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는 무서울 정도로 완고했다. 그러한 성격은 살기가 힘들었던 15세기 유럽 변방 지역의 유목민에게서만 볼 수 있는것이었다. 그 당시 영주들에게 버림받은 남러시아 땅은 포악한 몽골 침략자들의 습격으로 인해 황폐해지고 송두리째 불타 버렸다. 집과 생활 터전을 빼앗기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용감해졌다. 이웃 나라의 끊임없는 위협을 걱정하면서도 환란 속에 살림을 옮겨 와 온갖 고생을 다 해 가면서 살았던 시대였다. 또한 전쟁의 불길 속에서도 평화를 사랑하는 옛 슬라브인의 영혼이 카자크, 즉 러시아인의 소위 담대한 국민성과놀기 좋아하는 기질을 형성하던 시대였다. 강가의 모든 땅, 나루터, 물가의 완만한 경사지 등 살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셀 수없을 만큼 많은 수의 카자크들이 빼곡히 이주해왔다. - P16
그러나 전쟁이나 총동원 시에는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왕이 지급하는 체르보네츠 한 닢만을 손에 쥔 채, 더도 말고 여드레 만에 무장을 하여 말을 타고 속속 모여들었다. 그러고 나면 두 주 안에어떠한 방법으로도 도저히 모으기 힘든 신병을 모집한 강력한 군대가 조직되었다. 원정이 끝나면 군사들은 목장으로, 농토로, 또는 드네프르 강의 나루터로 돌아가 고기잡이도 하고, 장사도 하고, 술을 담그기도 하면서 자유로운 카자크가 되었다. 같은 시대의 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러한 카자크의 비상한재주에 놀랐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카자크가 못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술 담그기, 수레 만들기, 화약 만들기, 대장일, 철공 등은 물론이고, 여기에 덧붙여서 러시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탕 마시고 노래 부르고 떠들어 대며 노는 것도 있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싸움터로 나가는 것을 의무로 생각하여, 군적에 등록되어 있는 카자크를 제외하더라도 유사시에는 언제든지 완전한 군대(기마 의용대)를 편성할 수가 있었다. - P18
타라스 불바는 손꼽히는 주요 원로 지휘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그의 몸은 전쟁을 위하여 태어난 것 같았고, 그의성품은 남보다 월등히 용감하고 강직했다. 당시는 폴란드가 러시아 귀족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던 시기였다. 많은 귀족들이폴란드의 사치스러운 풍속을 본받기 시작하면서 화려한 하인들, 사냥하는 매, 사냥개, 저택들을 소유하고 잔치를 베풀었다. 타라스 불바는 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순박한카자크의 생활을 사랑했다. 그래서 그는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 쪽으로 기울어진 자들을 폴란드판 노예라고 불렀다. 그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여러 차례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소란을 일으키면서, 그는 자신이 정교의 올바른 옹호자라고 주장했다. 어디선가 소작인들에게 압박이 가해졌다거나 농가에 새로 부당한 세금이 부과되었다는 불평이 들려오기만 하면, 그는 직접 그 마을로 들어갔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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