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에 겐자부로의 별세 소식을 이제야 보고, 펼쳐든 이 책의 첫페이지에 ˝책을 쓴 작가는 죽습니다˝ ˝저도 그런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노작가 입니다˝라는 문장이 들어온다.
읽어야할 책이 쌓여있지만 오늘은 이 책이 읽고 싶다.

저의 책 《책이여, 안녕!>의 제목은 러시아의 소설가 나보코프가 발표한 대표작 《선물》에서 인용한 구절입니다. 책 속 주인공은 영원히 살지만(작중에서는 죽는다고 해도), 책을 쓴 작가는 죽습니다. 죽기 전 자기가 쓴 책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지요. 저도 그런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노작가입니다. 게다가 저처럼독서가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간은 제가 읽어온 책에게도 마음을 다해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제 인생의 책‘이라 할 만한 이런저런 책들과 이별하는, 그러면서 가능하면 여러분께 그 책을 건네드리는 그런 의식을 치러보고자 합니다. - P9
우리는 예술을 통해 시공을 초월하고 상실을 상대화하여 살아남고자 합니다(제 경우는 문학 혹은 소설을 통해서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이미 지나간 것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그 괴롭고 무거운 의미에 대해서도 늘 인식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에 이르러 소설을 구상하고, 젊은 동료로부터 악의가 뻔히들여다보이는 조롱을 받으면서, 그래도 초고를 써나가는 제 옆에는이미 상실하기 시작한 것들과, 과거가 되어가는 것들의 참으로 강렬한 찰나적 실재감이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세상을 떠난 동시대예술가, 사상가, 아울러 더 가까운 친구들, 그리고 거의 끝나가는 저의 시대를, ‘과거의 파토스‘로서 진중하고 깊이 있게 와 닿도록 하는것이기도 합니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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