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색에 주의를 기울이는 산시로의 생각이 흥미롭다. 고향 사람들의 얼굴빛과 다른 교토나 도쿄의 사람들의 표정을 읽기 어려워서일까? 낯설어서일까?
여자와는 교토에서부터 기차를 함께 타고 왔다. 그녀는 기차에 탈때부터 산시로의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피부색이 까맸다. 산시로는규슈에서 산요센(山陽線)‘으로 갈아탔는데 교토나 오사카에 가까워짐에 따라 여자들의 피부색이 조금씩 하얘져서 어느새 고향에서 멀어진듯한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 P15
그래서 이 여자가 객실로 들어왔을 때는 왠지 이성의 동지를 얻은 기분이 들었다. 이 여자의 피부색은 그야말로 규슈의 색이었던 것이다. 미와타(三田)의 오미쓰(御光)와 같은 색이다.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오미쓰는 귀찮은 여자였다.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되어 무척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오미쓰 같은 여자도 결코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얼굴 생김새만 본다면 이 여자가 훨씬 낫다. - P16
게다를 사려고 게다 가게를 들여다보니 백열 가스등 아래 분을 허옇게떡칠한 아가씨가 석고 요괴처럼 앉아 있었으므로 별안간 싫어져 그만두었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대학의 연못에서 만났던여자의 얼굴빛만 생각하고 있었다. …… 그 색은 떡을 엷게 구운 듯한옅은 갈색이었다. 그리고 살결이 무척 고왔다. 산시로는 여자의 얼굴빛은 그런 빛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단정했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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