까지 일단 '친절' 하라. 이렇게 거시적인 담론을 거쳐, 그 속의 한 개인으로 향함에 있어 거침없으면서도 어딘가 조심스러움이 뭍어난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조심스런' 물음과 관심이다.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한.




하지만 나중에 내가 깨달은 사실은 그들 대부분이 자기들끼리도, 다른 어른들은 물론 친밀한 사람들하고도 전혀 옛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를 입힌 일이라면 특히 더 그랬다. 누가 그런 일을 떠올리고 싶을까? 그런 이야기를 누가 듣고 싶을까? 오직 작가들이나 자신이 겪은 일을 얘기하겠지.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untold' 은 그런 면에서 좋은 단어이다. 물론 이야기하거나 서술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또한 너무 버거워서 말로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이야기. 말하지 않은/말할 수 없는 고통.

p115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p122




앞서 말했듯 초반엔 주로 신변잡기나, 인용을 통해 마치 타인의 생각을 대신 전달하듯 묘사하다가 점차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살펴보고, 고민하고 드러낸다. 책을 보고 있을때는 그저 어렴풋하게 느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작중 화자가 처하게 되는 상황과 그에 따른 심경 변화에 따라 묘사하는 대상과 시점이 변화하는 것이 꽤 적절했던 듯 느껴진다. 좀 더 기민하게 읽었다면 이 점진적인 변화가 꽤 흥미로운 지점이 되었을 것이다.

인류의 존망에 관한 강연 이야기로 시작해서 점차 한 인간의 존망이 걸린 이야기로 흘러가는 이 작품. 즉 인류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 했지만 결국은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가는데, 오히려 이런 한 인간과 인간이 함께하는 모습을 통해 인류가 나아갈 길에 질문을 던진다.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친구가 말한다. 물론 혼자 있는 걸 원하기는 해. 결국 내게 익숙하고, 또 늘 열망했던 게 그거니까. 말기 환자라고 그게 달라지지는 않아. 하지만 완전히 혼자서 있을 수는 없어. 그러니까 새로운 시도이고, 그게 정말 어떤 일일지 어떻게 알겠어. 뭐라도 잘못되면 어떻게 해? 전부 다 잘못되면 어떡하겠어? 옆방에 누군가 있을 필요가 있는거지

p129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p167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살아가든 그리고 삶을 위해서든 아니든 누군가가 필요하다. 설혹 바로 옆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삶 또는 죽음에, 그러니깐 그것을 다 포괄한 인생에 있어 타인의 필요와 그에 따른 적절한 거리를 생각해 본 적이 다들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거기에 이렇게 대답한다. 혼자 있기 원하지만 모든 걸 혼자 할 수 없는 인간에게 필요한 거리, 옆 방 만큼의 거리.




그런데 실은 신이 거기서 더 나아간 거라면. 서로 다른 언어가 단지 서로 다른 종족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지문처럼, 개별 인간들에게도 주어진 거라면. 그런 다음, 인간의 삶에 훨씬 더한 분쟁과 혼란을 초래하여 인간들이 그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하게 만들고.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민족이 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있지만, 한 민족 내에는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전 애인에 따르면 이것으로 인간 고통의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농담이라고 여기겠지만, 그저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 그러하다고 믿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언어를 지녔으므로 그 뜻이 저 자신에게는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끼리도? 미소를 띠며, 떠보듯이, 기대하면서, 내가 물었다. 우리가 막 사귀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는 그저 미소만 보였다. 하지만 몇 년 후, 쓰라린 헤어짐의 순간에 쓰리란 대답이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장 그렇지.

p219-220


애도하는 자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독자들이 소설로 이끌리는 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기로 떨리는 그들의 삶을 따뜻하게 덥히고 싶은 마음에서라고 베냐민은 말했다.

나도 애를 썼다. 단어를 차례로 놓았다. 그 모든 단어가 다른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든 다른 삶이 그렇듯 친구의 삶도 다른 식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나는 애를 썼다.

사랑과 명예와 연민과 자부심과 공감과 희생ㅡ

실패한다 한들 무슨 상관인가.

p252




타인의 고통이 내가 겪지 않을 것이 아니라, 나도 겪을 수 있다 생각하고, 누군가의 절규에 문을 열고 건너가는 이들이 있다. 때로는 그것이 무의미하거나, 손해일 수 도 있다.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작가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그런 이타적인 이들을 통해 세상은 서로를 견디게 한다.




네영카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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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의 약속
이진휘 지음 / 인티N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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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가족이나 연인을 간병하는 이야기.. 흔하지는 않더라도 현실에서 분명 끊임없이 존재하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온갖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도 어렴풋이 기억한다. 영화나 드라마에도 있다. 어릴적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1리터의 눈물] 을 보면서도 많이 눈물을 그렁거렸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DVD 와 원작 책도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새로울게 없어 보였는데, 실제 인물들을 영상으로 보고나니 또 생각이 달라졌다. 글로만 느끼는 이야기가 아니라, 눈 앞에 실제하는 사람을 보고나니 마음이 또 달라지나 보다.

