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후 본기에 보면 좌단(左袒)’이란 말이 나온다. 또는 유씨좌단(劉氏左袒)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왼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다', 남의 의견에 찬성하거나 한쪽 편을 들 때를 비유한다. 여태후 죽음 직후 주발, 진평을 중심으로 봉기했다. 이들은 여씨들을 몰아내고 유씨정권을 회복시켰다. 이 정변 와중 병권을 위임받은 주발은 인수를 갖고 진영 문에 들어서 군영에 호소한다.

여씨를 위하려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유씨를 위하려면 왼쪽 어깨를 드러내라.(여태후 본기401p)”

군영병사들은 전부 왼쪽 어깨를 드러내 유씨를 위할 것임을 나타내고, 유씨 황조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 그렇게 성공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문제이다. 그의 아들 경제와 함께 성세를 이뤄 문경지치(문경지치 (文景之治 문제文帝와 경제景帝가 다스리던 시대의 훌륭한 정치.)’라는 성어를 전한다.

 

여태후는 고조 유방이 죽자 아들 효경제를 황위에 앉히고 후궁들과 황손들을 죽이는 청군측 (淸君側)’을 단행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의 친정 여가의 사람들을 앉힌다. 여태후는 효혜제가 죽은 후에 두 번이나 왕을 갈아치우며 황권을 행사했다. 이 여태후의 사후에 일어난 정변이다.

왼쪽 어깨를 드러낸다는 행위를 통해 유씨에게 충성할 것을 표하는 데서 오른쪽과 왼쪽을 상징하는 의미-()와 신(), 보수와 진보를 의미-가 동서고금이 같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좌파(좌익)이라는 말의 기원이 된 사건, 프랑스 혁명 직후 의회에도 진보적 공화파 및 혁명파(자코뱅파, 시민 대표 등)들이 의장석을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했었다. 시간을 거슬러 고대로 올라갈수록 오른 손, 오른 쪽 자리는 힘과 권력을 상징한다.

 

두 번째 사기읽기는 중국 지리-그 중 황하, 장강, 위수, 한수, 회하, 제수 등의 강과 항산,태산, 화산, 숭산, 형산의 오악과 산맥들, 관중 땅을 두르고 있는 관문들 한중에서 관중으로 들어가는 길, 강들이 만나는 지점의 요충지 등-를 자세하게 짚어가면서 읽었다. 또한 하, , 주로 이어지는 왕들의 계보와 정치제도, 행정구역, 직제, 전쟁들을 긴호흡으로 읽어왔다. 춘추 전국 시대 패자의 나라들과 전국 칠웅, 진나라의 군현제, 초한전쟁 시 유방과 항우의 관중행 경로, 한나라 고조 유방이 공신들과 제후들에게 분배한 봉지와 황제가 직접 다스리는 군현의 범위 등 자세히 볼수록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각 시대와 인물의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성어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즐거웠다. 한자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성어들이나 정치이념과 문화, 생활 속에 사용된 도량형의 단위까지 익숙한 것이 많아 회원들은 당황스러워 했다. 더구나 기자4과 같은 기록을 볼 때마다 혼란스런 그 맘을 잘 알기에 다른 해석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더 나아가 국가의 개념에 대해 다시 토론하고 진행했다.

이제 본기가 끝났으니 세가와 열전을 이 속도로 하게 되면 1년은 족히 걸릴 듯하다. 이렇게 자세하고 느린 진행이 나에겐 더욱 좋고 도움이 많이 된다. 처음 읽을 때 참고했던 다른 책들에 추가하여 보게 된 책들이 많다.

 

먼저 춘추 전국 이야기(1~11)이다. 삼황오제와 하주 시대도 다루고 있다. 특히 중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황하와 장강, 거기에 합쳐지는 강들과 이 강들 유역에 자리잡은 고대 국가들과 치수가 왕위계승과 밀접하게 관련있음을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융족에 기원을 둔 주나라의 봉건제도와 동천 춘추전국시대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주나라 황실의 약화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권인 11권에서는 초한 쟁패를 다루고 있다. 사기를 읽기 전 쉽게 읽을 수 있고 아주 긴요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왕리췬의 사기 강의 시리즈진시황 강의, 항우 강의, 한무제편이 있다. 저자 소개에는 40여 년간의 연구와 오랜 기간의 강의를 한 사기전문가이다. 유튜브를 찾아봤더니 CCTV <백가강단>이란 프로그램에서 강의한 동영상이 있다. 우리말 더빙이 되어 있어서 오히려 낯설었다. 역시 나에겐 책이 더 좋다. 이 시리즈는 항우 강의편이 제일 인상 깊게 다가왔는데, 그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듯 보이나, 끈기 있게 배우지 못하는 그의 성품에 비해 배우지 않고도 싸움에 능한 장수로서의 천재성을 높이 평가하면서, 천하 제패를 하고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성품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25~30세라는 어린 나이도 유방에게 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 듯하다. ‘사면초가밤에 들려오는 초나라의 노래에 절망해서 죽음을 택하는 그의 충동적 성품도 한 몫을 했다. 한마디로 제왕으로서는 자질이 부족했다. 정치적 인간은 아니었던 듯 보인다. 그의 강의 시리즈에 한무제 편은 있지만, ‘고조 유방 편이 따로 있지는 않다. 유방은 항우 강의에서 함께 다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상상해볼 수 있겠다.

하버드 중국사 진은 많은 지도 이미지 자료를 기대했었는데 그보다는 당시의 제도, 문화 생활상 같은 것들을 분야별로 다루고 있다. 참고 자료로 사용할 책으로는 좋다.

 

서경이나 자치통감』 『한서도 해당하는 부분만을 펼쳐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들 중 최고는 만화책이다.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초한지12권으로 되어 있다. 이런 역사 만화는 생각 보다 자세하고 중요한 내용들이 담겨 있으면서 속도 내서 끊김 없이 읽을 수 있어 전체를 꿰는 데 도움이 된다. 일단 쉬고 싶을 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어 좋다.

 

177월에 모처럼 생긴 공휴일에 막내와 함께 cafe-hopping을 하며 이 만화를 읽었다. 백색 소음을 뚫고 들어오는 소리들에도 흔들림 없이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머리를 식히면서도 역사의 끊겨진 맥락을 잇는 두 가지 효과를 얻게 된다. 만약 선지식 없이 이 초한지 만화를 읽는다면 그런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머리가 더 아파질지도 모르겠다.^^ 사기를 읽는 배경지식을 얻는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

 

나의 두 번째 사기읽기 그물망은 더욱 촘촘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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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rjfnr 2026-07-2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우 ᆢ 언제 다 읽나요,?
삼국지랑 사기만 전 겨우인데 ~~^^ ^^
‘초한지‘ 만화 탐나네요.

그레이스 2026-07-29 21:27   좋아요 0 | URL
ㅎㅎ
언젠간 다 읽더라구요^^
초한지 만화 잘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