책을 읽기 전에는, 뇌출혈로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찾았지만 온몸이 마비되어 전처럼 이전처럼 보통사람으로 살 수 없는 여자친구를 10년이 넘게 간병하는 저자에 대해 '여자친구를 간병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으로 견딜 수 있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마치 저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한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처음 여자친구가 쓰러지던 날들에 대해 서술하고, 둘의 만남과 각자 -저자인 진휘 씨와 상대인 수경- 를 읽은 후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작가의 솔직한 고민들과 괴로움, 고백과 다짐들을 읽으며 나는 나의 오만한 예상이 이미 작가가 오래전에 했던 고민임을 알았다. 누군가가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을, 10년이 넘게 매일 밤 슬픔과 좌절 속에서 숱하게 했을 고민을 나는 단 10초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게 아닐까 하고 부끄러웠다.

이 책은 분명 놀라운 기록이고 기적이다.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먹는것부터 배변까지 챙겨야 하는 연인을 10년이 넘게 보살피는 것이 그러하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게 다가 아니라 거기서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이 그렇듯, 왜? 어떻게? 에 대해 작가 스스로도 답을 찾고 헤매고, 다짐을 하는 과정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가 어떤 이였는지 묘사한다.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애정이 뭍어나는 두 사람에 대한 묘사는 대단한 어떤 사람이 아니라, 무척 매력적이고 멋진 사람에 대한 묘사다.

그들이 그런 일을 겪고, 희망을 갖고 치료와 재활을 시작하다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절망하고 좌절하고 또 거기서 어떤 사소한 몸짓들을, 희망들을 찾아 더듬더듬 나아가는 길. 거기서 저자가 느끼는 솔직한 생각과 고백들. 이 이야기의 특별함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어떤 어려움을 가까스로 극복해서 자신들의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더 좌절감을 갖기도 하고, 방황하고, 방법을 찾는 과정에 대한 솔직한 고백들이 이들이 여태껏 겪었던, 겪고있는, 겪게 될 미래를 목도하고 겸허하게 바라보고, 미약한 응원을 갖게 해준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넘어선 너무나 치열하고 절절한 고백이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인 샤갈의 그림을 보며 앞으로 나는, 여기 진휘 작가와 수경씨가 현실과 꿈 그 어디에라도 이렇게 마음껏 유영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꿈에서 마주한 아름답고 선명한 순간들을 현실에서 누리는 날도 언젠가는 찾아오겠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이 아닌, 원래 자신이 꿈꿨던 진짜 삶의 모습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을 즐기며,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영국 런던 거리를 누비며, 참담한 현실이지만 꿈이 있어 수경이 버틸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긴 밤의 약속 (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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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것 - 나는 유해 게시물 삭제자입니다
하나 베르부츠 지음, 유수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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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을 인터뷰 하여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컨텐츠를 보고 분석하고 사람들, 그 중에서도 유해컨텐츠를 분류하고 조치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다루기에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들이 보았던 유해 컨텐츠를 묘사하듯, 주인공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끔 시각적이고 일상적인 비유를 무척 자주 섞어가며 설명합니다. 나아가 주인공의 회상들은 마치 우리가 주인공을 촬영한 컨텐츠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보통 우리가 이런 유해컨텐츠를 감수하는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들은 얼마나 자극적이고 잔인한 컨텐츠를 봤는지, 트라우마는 없는지 등등 일것이라는 것이 뻔합니다. 저 또한 그런 호기심이 가장 앞섰고, 이 책의 주인공인 케일리 또한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은 실제인지 허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런 부분을 묘사한 부분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딱히 등장인물들이 그것으로 인해 무척 강한 트라우마에 괴로워했다는 느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진 않습니다.

즉 유해 컨텐츠의 몇몇 사례가 묘사되지만 그것보다 중심이 되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고, 그것으로 인해 영향받는 그 감수자들의 모습과 변화 입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 영향은 예상보다 격정적이지 않았습니다. 트라우마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모습보다는, 일상에 조금씩 낯선변화가 생겨나거나 혹은 자신들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그들이 변화해버린 모습을 그려내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우리의 모습처럼요.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우리가 시청하는 컨텐츠가 우리의 삶에 조금씩 긍정 또는 부정의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보통 경계하게되는 종류의 유해컨텐츠 -폭력적이건 잔인하거나 성적인 것- 를 통해 우리가 자극적인 것에 중독되는 것 만큼이나, 우리가 편협하고 아집만 남아있는 바보가 되는 것이 무서운 일이 될 것 이라는 것.

어쩌면 현재의 이 갈등의 시대는 정말 무서운 것이 어떤 것인지 증명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네영카 를 통해 책을 지원받아 가이드 없이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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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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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면 누구라도 동명의 그 노래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이야기로서는 관련이 없는 (어쩌면 은유로서는 관련있을지도) 이 책의 내용은 미리 예측이 힘들었습니다. 단순히 조금 재기발랄한 SF 인줄말 알았던 이야기는, 미스터리에 호기심을 갖고 따라 가다보면 예상치 못한 주제의식들을 만나게 됩니다.

우선, 이 작품은 흡인력이 좋았습니다. 장르소설이라고 할 수 있기에 특별히 어려운 표현이나 문장이 없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명쾌합니다. 더욱이, 미스테리 구조와, SF장르가 결합되어 몰입감을 잘 유지하며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실제 존재하는 미스테리 괴담인 로아노크 섬에서 사라지는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소설은, 촬영현장에서 보조출연자들이 사라지는 미스테리한 집단 실종사건에 휘말려 사라진 동생을 찾는 강유어의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처음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등장인물을 보며, 최근에 본 웹툰 원작의 드라마 '닭강정'을 떠올리기도 했고, 먼지 같은 연관성을 떠올리며 영화 '어벤져스' 의 장면들을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다른 소설, 영화들이 몇개 떠오르는게 있었지만,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언급은 여기까지. 그렇지만 이런 부분이 단점이라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여러 재밌는 소재들이 무난하게 잘 섞여서 작가가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가 또 잘 담겨있으니깐요.

주요한 부분은 강유어 라는 주인공이 장녀, 맏이 라는 설정입니다.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에서부터 동생을 챙기며, 실제로 자신의 대한 자존감을 갖지 못했던 강유어 가 '이런저런 이유'로 동생을 찾아나서는 동안, 강유어 처럼 장녀였다가 먼저 그 책임과 의무로부터 벗어난 사촌언니의 이야기가 나란히 펼쳐집니다. 강유어가 사라지는 동생을 찾아나서는 과정은 SF 미스테리와 자아해방이 나란히 가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흥미로운 상상력 속에서도 현실에 깊게 뿌리박힌 인물 때문인지, 의외로 머릿속에서 액션이나 스팩터클함 보다는 대한민국 현실형 SF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영화속의 스펙터클한 SF 를 상상하기보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매니아층을 거느린 여러 SF 작품들을 떠올리며 기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이 작품에서 물총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약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전개지만, 뭔가 이 소박한 현실밀착형 SF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드는 무기가 어딘지 너무 현실적이고 소박해서 서글펐달까요.. 그렇게 이 작품은 분명한 현실의 화두가 SF 만큼 크게 작용하지만, 작품을 또 너무 좁게만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먼지가 되어]는 장녀라는 역할과 비교할순 없겠지만, 늘 타인을 챙기기만 했던 사람들,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를 삶의 중심에 두지 못했던 사람들 모두가 흡인력 있게 읽을 수 있는, 현실적 설정과 상상력을 통해 미스테리하게 풀어나간 장르소설 입니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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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델 토로 - 타로카드 & 한글 가이드북
토마스 히조 지음, 송민경 옮김, 기예르모 델 토로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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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전 지인따라 호기심으로 타로를 하나 구입해본적이 있습니다. 리나쉬멘또 라고 이름은 또렷하게 기억하는 그 타로는 어딘지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타로로 기억을 하는데, 동봉되었던 설명서가 초보자에겐 너무 심플해서.. 일러스트만 좀 보고 방구석 어딘가에 봉인됐었지요. 그 후로는 간간히 지인들에게 타로 점을 보거나 했지만 제가 해볼 엄두도 못했는데, 우연찮게, 운좋게 새로 도전 해 볼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참여해서 그의 상상력과 작품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 [타로 델 토로] 는 감독의 스타일이 듬뿍 담겨진게 그 매력의 시작이죠. 타로를 곧잘 사용(?)하거나 수집하는 분들에게 이 감독만이 줄 수 있는 그 유니크함은 말이 필요없겠습니다. 그로테스크하게 시작하는 첫 인상은 박스의 두께, 재질감부터 소장용으로서도 완벽합니다.

카드 들의 디자인 하나 하나 마다 감독의 상상력과 스타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박스만큼이나 카드들의 두께감도 상당해서 어지간히 다뤄서는 손상될 걱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종류의 타로들이 있겠지만 이 타로델토로 만큼 기이한 분위기는 찾기 어렵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이걸로 타로 점을 본다면 그 분위기도 사뭇 남다르겠습니다

그리고 또 리나쉬멘또의 전처를 밟지않기 위해 기대했던 한글 가이드북. 사실 책 정도의 크기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세트로 딱 알맞은 크기라서 좋더라구요. 카드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여러 코멘트들이 실려있어서 카드의 가치와 사용을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아직은 도저히 쫙 펴보질 못하겠습니다.ㅎㅎ

아마 메뉴얼을 숙지하고 어수룩하게라도 타로 점을 보려면 가이드북과 카드를 찬찬히 심도있게 살펴봐야겠습니다. 아마 그때는 이 타로 델 토로의 가치가 더욱 스산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예상해보네요ㅎ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통해 탄생한 유니크한 일러스트와 감독의 코멘트까지 담긴 가이드북, 고급스러운 박스와 재질감으로 인해 타로 초보자부터, 콜렉터들에게도 무척 매력넘치는 타로가 될, [타로 델 토로] 였습니다.

이 서평은 #네영카 와 #한스미디어 의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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